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다큐 10+’ BBC 제작 4부작 선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산 쇠고기, 세계 금융위기,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 지난 1년여 동안 우리의 실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이들 이슈는 미국에서 시작돼 태평양을 건너온 것들이었다.
대공황, 2차 대전, 베트남 전쟁 등을 겪으며 20세기를 주도하던 미국은 21세기에 들어서 9·11 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지지부진한 대테러전, 전세계를 공황으로 몰아넣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미국의 위기는 지금까지 미국을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에 의문을 품게 한다.
교육방송(EBS)은 <다큐 10+> 특별기획 4부작 ‘다시 보는 미국’을 통해 미국이라는 존재를 탐색한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가 지난해 11월부터 방송한 다큐멘터리로, 미국의 건국부터 최근 대선 직후의 상황까지 미국의 역사가 충실히 반영돼 있다. 전쟁, 종교, 자원, 인종 등 미국을 상징하는 4가지 주제를 망라했다.
4일 밤 11시10분 방송되는 제1편 ‘전쟁과 평화’에서는 미국이 치른 전쟁들을 살핀다. 미국 건국 당시 제퍼슨의 이상주의와 해밀턴의 현실주의의 대립은 미국의 역사에서도 반복해 나타난다. 남북전쟁, 미국-스페인 전쟁 등을 돌아보며 미국 역사에서 되풀이된 애국주의·군국주의와 반전·반제국주의의 대립을 분석하고, 그 전통이 재현된 2008년 대선을 살핀다. 이어 5일 방송되는 제2편 ‘정치와 종교’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에 처음 정착한 전통과 함께 레이건과 부시의 대선 승리를 도운 복음주의자들, 이번 대선에서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흑인교회를 들여다본다. 실제로 오바마는 여러 차례 기독교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언급했고, 흑인교회는 적극적으로 그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미국의 심각한 물 부족을 다룬 제3편 ‘풍요의 땅에 닥친 위기’ 편(11일 방송)은 1930년대의 관개사업이 불러온 또다른 위기를 보여주는데, 4대강 사업 등이 현실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일 방송될 제4편 ‘미국 그리고 미국인’ 편은 이민자들의 나라로서의 미국을 살핀다. 케냐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 됐지만, 오바마의 당선은 뿌리깊은 인종차별이라는 고통스런 역사가 남긴 결과물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