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난 개콘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안영미
대박 난 개콘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안영미
존재감 없었는데…감사드릴 뿐이죠
‘손 잡아준 강유미’ 스승이자 라이벌
존재감 없었는데…감사드릴 뿐이죠
‘손 잡아준 강유미’ 스승이자 라이벌
수줍음 많아 고민이던 고등학생 안영미. 그는 연극반에 들어가 <모스키토>라는 연극에서 이혼남, 왕따 바보 등의 1인7역을 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 길이다’ 싶었다.
“웃어주니 힘이 나더라구요.”
개그는 생각지도 못했다. 연기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지각생! 코미디언 (모집)원서 넣겠어요!”
교수님은 지각한 안영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날은 4월1일 만우절이었다.
“진짜 참가하라구요?” 웃기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오디션은 봐야 할 것 같아 연습하는 셈 치고 참가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한국방송의 코미디언(공채 19기)이 됐다. 2004년의 일이다.
“예쁘지도 않고, 딱히 개성이 강하지도 않고 …. 매주 내는 아이디어는 10개를 넘어가도 통과를 못하고 …. 그만둘까도 생각했죠.”
힘들 때마다 “딱 1년만 버티자”고 다짐했다. 미모의 동료들은 벌써 다른 연예 프로에 출연하고, 몇 마디만 나눠도 ‘타고난’ 코미디언인 동기 강유미는 데뷔하자마자 조명을 받고 있었다. 함께 꼭지를 짜자는 선배, 동료 하나 없이 ‘연기하자’는 마음만 먹고 있던, 아무도 찾지 않던 1년이었다.
“함께 해 볼래?” 손을 내민 건 다름 아닌 강유미였다. 안영미는 강유미를 “내 인생의 은인이자, 선생님이자, 라이벌”이라며 “함께 배우면서 평생을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둘은 ‘고고 예술 속으로’라는 꼭지로 대박을 쳤다. 지난 4일 오후 한국방송 2텔레비전 <개그콘서트> 녹화(8일 방영)를 마치고 시작한 인터뷰가 밤 10시를 넘어섰다. 그의 목소리에서 쉰소리가 들렸다. 한 옥타브 높은 톤을 조금 낮춰도 된다고 말했지만 침을 튀겨 가며 호탕하게 “괜찮다”를 연발했다. 2회 만에 올해의 대박 꼭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분장실의 강 선생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오늘 연기에서 틈이 보였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이날도 관객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안영미 자신의 평가는 냉정했다.
“상황에 녹아드는 연기가 아니라 개그적으로 살리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거든요. 2회가 나간 다음 의외로 큰 반응이 와서 부담이 됐나 봐요. 분장하느라 호흡 맞출 시간도 부족했구요.”
‘황현희의 소비자 고발’이 끝난 직후 그는 분장실로 달려갔다. 무대에 오를 때까지 분장하는 데만 분초를 다툰다.
“무대 위에 있으면 눈빛들이 보여요. 웃겨봐라 이것들아, 하는 사람부터 웃을 타이밍을 열심히 찾는 팬들까지 ….”
안영미는 성공 비결에 대해 “일단 분장으로 관객들을 낯설게 만들어 무장해제시킨 다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웃게 만드는 힘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군대에서 반응이 뜨거워요. 직장, 학교 등 위계 질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찬가지구요. 착한 역할을 하는 최고참과 위로는 아부를, 아래로는 악역을 도맡는 중간 고참, 나이 불문하고 어린애가 돼 버리는 후배까지 어느 조직이든 있는 상황이잖아요.”
관객들의 열광에 대한 안영미의 고민은 분장보다는 이야기에 가 있었다. 하지만 짓궂은 관심들은 여전히 ‘끝을 보여주는’ 분장에 집중된다. 코미디언 분장의 ‘막장’이라는 ‘골룸’을 2주 만에 ‘황비홍’으로 교체한 것도 팬들의 성화 때문이었다. “3주는 버티려 했는데 2주 하고 나니까 벌써 다른 것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빗발쳐서요.”
첫주에는 썰렁한 관객 반응에 상처를 입을까 싶어 “그래도 여자들인데 분장에 고생한 만큼만 웃어주면 좋겠다”며 스스로 격려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골룸을 넘어설까, 황비홍은 반응이 어떨까’ 하는 고민들로 가득하다.
물론 안영미는 스스로 모든 상황을 감사하며 즐기고 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치아 교정기를 낀 탓에 발음이 문제가 돼 라디오 진행에서 하차하는 등 곤란을 겪었다. 하지만 “영간인 듈 아라, 이거뜨라(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나 “똑빠노 해, 이거뜨라”(똑바로 해, 이것들아) 등의 유행어는 새는 발음을 만들어내는 교정기 덕분이었다.
안영미는 여전히 1인7역의 연기자를 꿈꾼다. 하지만 이제는 <개그콘서트> 무대가 연기력을 검증받을 무대란 생각에 감사해하며, 독한 분장은 연기의 폭을 넓힐 계기라고 믿는다. 그래도 여자 연기자로서 부담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안영미는 틈을 주지 않고 “먹고살려고 하는 디시야, 이거뜨라!”(먹고살려고 하는 짓이야, 이것들아)라며 웃는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함께 해 볼래?” 손을 내민 건 다름 아닌 강유미였다. 안영미는 강유미를 “내 인생의 은인이자, 선생님이자, 라이벌”이라며 “함께 배우면서 평생을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둘은 ‘고고 예술 속으로’라는 꼭지로 대박을 쳤다. 지난 4일 오후 한국방송 2텔레비전 <개그콘서트> 녹화(8일 방영)를 마치고 시작한 인터뷰가 밤 10시를 넘어섰다. 그의 목소리에서 쉰소리가 들렸다. 한 옥타브 높은 톤을 조금 낮춰도 된다고 말했지만 침을 튀겨 가며 호탕하게 “괜찮다”를 연발했다. 2회 만에 올해의 대박 꼭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분장실의 강 선생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오늘 연기에서 틈이 보였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이날도 관객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안영미 자신의 평가는 냉정했다.
개그 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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