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에서 푼수 신자 역을 맡아 변신한 탤런트 김미숙. (연합뉴스)
데뷔 30년만에 변신…섹시한 팜므파탈, 푼수 거쳐 악녀까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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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변신이라는 단어가 저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제가 변신의 중심에 서 있게 됐네요." 배우 김미숙(50)을 설명하는 단어는 늘 차분한 모노톤이었다. 청초하고 이지적이며 부드러운 이미지는 그의 연기 인생 30년간 줄곧 유지돼왔다. 그런 그가 변화하고 있다. 그 색감이 아주 화려해 현기증이 날 정도다. 2007년 SBS TV '로비스트'에서 은발의 섹시한 팜므파탈로 변신했던 그는 지난해 12월부터는 MBC TV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에서 '폭탄 머리'의 푼수 문신자로 등장하고 있다. 입는 옷은 모두 원색이고 됨됨이는 폭탄 머리만큼 대책 없다. 그런데 또 있다. 내달 말 시작하는 SBS TV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가 된다. "옛날에 제가 주장하던 것은 '내가 원래 가진 톤을 더 진하게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까 그런 역할들이 저보다 어린 배우들에게 가기 쉽고 또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단비가 내리던 날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미숙은 우리가 익숙히 아는 모습이었다. 비오는 날의 분위기와 어울리고, 커피향이 어울리는 배우. 하지만 그는 '사랑해, 울지마'를 촬영하기 위해 매번 2시간씩 파마를 하고 촬영장에 나가 180도 돌변한다. "신자는 정말이지 김미숙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옷들만 입어요. 그렇지만 촌스럽지는 않아요. 특이할 뿐이죠.(웃음) 화장도 지금까지는 진하게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작심하고 하죠. 지금까지는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살아보지 못했는데 문신자는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니 대리만족의 즐거움은 있어요." 자기가 낳은 딸 미수(이유리 분)를 언니한테 맡기고 미국으로 떠나있다 돌아온 대책 없는 미혼모 신자는 돌아와서도 세상 물정 모르고 연애를 즐긴다. "극중 상대역인 맹상훈 씨랑 연애하는 장면을 찍을 때 서로가 민망해 죽을 뻔했어요. 차라리 진지한 멜로면 낫겠는데 코믹하게 표현해야하니 닭살 돋는 연기를 해야하잖아요. 그런 장면을 찍어야하는 촬영 전날에는 쑥스러워 잠을 못잤다니까요.(웃음)" 그러나 그런 신자가 조만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결혼까지 약속한 상대가 하필이면 미수의 약혼자인 영민(이정진)의 고모부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의 오랜 지기인 '사랑해, 울지마'의 박정란 작가가 신자 역을 김미숙에게 맡긴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은 아직 안됐지만 촬영은 했기 때문에 사실 3주째 고통스러워요. 연기도 삶인지라 딸의 앞길을 가로막는 엄마 연기를 하려니 정말 돌아버리겠더라고요. 친구들한테 '미쳐버리겠다'고 했더니 '너무 배역에 빠져있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배우의 고통을 몰라서 그런겁니다. 인물에 몰입되면 실제로 감정이 이입되거든요." 김미숙은 "배역을 통해 실제 삶의 위기를 겪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자 연기를 하며 심신이 힘들다"고 말했다.
"신자를 통해 무엇인가 큰 고비를 겪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행복 끝에 오는 낭떠러지의 고통이 너무 크거든요. 작가 선생님께서 제게 이 역을 맡기며 '미수의 친엄마로서 김미숙이 표현해줄 수 있는 게 있다'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힘드네요. 제가 너무 고민을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 신자의 상황이 기가 막히네요."
극중에서는 이처럼 고통을 겪지만 실제 생활에서 김미숙의 행복지수는 높다. 지난해 2월 두 자녀의 교육을 위해 뉴질랜드에 새 둥지를 튼 그는 현재 뉴질랜드와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전 남부럽지 않게 행복해요. 10살, 8살 두 아이, 남편과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뉴질랜드 이민은 둘째가 생길 때부터 계획했어요. 지금 아이들은 남편의 보살핌 속에 마음껏 뛰놀며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그곳 연휴에 제가 '공부 좀 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행복하게 놀다가 오라고 했는데 엄마가 왜 그러냐'고 하더군요.(웃음) 물론 애들이 상급생이 되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엄마와 떨어져있는 게 섭섭해도 거기서 학교 다니는 게 행복하대요. 하루에 통화는 20번씩 해요."
행복 끝에 마주한 신자의 고통을 감내한 뒤 김미숙은 SBS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저렇게 나쁜 여자가 어디 있느냐'는 소리를 듣게 될 예정이다.
"이왕 내 색깔이 아닌 길로 가기 시작했으니 제대로 해보려고요. 이번에는 가난이 제일 싫은 여자 역이에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애아도 버리는 독한 인물입니다."
그는 "내 오랜 이미지를 좋아해주신 분들은 '왜 변신하냐'며 항의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주인공 엄마 역을 해야하는 나이에 이렇게 소용돌이 속에 있는 역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런 역할일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노력해야하는 것이 많지만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옛날에는 변신이라는 단어가 저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제가 변신의 중심에 서 있게 됐네요." 배우 김미숙(50)을 설명하는 단어는 늘 차분한 모노톤이었다. 청초하고 이지적이며 부드러운 이미지는 그의 연기 인생 30년간 줄곧 유지돼왔다. 그런 그가 변화하고 있다. 그 색감이 아주 화려해 현기증이 날 정도다. 2007년 SBS TV '로비스트'에서 은발의 섹시한 팜므파탈로 변신했던 그는 지난해 12월부터는 MBC TV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에서 '폭탄 머리'의 푼수 문신자로 등장하고 있다. 입는 옷은 모두 원색이고 됨됨이는 폭탄 머리만큼 대책 없다. 그런데 또 있다. 내달 말 시작하는 SBS TV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가 된다. "옛날에 제가 주장하던 것은 '내가 원래 가진 톤을 더 진하게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까 그런 역할들이 저보다 어린 배우들에게 가기 쉽고 또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단비가 내리던 날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미숙은 우리가 익숙히 아는 모습이었다. 비오는 날의 분위기와 어울리고, 커피향이 어울리는 배우. 하지만 그는 '사랑해, 울지마'를 촬영하기 위해 매번 2시간씩 파마를 하고 촬영장에 나가 180도 돌변한다. "신자는 정말이지 김미숙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옷들만 입어요. 그렇지만 촌스럽지는 않아요. 특이할 뿐이죠.(웃음) 화장도 지금까지는 진하게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작심하고 하죠. 지금까지는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살아보지 못했는데 문신자는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니 대리만족의 즐거움은 있어요." 자기가 낳은 딸 미수(이유리 분)를 언니한테 맡기고 미국으로 떠나있다 돌아온 대책 없는 미혼모 신자는 돌아와서도 세상 물정 모르고 연애를 즐긴다. "극중 상대역인 맹상훈 씨랑 연애하는 장면을 찍을 때 서로가 민망해 죽을 뻔했어요. 차라리 진지한 멜로면 낫겠는데 코믹하게 표현해야하니 닭살 돋는 연기를 해야하잖아요. 그런 장면을 찍어야하는 촬영 전날에는 쑥스러워 잠을 못잤다니까요.(웃음)" 그러나 그런 신자가 조만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결혼까지 약속한 상대가 하필이면 미수의 약혼자인 영민(이정진)의 고모부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의 오랜 지기인 '사랑해, 울지마'의 박정란 작가가 신자 역을 김미숙에게 맡긴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은 아직 안됐지만 촬영은 했기 때문에 사실 3주째 고통스러워요. 연기도 삶인지라 딸의 앞길을 가로막는 엄마 연기를 하려니 정말 돌아버리겠더라고요. 친구들한테 '미쳐버리겠다'고 했더니 '너무 배역에 빠져있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배우의 고통을 몰라서 그런겁니다. 인물에 몰입되면 실제로 감정이 이입되거든요." 김미숙은 "배역을 통해 실제 삶의 위기를 겪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자 연기를 하며 심신이 힘들다"고 말했다.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에서 푼수 신자 역을 맡아 변신한 탤런트 김미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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