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개그맨 한민관.
아역 배우 출신…10년 극단 내공
1994년 에스비에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의 아역배우 한민관. 우리는 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10여 년 전 한국방송(2TV) <긴급출동 119>의 재연 배우 한민관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개그콘서트>의 ‘대포동 예술극단’에서 박지선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한민관(27)이 소지섭의 대사, “나랑 밥 먹으러 갈래, 죽을래?”를 치면 박지선이 한민관의 얼굴을 부여잡고 “당신, 몰골부터 챙기시라요”라고 답한다. 순간 객석은 웃음으로 가득찬다. 그가 영화 <올드보이>를 연기하면서 “나는 아무 이유도 없이 15년을 굶었다”고 내뱉는 대사에선 굶었다는 말이 진짜처럼 들린다. 키 175cm에 밥 먹어야 겨우 50kg이 넘는다는 한민관. ‘배영만’ 이후 오랜만에 나온 빈곤·백골 캐릭터다.
그는 ‘로열패밀리’에서는 노숙자 가족의 가장, ‘봉숭아학당’에서는 노브레이크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 한실장 등 빈티나는 허세 캐릭터로 <개콘>의 감초가 됐다.
지난 19일 녹화 현장에서 만난 한민관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북한 사람, 노숙자, 조폭 매니저 등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설정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한 극단 생활 10년, 그 가운데 7년은 광주의 연극 무대에 섰다. 당시는 주로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같은 사회성 짙은 연극에 출연해 감초 조연을 했다.
스물네 살 때인 2005년, 광주에서 무작정 상경해 대학로의 한 극장에 취직했다. 그곳은 안상태, 김대범 등이 출연하는 개그무대였다. 당시 한민관은 개그보다 정극 연기를 하고 싶었단다. “다른 곳으로 갈까도 고민했지만 이문식·유해진 선배같은 조연이 되려면 개그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갈 곳도 마땅치 않았구요.(웃음)”
극단에서 탄 30만원 월급에서 25만원을 고시원비로 내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월급 탄 다음날 지갑에서 3만원이 없어진 일도 있었어요. 그때 보름 넘게 굶었죠.”
그렇게 만들어진 삐쩍마른 캐릭터가 지금의 한민관을 만들었다. 2006년 한국방송 공채 개그맨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주가가 한창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금 벌써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다음 캐릭터는 몸짱이에요. 지금은 몸 개그지만 정극에 도전하려면 다양한 캐릭터를 갖고 있어야 하니까요.”
정극의 열망 못지 않게 개그에 대한 꿈도 야무지다. 그는 “고 김형곤 선배같은 사회 풍자 코너를 갖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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