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9일 펼쳐진 ‘돌+아이’ 선발대회.
〈무한도전〉 ‘돌+아이’ 선발대회 400여명 경쟁
채소인간·괴성소녀…“정말 돌아이들만 모였네”
채소인간·괴성소녀…“정말 돌아이들만 모였네”
#1. 1995년 겨울 한국방송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대학 초년 생활보다 개그맨의 꿈이 더 소중했던 스무 살, 개그맨 부문에 지원했다. 예선 탈락은 아팠다. 당시 슈퍼탤런트 입상자는 차태현, 송윤아.
#2. 2008년 11월14일 차태현 인터뷰
<종합병원 2>에 출연 중인 그를 만나면서 10여년 전 기억이 되살아나다.
#3. 2008년 11월30일 ‘돌+아이 선발대회’ 지원
차태현 인터뷰 이후 며칠째 <무한도전> 누리집의 ‘돌+아이 선발대회’ 공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이날 밤 12시 마감을 10분가량 남기고 접수 버튼을 눌렀다. 지원자는 이미 1000명이 넘었다. ‘녹화 현장 공개가 없었던 <무한도전>의 속살을 단독(!) 보도하겠다’고 둘러대겠지만…. 난 대회에 나가고 싶을 뿐이다.
<무한도전> ‘돌+아이’ 선발대회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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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9년 1월21일 <무한도전>의 전화를 받다
설 연휴 프로그램 소개 기사를 쓰다가 <무한도전> 사진 자료가 부족해 제작진에 전화를 걸었다. 그 뒤로 1시간쯤 지났을까. 다시 전화가 왔다. “돌아이 콘테스트 접수하셨죠? 29일 예심입니다. 준비해 주세요”라는 익숙한 목소리. 혹시 기자란 사실이 들통난 건 아닐까.
#5. 2009년 1월28일 밤 한겨레신문 사옥 옥상
야근 중인 후배 동료 기자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나 돌아이 선발대회 나가.”
한겨울 밤 달빛을 받으며 그들에게 ‘전위적’인 무용과 무한도전 자작곡을 선보였다. 일종의 사전 예심. 반응은 나쁘지 않다. 무용 의상으로 공덕시장에서 산 ‘쫄쫄이’ 타이츠가 든든하다.
#6. 2009년 1월29일 대회가 열리다 오전 9시 일산 문화방송 드림센터 사옥 현관에 집결. 예심 20분 전, 이미 지원자 300여 명이 대기 중이다. 참가 번호는 213번. 느낌이 좋은 번호다. 노홍철 복장을 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전북 전주에서 올라온 김성철(24)씨는 노홍철과 꼭 닮은 수염을 들이대며 “주저없이 즐기겠다” “이건 축제”라고 외쳤다. 김태호 피디의 닮은꼴 복장을 한 지원자도 여럿 보였다. 가장 떠들썩한 이는 299번 김정우(26)씨. <아찔한 소개팅>이란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올킬남’(이른바 킹카)으로 꼽혔고, 현재도 방송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전 10시께. 현관이 술렁인다. 노홍철이 나타났다. 400여명으로 불어난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지원자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렸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은 상태에서도 싫은 내색 하나 없는 그다. 2월 말 방송 예정인 돌아이 선발대회 오프닝 녹화가 시작됐다. 카메라 5대가 돌아간다. 편집과 자막으로 현실감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답게 카메라는 예심이 끝날 때까지 줄곧 지원자들을 따라다닌다. 이어 노홍철은 지원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신을 ‘채소’라고 소개한 지원자(머리는 녹색, 옷은 빨간색인데, 스스로 토마토라고 주장), 자신을 ‘좀커’라고 부르며 배우 히스 레저의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난 지원자, 치과의사라며 해바라기 가면을 쓴 지원자 등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내 앞 번호인 212번이 “정말 돌아이들만 모인 것 같다”며 한마디 한다. 온갖 기상천외한 의상·소리로
100초안 ‘비정상’ 뽐내느라 북새
50초에 떨어진 기자 등 탈락자
“그래도 이건 축제” 흥겨움 넘쳐 #7. 노홍철 앞에 서다
대회 장소는 드림센터 2층 공개홀. 지원자들은 6개 조로 나뉘어 객석 쪽에 자리를 잡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눈치볼 것도 없이 400여명은 저마다의 ‘비정상’을 보여주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공개홀 무대 쪽에 부스 6개가 차려졌다. 그 안에 <무한도전> 멤버 여섯이 각각 1번 방부터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전진, 유재석 순으로 들어가 심사한다. 방마다 카메라가 한 대씩 돌고, 객석 쪽에도 카메라 두 대가 지원자들을 인터뷰했다. 1차 예심에서 여섯 멤버가 336팀을 놓고 각각 50여팀(개인 포함)씩 제작진 한명과 함께 심사를 보고 그 가운데 60팀 정도를 추려낸다. 나는 4번 부스. 오전 11시가 넘자 예심이 시작됐다. 부스에서 나온 온갖 괴성과 노랫소리, 발 구르는 소리 등이 공개홀을 울린다. 가장 많은 웃음을 자아낸 건 “1박! 2일!”이라는 외침. 비공개 심사여서 안은 들여다볼 수 없다.
6번 방 유재석이 가장 많이 웃어준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1시간여 끝에 차례가 왔다. 평범한 외모로 나를 안심시키던 212번이 갑자기 돌아보며 “제 말 가면 괜찮아요?”라고 말을 건넸다. “바지도 벗는 게 낫겠죠?”라고 했다. 알고 보니 바지 안에 무용복을 입고 왔다. 214번 지원자도 변신을 마쳤다. 부끄러움에 내 손발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부스 문 열자 노홍철이 웃으며 맞는다. 카메라가 돌고 100초를 표시하는 모니터가 놓여 있다. 50초 정도 흘렀다. 노래 같지 않은 노래 하나를 부르고 쑥스러움에 ‘나는 돌아이는 아닌가 보다’며 절망하는 순간, “형님, 다 하신 건가요?” 그의 목소리에 주춤했다. “형님, 수고하셨어요.” 환하게 웃는 노홍철. 무용은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자신의 끼를 보여주는 데 할당된 시간은 100초. 그 안에 준비한 걸 모두 보여준 지원자는 별로 없었다. 강원도 강릉에서 대회 전날 아버지와 함께 올라왔다는 채희선(18)양은 공주 복장으로 ‘동물 소리’를 내다 목이 쉬었지만 더 소리를 지르지 못해 아쉽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형돈을 닮아 주위를 놀라게 한 208번 김현주씨는 “정형돈 있는 3번 부스에 들어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문화방송 공채 개그맨 김경진씨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동등한 자격으로 테스트를 받게 된 김씨는 ‘손 안 대고 추리닝 입기’를 했다. 사실 그는 몸 개그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얼굴만 봐도 웃겼다. 1차 예심은 2시간 만에 끝. <무한도전> 여섯 멤버가 직접 지원자들 앞에서 인사했다.
#8. 명단 발표-희비가 엇갈리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58팀 80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213번 하어영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말 가면을 쓴 212번도 없었다. 1차 통과 명단에 든 ‘강릉 소녀’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제작진은 탈락자들을 위해 ‘할 말 있어요’란 부스도 설치했다. 이미 줄을 선 탈락자들. 즐기고 돌아가는 얼굴에 실망보다 흥겨움이 넘친다. <전국노래자랑> 의왕시 편에서 인기상 탔다는 초등학생도, 제작자 김태호 피디와 닮은꼴인 백수 청년도 환하게 웃었다. 한 지원자는 “돌아이의 끼보다 개그를 짜 온 팀이 대부분 1차를 통과했다”며 “주최쪽 의도를 잘못 파악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2차 예심은 여섯 멤버가 나란히 앉아 심사했다. 첫 출연자인 8번 최규락씨는 앞머리 밀고 아래에 타이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실은 예선을 통과할 줄 몰라서 더 준비한 게 없다”고 털어놓았다. 2차 예심은 밤늦도록 계속됐다. 온종일 촬영된 이 대회의 방송 분량과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태호 피디는 “2월 말께 방송이 예정돼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6. 2009년 1월29일 대회가 열리다 오전 9시 일산 문화방송 드림센터 사옥 현관에 집결. 예심 20분 전, 이미 지원자 300여 명이 대기 중이다. 참가 번호는 213번. 느낌이 좋은 번호다. 노홍철 복장을 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전북 전주에서 올라온 김성철(24)씨는 노홍철과 꼭 닮은 수염을 들이대며 “주저없이 즐기겠다” “이건 축제”라고 외쳤다. 김태호 피디의 닮은꼴 복장을 한 지원자도 여럿 보였다. 가장 떠들썩한 이는 299번 김정우(26)씨. <아찔한 소개팅>이란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올킬남’(이른바 킹카)으로 꼽혔고, 현재도 방송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전 10시께. 현관이 술렁인다. 노홍철이 나타났다. 400여명으로 불어난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지원자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렸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은 상태에서도 싫은 내색 하나 없는 그다. 2월 말 방송 예정인 돌아이 선발대회 오프닝 녹화가 시작됐다. 카메라 5대가 돌아간다. 편집과 자막으로 현실감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답게 카메라는 예심이 끝날 때까지 줄곧 지원자들을 따라다닌다. 이어 노홍철은 지원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신을 ‘채소’라고 소개한 지원자(머리는 녹색, 옷은 빨간색인데, 스스로 토마토라고 주장), 자신을 ‘좀커’라고 부르며 배우 히스 레저의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난 지원자, 치과의사라며 해바라기 가면을 쓴 지원자 등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내 앞 번호인 212번이 “정말 돌아이들만 모인 것 같다”며 한마디 한다. 온갖 기상천외한 의상·소리로
100초안 ‘비정상’ 뽐내느라 북새
50초에 떨어진 기자 등 탈락자
“그래도 이건 축제” 흥겨움 넘쳐 #7. 노홍철 앞에 서다
<무한도전> ‘돌+아이’ 선발대회에 참가한 하어영 기자(오른쪽)가 299번 참가자 김정우씨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은 299번 참가자의 친구가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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