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사진)
KBS2 ‘천추태후’ SBS ‘왕녀 자명고’ MBC ‘선덕여왕’ 여성 주인공 활약
고려 천추태후와 신라 선덕여왕의 정적 미실, 낙랑 자명 공주까지…. 내년 상반기 대하사극은 여걸이 대세다.
지금껏 사극의 여성 주인공은 활동 반경이 주로 궁이나 대갓집 안방에 머물렀다. 하지만 내년은 크게 달라질 조짐이다. 수천의 군사를 이끌어 전쟁을 치르고(<천추태후>), 또다른 여성과 왕권을 다투며(<선덕여왕>), 때론 국가의 명운을 건 첩보전의 주인공(<왕녀 자명고>)이 되기도 한다.
가장 먼저 내년 1월 한국방송(2TV)에서 방영될 <천추태후>는 태조 왕건의 손녀로 강감찬 장군과 거란의 침략에 맞서 귀주대첩 등 세 차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여걸 태후의 일생을 그려낸다. 천추태후는 직접 전투에 참가해 활을 쏘고 말을 몰아 나라를 구한 전쟁 영웅으로 나온다. 태후 역엔 채시라(사진)가 낙점됐다. 강감찬 장군 역에 이덕화, 태후의 연인으로 김석훈이 등장하며 이미 5회분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내년 2월 방송 예정인 에스비에스의 <왕녀 자명고>는 ‘낙랑 공주와 호동 왕자’ 설화를 바탕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첩보원까지 자임했던 낙랑 공주의 언니 자명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여성 무협사극을 표방한 이 드라마에서 자명 공주는 승마, 무술, 기예 등에 출중한 여장부. 자명 공주 역은 정려원이 맡는다. 정려원은 지금까지의 약하고 가녀린 이미지와 달리 화려한 액션 연기에 당찬 이미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야기 중심축을 구성할 인물들인 호동 왕자 역에는 정경호, 낙랑 공주 역에는 박민영이 결정됐다.
문화방송이 <에덴의 동쪽> 후속으로 내년 5월부터 내보낼 <선덕여왕>에는 고현정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학계의 진위 논란이 계속 중인, <화랑세기> 필사본에서 신라 선덕여왕의 최대 정적으로 언급됐던 요부 미실 역을 맡았다. 필사본에서 미실은 빼어난 미모의 후궁 출신으로 선왕인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을 받들면서 진지왕의 폐위까지 주도했던 막강한 막후 권력자다. 훗날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와 대립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이창섭 책임 프로듀서는 “<선덕여왕>의 미실, 덕만공주는 정세를 읽고 갈등을 조율해 인재를 등용하는 등 새 시대의 여성 리더십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이전과 달리 남성들과 경쟁하면서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한 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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