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우(41·사진 왼쪽), 김태균(37).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정찬우·김태균
한 노래 여러번 틀고 재미없는 사연 구겨버려
과감한 형식파괴, 말장난에 청취자 중독돼
이달말 ‘웃찾사’ 구원등판 “기대치 높아 부담” 16년 동안 자동법을 가져온 듯 생각나는 대로 막말을 던지며 말개그의 성채를 쌓아올린 컬투 정찬우(41·사진 왼쪽), 김태균(37). 오후 2시, 에스비에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저인망식으로 두 사람이 던지는 개그에 어느 대목에선가 걸려들게 된다. 맥락없이 그들이 “페르난도”라고 외치면 “마자나”를 답하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페르난도, 마자나’라는 외침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슬픈 순간에는 낮은 톤으로 외치면 되고, 기쁠 땐 환호성으로 내지르면 된다. 앞뒤 없이 웃기는 2시간의 라디오 개그쇼 <두 시 탈출 컬투쇼>는 2006년 5월 방송을 시작해 3개월 만에 동시간대 1위의 청취율을 달성하더니 이달 초 청취율 조사에선 라디오 프로그램 전체에서 1위를 기록했다. 3년을 최고의 자리를 지켜 온 컬투를 에스비에스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지난 15일 만났다. [현장] 야단법석 라디오 ‘컬투쇼’를 만나다 [%%TAGSTORY1%%] ■ ‘이해불가’, ‘내맘대로’에 훈훈함을 더한 개그쇼 컬투 특유의 순발력이 묻어나는 ‘미친 상담소(시즌 3)’ 코너에서, 컬투는 지구온난화로 북극개들이 몰려와 개판이 됐다는 남극에서 20년 동안 산타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진 92살의 산타가 된다. 어느 날은 닭을 신봉하는 ‘부동산 부동산’의 주인이다. 전혀 맥락이 없다. 정찬우는 “미친 상담소에 적응하려면 3주는 걸립니다. 하지만 중독성이 있죠! 왜냐, 잘하니깐.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컬투쇼의 지휘자인 컬투는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이미 3년 전부터 보여 왔다. 그들 앞에서는 가수 케이시엠(KCM)은 영어 이니셜이 변용돼 ‘김치면’으로 불리고, 비엠케이(BMK)는 ‘박명국’이 된다. 사연을 읽다가 조금이라도 지겨우면 그 자리에서 사연을 ‘구겨’ 버린다. “이문세 선배가 구기면 뉴스지만 제가 구기면 개그죠. 이제는 아예 사연 아래에 ‘재미없으면 구겨주세요’라고 쓰거나 인터넷 실시간 게시글로 ‘지금 읽는 사연 재미없으니 구겨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해요.”(정찬우) 새 앨범을 들고 온 가수들의 타이틀곡을 3번 이상 반복해 방송하기도 할 만큼 기존에 없던 ‘내 맘대로’식 형식 파괴에 청취자들은 마냥 즐겁다. 2006년 시작 때부터 스튜디오에서 40여명의 방청객들과 함께하는 공개방송은 아직도 싱싱하다. 돌발상황에도 익숙해졌다. 아이가 울어 엄마가 젖을 물리러 스튜디오를 나가고 아줌마 출연자가 마이크를 놓지 않고….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위트를 담아 꾸짖거나 웃어제끼면서 또다른 재미를 만든다. 남편이 8년 동안 헤어져 있던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사연이 소개돼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출연하기도 할 정도로 의외성을 담은 훈훈함도 잃지 않는다.
■ 가야 할 자리는 개그 무대, 티브이 출연 그 이상 욕심없다 화장실을 다녀오다 오프닝을 놓치고 나서 태연한 척 허둥대는 두 사람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 오후 2시 청취자들은 즐겁다. 청취율 1위뿐만 아니라 꽃배달 사업, 편의점 사업 등 손대는 일마다 대박행진이고 최근에는 싱글앨범(<사랑한다 사랑해>)까지 꾸준히 팔려 더 바랄 게 없어 보이는 그들은 이달 말 다시 <웃찾사>를 통해 개그 무대로 돌아간다. 두 사람은 “아직 코너도 안 짰다”며 엄살을 떨지만 ‘그때그때 달라요’ 시절처럼 함께 짝을 짓는 개그뿐 아니라 후배들이 진행하고 있는 코너의 보조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라디오 진행과는 달리 개그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개그 무대에 서는 게 가장 힘들죠. 나이 부담도 있구요, 기대치가 있는데 못 웃기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도 커요. 다 잘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정찬우)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욕심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텔레비전)방송에는 욕심이 없어요. 저는 무거운 것이 눈앞에 있어도 못 드는 척하면서 웃기는 것은 못해요. 들 수 있으면 들어야죠. 그렇게 웃기면 텔레비전이 가식의 매체가 되는 거죠.”
정찬우의 말에 김태균이 “(하기 싫은) 티가 나서 열심히 안 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생방송 예능 같은 게 있으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찬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저희들은 보조로 등장하기에는 (몸값이) 비싸고, 메인을 맡기기에는 사고칠까봐 두려운 존재여서 섭외가 안 들어오기는 한다”며 크게 웃었다.
청취율이 2위로 내려앉기 전에 떠나겠다는 컬투.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는 건 “코미디언도 정상적으로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오만한 척하는 그들 앞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은 그들이 따뜻하기 때문일 게다. 김태균은 이달 말 <태교는 즐겁다>는 책을 낸다. “세계 최초로 남자 개그맨이 쓴 태교책”이라는 김태균의 넉살에 정찬우는 “무조건 좋을 거~죠. 왜냐, 실력 있으니까요!”라며 거든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동영상 은지희피디eunpd@hani.co.kr
과감한 형식파괴, 말장난에 청취자 중독돼
이달말 ‘웃찾사’ 구원등판 “기대치 높아 부담” 16년 동안 자동법을 가져온 듯 생각나는 대로 막말을 던지며 말개그의 성채를 쌓아올린 컬투 정찬우(41·사진 왼쪽), 김태균(37). 오후 2시, 에스비에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저인망식으로 두 사람이 던지는 개그에 어느 대목에선가 걸려들게 된다. 맥락없이 그들이 “페르난도”라고 외치면 “마자나”를 답하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페르난도, 마자나’라는 외침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슬픈 순간에는 낮은 톤으로 외치면 되고, 기쁠 땐 환호성으로 내지르면 된다. 앞뒤 없이 웃기는 2시간의 라디오 개그쇼 <두 시 탈출 컬투쇼>는 2006년 5월 방송을 시작해 3개월 만에 동시간대 1위의 청취율을 달성하더니 이달 초 청취율 조사에선 라디오 프로그램 전체에서 1위를 기록했다. 3년을 최고의 자리를 지켜 온 컬투를 에스비에스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지난 15일 만났다. [현장] 야단법석 라디오 ‘컬투쇼’를 만나다 [%%TAGSTORY1%%] ■ ‘이해불가’, ‘내맘대로’에 훈훈함을 더한 개그쇼 컬투 특유의 순발력이 묻어나는 ‘미친 상담소(시즌 3)’ 코너에서, 컬투는 지구온난화로 북극개들이 몰려와 개판이 됐다는 남극에서 20년 동안 산타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진 92살의 산타가 된다. 어느 날은 닭을 신봉하는 ‘부동산 부동산’의 주인이다. 전혀 맥락이 없다. 정찬우는 “미친 상담소에 적응하려면 3주는 걸립니다. 하지만 중독성이 있죠! 왜냐, 잘하니깐.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컬투쇼의 지휘자인 컬투는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이미 3년 전부터 보여 왔다. 그들 앞에서는 가수 케이시엠(KCM)은 영어 이니셜이 변용돼 ‘김치면’으로 불리고, 비엠케이(BMK)는 ‘박명국’이 된다. 사연을 읽다가 조금이라도 지겨우면 그 자리에서 사연을 ‘구겨’ 버린다. “이문세 선배가 구기면 뉴스지만 제가 구기면 개그죠. 이제는 아예 사연 아래에 ‘재미없으면 구겨주세요’라고 쓰거나 인터넷 실시간 게시글로 ‘지금 읽는 사연 재미없으니 구겨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해요.”(정찬우) 새 앨범을 들고 온 가수들의 타이틀곡을 3번 이상 반복해 방송하기도 할 만큼 기존에 없던 ‘내 맘대로’식 형식 파괴에 청취자들은 마냥 즐겁다. 2006년 시작 때부터 스튜디오에서 40여명의 방청객들과 함께하는 공개방송은 아직도 싱싱하다. 돌발상황에도 익숙해졌다. 아이가 울어 엄마가 젖을 물리러 스튜디오를 나가고 아줌마 출연자가 마이크를 놓지 않고….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위트를 담아 꾸짖거나 웃어제끼면서 또다른 재미를 만든다. 남편이 8년 동안 헤어져 있던 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사연이 소개돼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출연하기도 할 정도로 의외성을 담은 훈훈함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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