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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웃음경쟁 시스템 ‘개콘’ 다시 벌떡

등록 2008-11-24 08:42수정 2008-11-24 09:02

중견도 부진하면 바로 하차…2군 꼭지로 대체
연기력에 중점…‘대박’코너 없이도 상승 곡선
“병만아, 네가 좀 더 빨리 들어와야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 공개홀. 한국방송(2TV)의 간판 코미디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봉숭아학당’ 코너 마지막 리허설 무대 위에서 개그맨 이수근의 급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올 하반기 최고 유행어를 낳은 안상태 기자의 ‘난~ 뿐이고’ 코너에서 사이비 교주(김병만)가 실체를 드러내는 찰나, 교주의 동선이 느리다고 딴지를 건 것. 곧장 즉석 회의로 동작을 고쳤다. 뒤이어 녹화 돌입. 김병만이 고친대로 한 템포 빠르게 등장하면서 객석에 뛰어들었다. ‘빵’ 웃음이 터진다. 성공이다. 리허설을 지켜보던 김석현 피디가 말한다.

“연기자들의 ‘감’이 남달라요. 단 몇 초도 안 되는 동선을 가파르게 치고 가느냐, 긴 호흡으로 의외성을 만드느냐는 편집 실력까지 고루 지녔다는 게 개콘의 10년 장수 비결이죠.”

<개콘>이 다시 떴다. 지난 9월만해도 한 자릿수였던 시청률이 가파르게 올라 20%대가 눈앞이다. ‘마빡이’같은 ‘대박 코너’없이 ‘중박 코너’만으로 시청률을 이끌어내는 <개콘>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화끈한 웃음 경쟁

<개콘>은 다른 방송사와 달리 출연자의 지명도를 따지지 않는다. 뜨지 않는 코너는 단호하게 내릴 정도로 경쟁 체제의 틀이 잡혀 있다. 9월 등장한 ‘뜬금뉴스’ 코너는 안상태, 김준호 등 쟁쟁한 출연진으로 반응이 나쁘지 않았지만 두 달만에 접었다. 결국 안상태만 ‘봉숭아 학당’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이어가고 있다. 김 피디는 “경쟁이 치열해 길게 갈 수 있는 코너가 아니거나 멤버 사정이 생기면 바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한 회분 코너는 16개 안팎. 70분 방송이지만 120여 분을 찍는다. 무대에 올랐지만 방송되지 않는 코너도 세 개 정도 된다. 예비 인력들이 올리는 일종의 ‘2부 리그’다. 이들 코너의 녹화분은 ‘1부’ 코너 가운데 일부가 부진하면 곧장 대체되어 들어가기도 하고, 처음 올려 반응이 좋을 경우 1부 코너들 사이에 끼워넣기로 방영되기도 한다. 최근 <개콘>에서 갑자기 사라진 ‘상구없다’나 갑자기 등장한 ‘로열 패밀리’가 이런 2부 리그 경쟁의 산물이다.


물론 2부 리그에 들어가려는 경쟁도 뜨겁다. 매주 금요일 피디 앞에서 내부 검증을 받는 새 코너만 10여 개. 김 피디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바로 무대에 올려도 될 만한 완성도를 지녔다”며 “개콘 연기자들에게 방송 무대에 오르는 건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 연기가 8할?

김 피디가 출연자들을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아닌 ‘연기자’라고 부르는 건 <개콘>의 또 다른 힘이다. 김 피디는 “개콘 10년 동안 출연자들에게 가장 혹독하게 요구하는 건 아이디어 아닌 연기력”이라며 “연기가 8할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안방극장의 인기는 높지만, 실제 녹화장에선 큰 웃음이 터지지 않는 ‘대화가 필요해’ ‘소비자 고발’ ‘도움상회’ 등이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코너들이다. 이들 코너의 자기 패러디나 드라마 패러디가 어색하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건 제작진이 요구하는 연기력 우선주의의 성과다.

실제로 연기가 어느 수준이 되면 객석 반응과 상관없이 패러디, 풍자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웃음까지 조절하는 단계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객석만 떠들썩한 슬랩스틱 코미디는 쉽게 질려 외면받기 쉬운데 연기력이 돋보이는 코너가 중간중간 배치되면 70분 동안 강약의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연기력은 슬랩스틱, 말장난에 의미를 부여하며 다양한 연령대, 계층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힘이다. ‘할매가 뿔났다’ 코너가 그렇다. 세대간 단절이란 주제를 깔고, 말장난과 슬랩스틱을 함께 보여주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은 데는 출연자인 유세윤, 장동민 등의 연기 내공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어설픈 연기에 관객들은 절대 웃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주는 웃음지수가 100일 때, 좋은 연기력이 붙으면 120까지 올라가죠. 하지만 그게 안되면 50에도 못미치면서 객석은 썰렁해집니다.”

김 피디는 “한민관, 박지선이 못생겨서 웃긴다고 생각하면 개그의 절반만 아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신인 연기자 전부를 통틀어 그들처럼 관객 반응까지 조절해가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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