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2’ 레지던트 ‘최진상’역 맡은 차태현
같은 이미지 반복 지적에
“아빠 되니 연기변신 필요 느껴
대본 보고 출연 결정하자 버텨” 차태현(32)은 묶인 신발 끈을 괜스레 풀었다 다시 조인다. “<종합병원2>에서도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밝고 친숙한 이미지에 변화가 없느냐”고 묻자 딴청을 부린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그렇게 판단하시는 건….” 슬쩍 넘어가려는 눈치다. 한참 뒤엔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목소리에 날을 세우기도 한다. 지난 14일 낮 문화방송 미니시리즈 <종합병원2>의 촬영장인 서울 강남성모병원 신축 건물. 19일 첫 방송을 앞두고 6회분 촬영이 한창이었다. 새 드라마에서 차태현은 레지던트 1년차 사고뭉치인 최진상 역을 맡았다. 차태현은 “의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비루하고 힘든 일상을 사는 직장인”이라며 “<해바라기> 때의 밝은 모습과는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를 것”이란 말과 달리 미리 공개된 최진상은 차태현에게 “또야?”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캐릭터인 듯하다. <종합병원> <주몽> 등을 쓴 최완규 작가가 ‘꼴등·꼴통’이지만 절대 미움 받지 않는 캐릭터 ‘최진상’으로 처음부터 차태현을 염두에 두었던 까닭이다. 연출자와 상대 여배우도 결정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놉시스만으로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차태현은 “2회까지 대본을 본 뒤 결정하겠다”며 버텼다. 밝고 친숙한 이미지가 또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서른 넘겨 결혼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니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로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이전 이미지를 요구하는 작품이 들어오는 게 현실이고…. 거절하고 변신할 수 있을 때까지 쉬는 게 맞나요, 아니면 1년이나 2년에 한 편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맞나요?”
<해바라기>에서 의사 배역을 맡은 뒤 10년. 결국 차태현은 <종합병원2>를 자기 존재감을 이어갈 ‘감사하는’ 작품으로 받아들였다.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의사가 된 사법연수원 출신의 정하윤 역을 맡은 김정은과의 만남도 그런 생각이었다. 그는 “10년 동안 살아남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배우로서 영광”이라며 “정은 누나를 다시 만났으니 ‘살아남으면’ 전지현과도 언젠가 만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12월 초 개봉하는 영화 <과속 스캔들>에서 차태현은 한때 아이돌 스타였던 30대 중반의 라디오 디제이를 연기한다. “아이 아버지 역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들어온 행운 같은 영화죠. 철저히 재미에 맞춰진 상업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문받는 역할에 일단 최선을 다해 봐야죠. <복면달호>의 가수도, <바보>에서의 바보도 그런 의미에서 만족해요.” 차태현은 인터뷰 내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거나 “맞다, 아니다” 등의 짧은 답으로 쿨한 듯 말을 꺼냈다. 하지만 답을 좀더 기다리거나 정중하게 질문을 반복하면 “사실은…”이라며 앞선 자신의 말에 스스로 어깃장을 놓을 만큼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 “<종합병원2>에 출연하기 전 어느 작품이나 배우도 참고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지만, 그 뒤 선배 김명민의 명연기를 의식한 듯 “<하얀거탑>에서 명민이 형의 연기는 소름끼쳤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또 얼마나 대단하냐”며 부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재충전이나 연기 변신을 위해 연극 무대에 서는 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도 “실은 무대가 무섭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대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들 정도예요. 제가 부담 없이 출연하는 생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연극판 배우들이 낯설어하는 것 이상일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무대에 꼭 서고 싶습니다.” <종합병원2>는 14년 전의 원작 드라마를 토대로 했다. 차태현이 연기하는 최진상처럼, 당시 좌충우돌했던 레지던트 1년차 김도훈(이재룡 분)은 이제 스태프 의사가 됐고, 당시 외과과장을 맡았던 심양홍은 부원장으로 출연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아빠 되니 연기변신 필요 느껴
대본 보고 출연 결정하자 버텨” 차태현(32)은 묶인 신발 끈을 괜스레 풀었다 다시 조인다. “<종합병원2>에서도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밝고 친숙한 이미지에 변화가 없느냐”고 묻자 딴청을 부린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그렇게 판단하시는 건….” 슬쩍 넘어가려는 눈치다. 한참 뒤엔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목소리에 날을 세우기도 한다. 지난 14일 낮 문화방송 미니시리즈 <종합병원2>의 촬영장인 서울 강남성모병원 신축 건물. 19일 첫 방송을 앞두고 6회분 촬영이 한창이었다. 새 드라마에서 차태현은 레지던트 1년차 사고뭉치인 최진상 역을 맡았다. 차태현은 “의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비루하고 힘든 일상을 사는 직장인”이라며 “<해바라기> 때의 밝은 모습과는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를 것”이란 말과 달리 미리 공개된 최진상은 차태현에게 “또야?”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캐릭터인 듯하다. <종합병원> <주몽> 등을 쓴 최완규 작가가 ‘꼴등·꼴통’이지만 절대 미움 받지 않는 캐릭터 ‘최진상’으로 처음부터 차태현을 염두에 두었던 까닭이다. 연출자와 상대 여배우도 결정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놉시스만으로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차태현은 “2회까지 대본을 본 뒤 결정하겠다”며 버텼다. 밝고 친숙한 이미지가 또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서른 넘겨 결혼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니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로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이전 이미지를 요구하는 작품이 들어오는 게 현실이고…. 거절하고 변신할 수 있을 때까지 쉬는 게 맞나요, 아니면 1년이나 2년에 한 편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맞나요?”
<해바라기>에서 의사 배역을 맡은 뒤 10년. 결국 차태현은 <종합병원2>를 자기 존재감을 이어갈 ‘감사하는’ 작품으로 받아들였다.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의사가 된 사법연수원 출신의 정하윤 역을 맡은 김정은과의 만남도 그런 생각이었다. 그는 “10년 동안 살아남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배우로서 영광”이라며 “정은 누나를 다시 만났으니 ‘살아남으면’ 전지현과도 언젠가 만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12월 초 개봉하는 영화 <과속 스캔들>에서 차태현은 한때 아이돌 스타였던 30대 중반의 라디오 디제이를 연기한다. “아이 아버지 역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들어온 행운 같은 영화죠. 철저히 재미에 맞춰진 상업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문받는 역할에 일단 최선을 다해 봐야죠. <복면달호>의 가수도, <바보>에서의 바보도 그런 의미에서 만족해요.” 차태현은 인터뷰 내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거나 “맞다, 아니다” 등의 짧은 답으로 쿨한 듯 말을 꺼냈다. 하지만 답을 좀더 기다리거나 정중하게 질문을 반복하면 “사실은…”이라며 앞선 자신의 말에 스스로 어깃장을 놓을 만큼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 “<종합병원2>에 출연하기 전 어느 작품이나 배우도 참고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지만, 그 뒤 선배 김명민의 명연기를 의식한 듯 “<하얀거탑>에서 명민이 형의 연기는 소름끼쳤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또 얼마나 대단하냐”며 부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재충전이나 연기 변신을 위해 연극 무대에 서는 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도 “실은 무대가 무섭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대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들 정도예요. 제가 부담 없이 출연하는 생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연극판 배우들이 낯설어하는 것 이상일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무대에 꼭 서고 싶습니다.” <종합병원2>는 14년 전의 원작 드라마를 토대로 했다. 차태현이 연기하는 최진상처럼, 당시 좌충우돌했던 레지던트 1년차 김도훈(이재룡 분)은 이제 스태프 의사가 됐고, 당시 외과과장을 맡았던 심양홍은 부원장으로 출연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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