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1000회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몰래 카메라>의 주인공 이경규(사진 왼쪽부터)와 초대 진행자 주병진. <무한도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대단한 도전>, 신동엽의 <신장개업>, 현재 방영 중인 <세상을 바꾸는 퀴즈>. 사진제공 문화방송
1000회 ‘일밤’
‘권위타파·공익 트렌드’ 일궈
20년 세월에도 ‘도전’은 유효 ■ 허세·권위 비틀기 초대 연출자인 송창의 피디(현 케이블채널 티브이엔 사장)를 방송가에서는 ‘발명가’라고 부른다. <일밤>에서 처음 시도한 토크 버라이어티나 <몰래 카메라>, 심지어 그사이 배치된 콩트(<미주알고주알>, <별난 여자> 등)까지도 새 형식이 아니면 전파를 타지 못했다. 새로움이란 잣대의 엄격성 때문에 녹화가 중단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녹화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일밤>의 터줏대감인 강제상 작가는 “<일밤> 초기인 1989년 진행자 주병진의 간단한 오프닝 녹화에만 18개 대본이 교체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간단한 입담으로 가는 스탠딩 개그 스타일이었는데, 입담 자체가 새롭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최고 대우를 받던 주병진도 지친 내색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디와 작가에게 ‘찍을 수 없다’고 버틸 때도 있어 거의 매주 피디·작가·진행자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90년대부터는 새로움에다 ‘권위에 도전’한다는 원칙이 더해졌다. <일밤>이 낳은 또 다른 스타 주철환 피디(현 오비에스 경인방송 사장)의 등장이 신호탄이었다. 주철환은 90년대 초반 <몰래 카메라>에 국회의원이나 변호사 등을 등장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 황산성 변호사 등이 출연했다. 예능 프로그램 등장이 금기시됐던 정치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운 결과는 대성공. 지금처럼 시청률 집계가 과학적이지 않았을 때지만, 방송사 자체 조사에서 시청률이 50%가 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강 작가는 “기존 권위에 대한 <일밤>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방영 중인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도 결혼 제도의 권위를 비틀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 소시민·공익 버라이어티의 시작 89년 최고 인기를 모았던 주병진의 <일요진단>부터 현재 방영 중인 아줌마·아저씨들의 수다 <세상을 바꾸는 퀴즈>까지…. 일밤의 또다른 성과는 소시민의 일상을 소재 삼아 세대간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코너를 개발하고, 유지했다는 점이다. <세상을 바꾸는 퀴즈>의 연출자 김구산 피디는 “10대가 볼만한 코너와 중·장년까지 즐길 수 있는 코너가 함께 간다는 원칙은 20년 동안 불변”이라고 말했다.
요즘 흔해진 공익 버라이어티도 <일밤>에서 시작됐다. <이경규가 간다-숨은 양심을 찾아서>를 연출했던 김영희 피디(현 한국피디연합회장)는 “숨은 양심의 첫 주인공이 된 장애인 부부를 보면서 왜 지금껏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는지 반성하게 됐고, 거기서 <일밤>은 다시 출발했다”고 했다. 그 뒤 신동엽의 <신장개업> <러브하우스> 등 공익성이 강조된 꼭지들이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다. 이런 시도는 <느낌표> 등 다른 프로그램에 영향을 주면서 90년대 말부터 공익 버라이어티를 주요 트렌드로 뿌리내리게 했다. 2008년 <일밤>의 현재는 녹록지 않다. <우리 결혼했어요> <세상을 바꾸는 퀴즈>는 시청률 10%대를 맴돈다. 김구산 피디는 “시청률만 보자면 <일밤>이 늘 최고는 아니었다”며 “오히려 시청률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온 것이 20년을 버텨온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0회 특집에선 역대 주요 출연자들이 나오는 토크쇼가 마련된다. 현재 <일밤> 1부로 방송 중인 <세상을 바꾸는 퀴즈>의 형식을 빌려 박미선, 이휘재, 김구라 등이 진행을 하면서 <일밤> 역사를 정리한다. 이경규, 김국진, 김용만, 이윤석, 조형기, 이경실, 조혜련, 김흥국 등이 출연한다. 사업 때문에 외국에 머물고 있는 주병진은 출연진에서 빠졌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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