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원더풀 사이언스’ 문화재 복원 특집
지난 7월 국보 84호인 충남 서산마애삼존불상 주변에 설치됐던 보호각이 철거됐다. 훼손을 우려해 만들어 놓은 보호각이 불상을 비추던 햇빛을 차단해 오히려 빠른 속도로 문화재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지금 불상에 깃들었던 ‘백제의 미소’를 되살리기 위해 더 나은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에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이 동원된다. 문화재가 처한 환경을 정밀하게 연구해 이와 똑같은 조건을 지닌 가상공간을 만들고, 10~20년 뒤 문화재 상태를 예측해 가장 효율적인 보존 방안을 찾아내는 식이다. 43년 전 불상에 보호각을 처음 설치했을 당시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육방송의 <원더풀 사이언스>(목 밤 9시50분) 제작진은 이처럼 시간을 거슬러 옛것을 되살리는 문화재 보존 과학의 힘에 주목했다. 4일 방송되는 ‘과학, 문화재를 사수하라’ 편에서는 탄소·원소 분석으로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유물들이 비로소 정확한 ‘신분’을 되찾는 과정과, 물감 성분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제작 연대를 추정한 뒤 좀 더 정밀하게 서화를 복원하는 모습이 소개된다.
제작을 맡은 허주민 교육방송 피디는 “그림이 그려진 비단의 찢긴 부분을 복원하기 위해 새 비단에 자외선을 쪼여 수백 년 ‘묵은’ 것과 같은 재질로 만든 뒤 덧댈 정도”라며 “문화재 과학 기술의 갈래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촬영을 마친 제작진이 얻은 결론은, 아무리 뛰어난 과학 기술도 한 번 훼손된 문화재를 온전히 되살리기는 힘들다는 것. 허 피디는 “과학 발전은 문화재 복원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복원할 필요가 없도록 미리 지키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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