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화 “오랜만에 신나게 연기해요”

KBS 2TV '미워도 다시 한 번' 은혜정 역

단아한 이미지의 배우 전인화가 "오랜만에 신나게 연기한다"며 파격적인 변신에 만족감을 표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극본 조희, 연출 김종창)에 출연 중인 전인화는 2일 KBS수원센터에서 "중년층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가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고 일단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며 "매일 밤을 새워도 단합이 잘되고 호흡이 잘 맞으니까 좋다"고 말했다.

중년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는 전인화, 박상원, 최명길의 열연으로 MBC '돌아온 일지매'와 SBS '카인과 아벨'을 누르고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나이 연기자들은 너무 빨리 드라마에서 엄마의 길을 가야 하는 게 현실인데 얼마든지 우리 나이의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층 역할을 넘어가면 엄마 역을 해야 하는 슬픈 현실에 순응하는 편이었는데 이런 배역을 맡게 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신나게 연기하고 있어요."

극 중 전인화는 첫사랑 이정훈(박상원)의 내연녀로 그를 사이에 두고 그의 아내인 재벌 회장 한명인과 대립하는 인기 영화배우 은혜정 역으로 출연 중이다.

배우로서 극 중 배우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그는 "배우로 살아가는 동안 느꼈던 감정보다 막상 극 중에서 표현하니까 '이런 애로점이 있었구나'라고 새삼스럽게 느낀다"고 공감을 표했다.

"영화배우처럼 외부에 노출되는 인물이 아니라면 내 사랑을 당당하게 더 표현할 수 있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직접 부딪칠 수도 있을 텐데 꽁꽁 가슴속에 담고 살아야 하니 힘들죠. 가족한테까지 미치는 영향이 드라마 속 이야기에서도 고스란히 나와요. 연기자들의 애로 사항이죠."

극 중 떠나간 이정훈의 아이까지 기르며 사는 그는 여전히 정훈을 자신의 남자라고 생각하며 가슴앓이를 한다.

실제로는 남편인 배우 유동근과 20대 초반에 만나 20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전인화는 "첫사랑인 남편과 결혼했기 때문에 혜정의 사랑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 상상력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하게 사랑했고 그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혜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인기배우로서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속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로 사극에 출연하며 온화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보여온 전인화에게 이번 역할은 파격적인 변신이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에 빠졌던 그는 이제 은혜정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굉장히 편안해요. 직업도 저와 똑같은 여배우고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고 주름이 잡혀가는 것을 슬프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고, 그 나이대에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사람만을 사랑했기 때문에 '같이 살지 않아도 내 마음은 너에게 있다'는 한마디를 들으려 투정하는 은혜정의 마음을 이해해요."

은혜정 역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남의 가정의 위협하는 악녀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연기하는 전인화에게는 이제 악역이 아닌 한 인간일 뿐이다.

전인화는 "굳이 혜정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을 공유하고 있고, 내가 악해지고 싶은 것이 아니고 누구나 주변환경에 따라 그런 면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