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설특집 프로그램 전멸수준..온통 재탕
이번 설연휴 지상파와 케이블을 불문하고 방송사들의 상차림은 초라했다. 특집 프로그램은 전멸 수준이었고 인기 프로그램들의 재방송만 줄기차게 화면을 채웠다.
방송사들은 광고 시장 악화에 따른 제작비 부족 탓이라고 하지만, 단 몇 편의 칭찬받을만한 프로그램도 없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지상파 3사는 특집 드라마를 준비하지 않았다. 특집 드라마에 억대의 제작비를 들일 여유가 없다는 이유지만 요즘처럼 안방극장에 막장 드라마들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절 때조차 가족애나 휴머니즘을 강조한 건강한 드라마가 없다는 것은 방송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문마저 들게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 위에 군림하는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KBS 2TV '꽃보다 남자'가 26일 막강 경쟁작인 MBC TV '에덴의 동쪽'을 뛰어넘는(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인기를 모았다는 점은 씁쓸하다. 온가족이 둘러앉아 볼 수 있는 드라마의 부재 속에서 막장 드라마가 명절에도 활개를 친 것이다.
24~26일 방송된 프로그램 중 시청률 20위 권에 든 특집 프로그램은 네 편뿐이고 그나마도 제대로 된 특집이 단 두 편뿐이라는 점은 방송사들의 이번 상차림이 얼마나 무성의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청률 10위를 차지한 SBS TV '설날특집 스타주니어쇼 붕어빵'과 18위에 오른 KBS 1TV 설특집다큐 '홍어잡이 고수열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존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이 한복만 입고 나와 '설특집'이라고 우기는 격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스페셜'이라는 이름을 단 재방송 짜깁기였다.
지상파 3사는 24일 13개, 25일에는 26개, 26일에는 42개 등 총 81개 프로그램에 '설특집'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러나 이중 실제로 설특집으로 별도 제작된 프로그램은 10여개 뿐이다. '무늬만 특집'이 즐비했다는 얘기로, 대부분 기존 포맷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의상의 변화로만 설 분위기를 냈다.
눈을 부릅떠야 찾을 수 있는 설특집 중에서도 재미와 감동을 모두 전해준 프로그램은 전무한 수준이었다. 감동은 커녕 26일 방송된 MBC TV '설특집 스타 격투기 쇼-내 주먹이 운다'의 경우는 아무런 목적의식없이 실제 난투극을 방불케하는 연예인들의 격투기를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이 연예인들의 가벼운 입담 위주로 진행됐다. 채널을 불문하고 똑같은 패널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민 것은 물론이다.
그런 와중에 '꽃보다 남자'나 '패밀리가 떴다', '아내의 유혹' 등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연속 방송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불문하고 장시간 이어졌고, 영화는 신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차례 방송된 작품들이 또다시 '특선영화'라는 이름 하에 전파를 탔다. 설 연휴였지만 경제 한파로 얼어붙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일 특집 프로그램은 없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런 와중에 '꽃보다 남자'나 '패밀리가 떴다', '아내의 유혹' 등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연속 방송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불문하고 장시간 이어졌고, 영화는 신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차례 방송된 작품들이 또다시 '특선영화'라는 이름 하에 전파를 탔다. 설 연휴였지만 경제 한파로 얼어붙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일 특집 프로그램은 없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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