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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거만한 재벌2세, 노력하면 될 수 있다

등록 2009-01-22 08:29수정 2009-01-22 10:21

KBS2 ‘꽃보다 남자’ 이민호.
KBS2 ‘꽃보다 남자’ 이민호.
KBS2 ‘꽃보다 남자’ 이민호
꽃미남이라기엔 2% 부족한 외모
원작보다 다양한 색깔 보여줄 것
볼펜 물고 발음연습…연기력 욕심
다리 꼬고 인터뷰 “거만해 지려고”
외모에 자신 가져본 적이 별로 없다. 집안도 넉넉치 않다. 공부도, 친구도 평범하기 그지없다. 이게 ‘나’다. ‘나’는 가끔 왕따 기운을 느낄 만큼 소심하고, 누군가를 왕따시키는 다수에 살짝 얹혀살 만큼 조금은 비겁하다.

그런 ‘나’를 위해 듣도 보도 못한 뉴칼레도니아행 전용기를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다. 그가 나를 다시 전용헬기에 태워 “내 맘 알지?”를 속삭인다. 원조 재벌2세 역의 차인표가 15년 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들었던 헬멧 대신, 빨간 소화기를 들고 왕따당하는 나를 구한다. 대한민국 제1 재벌그룹 ‘신화’의 후계자 구준표. 집안에 설 자리도 없을 만큼 명품 가전·가구들을 가득 선물한 그에게 가족들은 “재벌! 재벌!”을 외친다.

보는 이의 속물 근성을 건드리면서도 독특한 상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귀엽지만 고약한 드라마. ‘막장 설정’이라는 의심을 사면서도 그 끝을 감춰 비난을 피해가는 이기적 드라마가 떴다. 한국방송(2TV)의 <꽃보다 남자>는 ‘마성의 스토리’라는 마니아들의 절대 지지에 힘입어 시청률 19주 연속 1위인 <에덴의 동쪽>을 턱밑(0.3%포인트 차이)까지 쫓고 있다.

지난 20일 <꽃보다 남자>를 이끄는 ‘꽃남 4인방’(에프4)의 리더인 구준표 역의 이민호(22)를 경기도 양평 촬영장에서 만났다. 현장은 항공기 소음으로 5분째 촬영이 중단된 상황. “준표야, 비행기!” 공동연출자 이민우 피디가 ‘구준표’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구준표는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비행기 세워!”라고 내뱉는다. 일순 그 대책 없는 거만함에 폭소가 터진다.

이민호의 거만함은 자연스러웠다. 벼락스타가 됐다는 말에 “촬영장에만 있어 잘 모르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느끼하다는 지적에는 “볼수록 정감이 가는 스타일 아니냐”고 반문한다. “느끼한 건 파마 때문이니 14회까지만 참으라”고 던지듯 말을 잇는다. 그 이후에는? 많이 알면 다친단다.

“평소 거만해지려고 집중하죠. 꽃미남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외모잖아요. 연기로 극복하려는데, 쉽지 않네요.”

지금 에프4 가운데 가장 많은 시선을 받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불만이 가득했다. 10점 만점에 3점을 주기도 아깝단다. 극 중 캐릭터처럼 위악적인 거 아니냐고 묻자 “혼자 있는 시간에는 (발음 연습을 위해)볼펜을 물어요”란 답이 돌아왔다.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로 모자란 부분이 도드라질까봐 발음뿐 아니라 눈빛, 손짓 등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대본의 현실감이 떨어져 연기에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닐까. 그는 “연기하면서 낯간지러운 상황이 있지만 그게 만화적 캐릭터의 매력 아니겠느냐”며 “스스로 점수가 짠 것은 연기가 부족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실 드라마 다섯 편, 영화 두 편에 출연한 중고 신인. 구준표 역을 노리고 유력 아이돌 그룹들의 꽃미남들이 몰렸음에도 연출을 맡은 전기상 피디가 “이민호 아니면 안 된다”고 일축했을 정도로 ‘히든카드’였다. 정작 그 자신은 이런 기대에 대해 “부담도 잊을 만큼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면서 재벌 2세가 되려고 준비했다”며 “난 욕심이 정말 많은 놈”이라고 했다.

“연기만큼은 천상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처럼 자유분방한 듯하면서도 눈빛 하나로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 버리는 배우를 존경하죠.”

이민호는 “돈·명예 모든 것을 가졌으나 내면은 나약한 구준표의 이중성이 교과서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원작 만화보다 덜 폭력적이고 덜 짐승같아서 매 회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원작 만화 주인공 이상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리 꼬고 등받이에 한껏 기댔던 이민호가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고백하듯 얘기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배역 맡은 것만 해도 감사해요. 더 열심히 하려구요.” 구준표가 된 이민호에게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그룹 에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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