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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제 서른, 연기 속에서 단련되고 싶다

등록 2008-12-28 18:16수정 2008-12-28 19:33

SBS 아침드라마로 돌아온 안재모
일본 진출 실패·2년 공백 깬 주연
‘무서웠던’ 연극무대에도 설 계획

2002년 에스비에스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됐을 때 안재모는 우리 나이로 스물네살이었다. “정점에 있기에는 너무 어렸고, 그래서 더 불안했다”는 그의 말처럼 나이 먹을수록 안재모는 낮고 안정된 곳을 찾는 듯했다.

6년이 흘러 그는 서른이 됐고 아침드라마로 돌아왔다. 에스비에스의 아침 일일드라마 <순결한 당신>에서 소아과 의사 강지환 역을 맡았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인 그를 24일 만났다.

“재모씨, 그냥 나랑 하겠다고 했던 말은 잊어요. 어떻게 재모씨가 아침드라마 주연을 해요?”

<순결한 당신>의 주동민 피디가 이런 말을 했을 정도로 서른살 배우에게 아침드라마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독한 시청률 경쟁으로 요즘 아침극은 불륜, 가정 파탄 등이 줄거리의 뼈대인 경우가 예사이기 때문이다. 점점 더 ‘독해지는’ 상황 설정 탓에 아침극 주연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배우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안재모를 두고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이 나돈 이유다.

하지만 그는 “같이 하고 싶은 감독, 연기자들과 연기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계산하고 배역, 작품, 조건을 보기보다는 사람을 보고 결정할 때가 대부분이었다”는 안재모의 말에서 등장·퇴장 시점까지 계산하는 요즘 연예기획 시스템과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는 스스로 “지쳐야 할 때가 아닌데 지쳐버렸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를 “연기를 하지 못해서였다. 공백이 준 상처”라고 설명했다. 그 공백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어 자책감이 더 컸다고 한다.


“<야인시대>의 김두한 역 이후에 주변에서 별말이 없었어요. 하지만 저 자신은 틈나는 대로 모니터의 연기 장면을 들여다보면서 ‘이게 뭐야, 다 똑같잖아’라며 리모컨을 던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 실망감에 카메라 앞에 서기도 겁났죠.”

2년 동안의 공백을 가져온 일본 진출에 더 목을 맸던 것도 다른 무대에서 변신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다. 소속사와의 계약 갈등으로 상처만 남았다. “정점에 있을 때는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죠. 지금 생각해 보면 중요한 건 연기를 계속하는 것이고 그 속에서 단련하는 것인데….”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작품보다 작품을 같이할 ‘사람’을 택한 것은 어쩌면 실패에서 찾아낸 교훈이었는지 모른다. 어떤 연출자에게 어떤 배우가 늘 따라다니듯 자신을 ‘페르소나’ 삼아줄 누군가를 찾아 나섰다. “일일극을 선택한 게 아니라 함께할 피디를 찾은 것”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순결한 당신>을 연출하는 주 피디를 만났다. 그는 안재모가 눈길을 받던 20대 초반 조연출로 계속 만났고, <연개소문>에서 처음 연출자로 호흡을 맞췄다. 그때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수년간의 재활과 수술 끝에 다시 안재모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피디님이 ‘왜 굳이 나랑 아침드라마를 하느냐’고 묻더군요. 이번 작품이 잘되면 다음 작품도 같이 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답했죠. 다른 사람한테는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어요.”

<순결한 당신>은 ‘청춘의 덫 20년 후’라는 별칭처럼 과거에 대한 애증과 복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전형적인 아침드라마의 공식을 갖고 있다. 한 여자를 배신한 남자가 부잣집 딸과 결혼했지만 그 집은 결국 망하고, 그 남자가 배신한 여자는 결국 성공한 뒤의 이야기들이다. 안재모는 배신당한 뒤 성공한 여자의 첫아들로 나와 망한 집 딸과 사랑에 빠지는 지고지순한 역을 맡게 된다.

“나중에 사라진 옛 약혼녀가 등장하고… 너무 얽힌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20부까지는 재미있어요. 하하하.”

드라마가 끝나는 내년 봄 그는 십수년 동안 ‘무서워서’ 미뤘던 연극 무대에도 설 계획이다. 안재모는 “엔지(NG)가 없다는 게 그동안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제야 결심하게 됐다”며 “반짝 배우가 아니라 없어지기에는 아까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박광정이란 배우를 보면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실감이 나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에이엔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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