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독한 유혹끝까지 통할까…, <아내의 유혹>
3부 접어든 SBS 아내의 유혹
“복수극 통쾌했지만 억지행진 너무 지나쳐”
“복수극 통쾌했지만 억지행진 너무 지나쳐”
“막장 드라마”라고 욕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드는 힘. 에스비에스 일일극 <아내의 유혹>(월~금 저녁 7시20분)을 상징하는 말이다. <…유혹>이 23일 100회를 맞는다. 9회 연장 방영까지 합쳐 총 129부작으로 오는 5월1일 막을 내릴 예정이니, 8부 능선에 다다른 셈이다. 지난해 11월3일 시청률 11.9%(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시작한 <아내의 유혹>은 한 달 남짓 만에 20%를 뛰어넘더니, 지난 1월 말 40% 고지를 점령했다. 지금도 꾸준히 30% 중반을 유지한다. 대체 무엇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환호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걸까?
체감 시속 300㎞의 짜릿함 줄거리는 단순하다. 남편 정교빈(변우민)한테 버림받고 죽음에까지 내몰린 아내 구은재(장서희)가 가까스로 되살아나 복수한다는 얘기다. <아내의 유혹>의 가장 큰 특징은 줄거리를 푸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이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친구 은재의 남편을 빼앗은 신애리(김서형)가 거짓 임신 소동을 벌이다 바로 같은 회 방송분 안에서 들통나는 식이다. 복수를 위해 민소희란 인물로 변신한 은재는 하루 만에 탱고 춤을 완벽하게 익힌다. 초인적인 힘으로 뭐든지 전광석화처럼 해낸다고 해서 누리꾼들이 붙인 별명이 ‘구느님(구은재+하느님)’이다. 은재의 꾐에 넘어간 교빈은 도박으로 단 하룻밤에 200억원을 날린다. 차우진 대중문화 평론가는 “다른 드라마 3회 분량을 한 회로 압축한 것처럼 극 전개가 빠르다”며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속도감에 빠져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복수가 주는 짜릿한 쾌감 또한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유혹>의 등장인물 사이의 선악 구도는 명확하다. 은재와, 교빈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민 여사(정애리)는 선, 교빈과 그 부모, 애리는 악이다. 선한 세력이 악한 세력을 응징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는 대리 만족을 느낀다.
우연은 씨줄, 억지는 날줄 아무리 높은 시청률이라도, 극 곳곳에 넘치는 허점들까지 감추진 못한다. <…유혹>은 우연과 억지를 씨줄과 날줄 삼아 얼기설기 엮은 드라마다. 주요 사건들은 우연으로 점철되고,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난무한다.
은재 등이 결정적인 비밀 얘기를 하는 순간, 카메라가 은재 주위 공간의 건물 기둥이나 벽 뒤를 비추면 거기엔 우연히 지나다 엿듣게 된 애리가 있다. 은재나 민 여사의 정체를 애리가 알아채는 결정적인 계기는 늘 이런 식이다. 은재를 겁탈하고 강제로 결혼한 교빈이 뒤에 애리와 바람이 나 은재에게 낙태를 강요하며 살인을 시도하는 등의 자극적이고 비윤리적인 설정은 미간을 절로 찡그리게 한다.
이런 억지 설정에 시청자들은 ‘막장 드라마’란 오명을 붙였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난 글들이 그칠 줄 몰랐다. 마침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8일 <…유혹>에 중징계인 ‘경고’를 내렸다. 불륜, 납치, 과도한 욕설, 폭력 장면이 가족시청 시간대에 방송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끈질긴 생명력은 독? 약? <…유혹>을 변형된 시즌제 드라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워낙 판이한 이야기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순옥 작가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애초부터 3부작으로 얼개를 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교빈에게 버림받은 은재가 복수를 결심하기까지를 1부, 은재가 민소희로 변신해 교빈에게 복수하기까지를 2부, 진짜 민소희가 나타나 은재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3부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말을 따른다면, 이미 3부의 막은 올랐다. 지난 19일 방송된 98회에서 죽은 줄 알았던 진짜 민소희(채영인)가 살아 돌아왔다. 그는 애리와 손잡고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은재에게 복수극을 펼칠 예정이다. 문제는 시청자 반응이다. 게시판에는 “이쯤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죽은 민소희를 부활시키면서까지 질질 끄는 건 너무 억지스럽다”거나 “욕하면서도 봤는데, 이제는 정말 그만 보겠다”는 등의 비난 글들이 압도적이다. 차우진 평론가는 “은재가 교빈과 그 가족 앞에서 정체를 밝히며 복수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극의 절정이었다”며 “이후엔 김이 빠지고 맥이 풀려 당장 나부터도 안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유혹>의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욕하면서 보는 분위기’가 최종회까지 이어질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유혹>의 끈질긴 생명력은 독이 될까, 약이 될까?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막장 독한 유혹끝까지 통할까…, <아내의 유혹>
끈질긴 생명력은 독? 약? <…유혹>을 변형된 시즌제 드라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워낙 판이한 이야기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순옥 작가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애초부터 3부작으로 얼개를 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교빈에게 버림받은 은재가 복수를 결심하기까지를 1부, 은재가 민소희로 변신해 교빈에게 복수하기까지를 2부, 진짜 민소희가 나타나 은재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3부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말을 따른다면, 이미 3부의 막은 올랐다. 지난 19일 방송된 98회에서 죽은 줄 알았던 진짜 민소희(채영인)가 살아 돌아왔다. 그는 애리와 손잡고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은재에게 복수극을 펼칠 예정이다. 문제는 시청자 반응이다. 게시판에는 “이쯤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죽은 민소희를 부활시키면서까지 질질 끄는 건 너무 억지스럽다”거나 “욕하면서도 봤는데, 이제는 정말 그만 보겠다”는 등의 비난 글들이 압도적이다. 차우진 평론가는 “은재가 교빈과 그 가족 앞에서 정체를 밝히며 복수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극의 절정이었다”며 “이후엔 김이 빠지고 맥이 풀려 당장 나부터도 안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유혹>의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욕하면서 보는 분위기’가 최종회까지 이어질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유혹>의 끈질긴 생명력은 독이 될까, 약이 될까?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