EBS 다큐 ‘리얼실험 프로젝트X’
“더는 이런 실험을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버지 강인철(46)씨의 눈빛은 차가워져 있었다. 직장일을 잠시 접고 고교생 아들 동호(17)군과 같은 교실 동급생으로 ‘변신’해 학교생활을 지켜본 지 일주일 만이었다. 애초 실험을 제안했던 교육방송의 실험 다큐멘터리 <리얼실험 프로젝트X>(화 저녁 7시55분)의 제작진에게 강씨는 애원하듯 말했다.
“애초 의도대로 갈 수 있을지…. 직장일을 미뤄둘 수도 없고요.”
그의 통고에 제작진은 다급해졌다. 2주 동안 진행된 방송 실험은 마지막 사흘을 앞두고 중단 위기에 놓였다. 마침내 다큐물의 외주 제작사인 ‘토마토 미디어’의 김재경 대표가 나섰다. 지난 29일 밤 9시를 넘긴 시각. 실험 현장으로 차를 모는 김 대표는 담담했다. 그는 “3주간 실험이면 2주차쯤에, 30일이면 20일쯤에 포기하겠다는 사람이 나온다”며 “늘 살얼음판”이라고 했다.
애원…갈등…우여곡절…교감
시청률 급상승 실험신청 몰려 찾아간 실험 현장은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강씨의 아파트. 다큐를 찍기 위해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안방, 거실, 아들방까지 모두 4대가 설치돼 있다. 김 대표는 들어서자마자 거실 바닥에 앉아 강씨를 설득했다. 강씨는 10여분 만에 “학부모가 교실에서 교복 입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적응이 안 된다”며 “실험이 진행되면 시나리오처럼 무슨 일이든 극적으로 일어나 아들 녀석과 대화하고 뭔가 이뤄질 줄 알았다”는 등 마음속의 말을 고백성사처럼 쏟아냈다. 강씨의 실험은 ‘아버지·어머니 공부합시다’란 제목 아래 부모가 직접 자녀와 동급생이 돼 학교를 다녀보는 체험이다. 3주 동안 교복을 입고 매일 아침조회부터 ‘야자’까지 꼼짝없이 딱딱한 교실 책상에 앉아 아들과 또래 친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아야 한다. 사실 강씨는 아들과 함께 등교한 첫날부터 충격을 받았다. 아들은 2분단 둘째 줄, 강씨는 3분단 셋째 줄에 앉았는데, 아들의 책꽂이에 없는 교과서가 학교 사물함에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수업 시간에 툭하면 엎드려 자고, 쉬는 시간이면 아버지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 친구들과 사라지는 아들을 보면서 격한 감정을 가누지 못했다. 결국 아들과 전에 없던 큰 말다툼을 벌였고 대화는 더 힘들어졌다. 김 대표가 강씨를 설득한 이날도 동호군은 자기 방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나오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강씨가 마음을 돌려 실험은 다시 시작됐다. 카메라가 투입돼 실험자와 교감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만큼 동화되느냐가 이 다큐물의 성패를 좌우한다. 김 대표는 집을 나서면서 “포기를 둘러싼 갈등과 설득도 실험의 한 과정”이라며 “표정 하나 놓치지 않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리얼실험은 지금까지 32회가 방송됐다. 무인도, 감옥, 석기시대 등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거쳐간 실험자만 200여명. 특히 강씨가 참가한 ‘아버지·어머니 공부합시다’(가제)에는 수백명의 학부모 신청자들이 몰렸고, 면접을 거쳐 실험 대상자를 뽑고 있다. 수원에 사는 실험 대상자 최상숙(37)씨의 경우 딸 송시내(14)양의 중학교에 2주째 다닌다. 강씨와 달리 최씨는 딸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딸 친구의 복잡한 가정사도 자문해줄 정도로 실험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상태다. <리얼실험…>의 지난 28일 시청률은 1.4%. 입소문을 듣고 인터넷 브이오디 서비스 등으로 다큐를 본 이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청률은 급상승 중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엔 실험 대상자를 직접 섭외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면접을 보며 뽑아야 할 정도”라며 “학계에서도 이런 얼개의 실험 다큐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시청률 급상승 실험신청 몰려 찾아간 실험 현장은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강씨의 아파트. 다큐를 찍기 위해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안방, 거실, 아들방까지 모두 4대가 설치돼 있다. 김 대표는 들어서자마자 거실 바닥에 앉아 강씨를 설득했다. 강씨는 10여분 만에 “학부모가 교실에서 교복 입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적응이 안 된다”며 “실험이 진행되면 시나리오처럼 무슨 일이든 극적으로 일어나 아들 녀석과 대화하고 뭔가 이뤄질 줄 알았다”는 등 마음속의 말을 고백성사처럼 쏟아냈다. 강씨의 실험은 ‘아버지·어머니 공부합시다’란 제목 아래 부모가 직접 자녀와 동급생이 돼 학교를 다녀보는 체험이다. 3주 동안 교복을 입고 매일 아침조회부터 ‘야자’까지 꼼짝없이 딱딱한 교실 책상에 앉아 아들과 또래 친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아야 한다. 사실 강씨는 아들과 함께 등교한 첫날부터 충격을 받았다. 아들은 2분단 둘째 줄, 강씨는 3분단 셋째 줄에 앉았는데, 아들의 책꽂이에 없는 교과서가 학교 사물함에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수업 시간에 툭하면 엎드려 자고, 쉬는 시간이면 아버지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 친구들과 사라지는 아들을 보면서 격한 감정을 가누지 못했다. 결국 아들과 전에 없던 큰 말다툼을 벌였고 대화는 더 힘들어졌다. 김 대표가 강씨를 설득한 이날도 동호군은 자기 방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나오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강씨가 마음을 돌려 실험은 다시 시작됐다. 카메라가 투입돼 실험자와 교감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만큼 동화되느냐가 이 다큐물의 성패를 좌우한다. 김 대표는 집을 나서면서 “포기를 둘러싼 갈등과 설득도 실험의 한 과정”이라며 “표정 하나 놓치지 않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리얼실험은 지금까지 32회가 방송됐다. 무인도, 감옥, 석기시대 등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거쳐간 실험자만 200여명. 특히 강씨가 참가한 ‘아버지·어머니 공부합시다’(가제)에는 수백명의 학부모 신청자들이 몰렸고, 면접을 거쳐 실험 대상자를 뽑고 있다. 수원에 사는 실험 대상자 최상숙(37)씨의 경우 딸 송시내(14)양의 중학교에 2주째 다닌다. 강씨와 달리 최씨는 딸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딸 친구의 복잡한 가정사도 자문해줄 정도로 실험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상태다. <리얼실험…>의 지난 28일 시청률은 1.4%. 입소문을 듣고 인터넷 브이오디 서비스 등으로 다큐를 본 이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청률은 급상승 중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엔 실험 대상자를 직접 섭외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면접을 보며 뽑아야 할 정도”라며 “학계에서도 이런 얼개의 실험 다큐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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