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아이드소울서 솔로 1집 내고 홀로서기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리더 정엽(본명 안정엽ㆍ31)은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버락 오바마의 대선 홍보용 UCC '예스, 위 캔(Yes We Can)'의 아시아 버전에 솔로 보컬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참여하게 된 배경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정치에는 관심 없어요. 오바마를 지지한다기 보다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죠. 오바마 선거캠프에 한국계 관계자가 있는데 UCC의 아시아 버전을 기획하며 한국인 뮤지션을 택했어요. 외국 사람들은 국내 가수 중 누가 유명한지 잘 모르잖아요, 하하. 보컬 자료를 검토하고서 제 음색이 마음에 든다며 요청해왔죠"
정엽의 보컬은 동료 가수들도 높이 산다. 청승맞은 미성이면서도 '꾹꾹' 눌러주는 듯한 풍성한 진성은 듣는 사람들의 감정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덕택에 네오 솔의 대표주자인 맥스웰에 비교돼 '한국의 맥스웰'로 불린다.
그가 손수 프로듀서를 맡고 작사ㆍ작곡해 솔로 1집 '싱킨 백 온 미(Thinkin' back on me)'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유 아 마이 레이디(You are my lady)', '새터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 등의 수록곡은 보컬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룹 동료인 나얼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중이고, 영준이 싱글음반을 준비중인데다, 내년 초께 성훈이 입대할 예정이어서 정엽은 당분간 솔로로 활동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솔로 음반이니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했겠다.
▲처음에는 부담됐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데로 하니 마음은 편하더라. 여러 멤버가 조율하는 과정이 없어 좋았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까' 고민했다. 첫 음반이니 음악적인 고집을 담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음악이라면.
▲요즘 음악은 유행에 민감하고 젊은 친구들의 보컬은 기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솔, R&B 장르를 좋아한다고 흑인음악만 담고 싶었던 건 아니다. 노래에는 곡자와 보컬이 지낸 세월의 풍파가 묻어난다. '저 사람은 뭔가 아픈 경험이 있나보다'라고 느끼게 할 감성어린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예술하는 사람은 똑같다. 사랑하지 않으면 노래를 쓸 수 없고,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어렵다. 사랑도, 이별도 많이 해봐야 한다.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노래는 차이가 느껴진다. 나는 서른 평생 많은 사랑과 이별 경험을 해봤고 지금도 하고 있다.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언제 깨달았나.
▲초등학교 4학년 때 팝 음악에 심취했고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쳤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노래방에 처음 갔는데 노래하는게 재미있더라. 고교 때 옆 건물이 폐교였는데 기타를 갖다놓고 점심, 저녁 시간에 밥 안 먹고 기타치며 노래했다. 지금은 밥 먹는게 더 좋지만. 내 노래소리 때문에 한동안 폐교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도 돌았다.
--브라운아이즈 출신이던 나얼과 브라운아이드소울을 결성한 배경은.
▲해군홍보단 고참이 지금 소속사 직원과 친분있었다. 휴가 때 데모 음반을 전달했는데 바로 전화가 왔다. 그때만 해도 솔로 가수로 뽑혔다. 말년 휴가 때 나얼이를 처음 봤는데 내게 그룹 제의를 했고 나 역시 보이즈투멘 같은 중창팀의 꿈이 있어 수락했다. 처음에는 나얼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브라운아이즈의 음악은 유행 타는 R&B의 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음악적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또 나얼이의 보컬 실력에 감탄해 이런 친구와 함께 한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가수 데뷔까지 꽤 긴 시간을 보냈는데.
▲1996년부터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위해 도전했다. 처음에는 7명 혼성 그룹을 꾸렸다. 한 프로듀서 분이 음반을 내주겠다고 해 늘 그분의 집에 모여 준비했는데 1년 만에 무산됐다. 2003년 브라운아이드소울로 데뷔했고 내 이름으로 된 솔로 음반은 12년 만이다.
--그런데 왜 데뷔 이래 한번도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나.
▲브라운아이드소울 1집을 내고 대만에서 프로모션 차 방송에 출연한 적 있지만, 국내 방송에서 노래한 적은 없다. 나얼이가 방송 출연을 꺼렸고 나 역시 음악으로 승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송 출연을 하고 싶다. 공들여 만든 내 자식 같은 곡인데 나 혼자만 듣고 싶지 않다.
--'한국의 맥스웰'로 불리는데.
▲브라운아이드소울 1집을 낸 뒤 공연 때 맥스웰 노래를 불렀는데 반응이 좋았다. 또 브라운아이드소울 음반에 솔로곡 '낫싱 베터(Nothing Better)'를 수록했는데, 맥스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부른 곡이었다. 그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곡을 보내놓은 상태다. 답이 올지 모르겠지만. 또 제대하고 2002년 홍대와 대학로 클럽에서 맥스라는 펑키밴드의 보컬 '스티비 안'으로도 활동했다.
--그래서 이번 1집에 스티비 원더의 '투 샤이 투 세이(Too Shy Too Say)'를 리메이크 했나.
▲내 닉네임이 '스티비 안'인 이유도 스티비 원더를 좋아해서였다. 이 곡은 존경하는 뮤지션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송으로 무척 아낀다. 스티비 원더가 내 노래를 들었을 때 '못 부르지 않았네'라는 말을 들을 자신이 있다. 절제해서 불렀다.
--브라운아이드걸스와 그룹명이 비슷한데.
▲음악 색깔은 다르지만 눈에 밟히더라. 솔직히 특별한 감정은 없다. 단지 우리 그룹명과 비슷하니 그 친구들도 음악적인 것의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나.
▲늘 불안하지만 한편으론 자신있다.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다. 영화 음악 및 출연도 해보고 싶다. 내년 말께 음악 영화를 연출할 신인 감독과 출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음악이란 자신에게 무엇인가.
▲짝사랑이다. 음악을 좋아해 늘상 바라보고 살지만 온전한 나의 것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갖고 싶지만 갖기 힘든 것이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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