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연기에 대해 물었다. 183㎝의 덩치에 커피잔 받침보다 조금 더 큰 얼굴을 지닌 그가 소 같은 큰 눈을 끔벅거린다. 솥뚜껑 같은 거친 손을 가슴에 얹는다. “이 가슴에 쌓아둔 게 많아서…. 기사 안 쓰실 거죠?” 2007년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이야기부터 10년을 괴롭혀온 연기력 논란까지 한달음이다. 오지호의 말들은 잦은 한숨으로 종결어미를 찾기 힘들다. “이제 와 어쩔 수 없는 일인데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요….”
카리스마+유머 차승원 닮고파
삶의 굴곡 연기에 배어났으면 다시 연기에 대해 물었다. 아픈 과거만 영리하게 도려내 조목조목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연기력을)타고나지 못해 배워서 써먹는다”며 “그래도 배우는 건 느리지 않은 편”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시절까지는 반장을 도맡아 했다는 말을 꺼내면서 얼굴이 환해진다. 전교회장도 했다는 말은 굳이 또박또박하게 발음한다. 중3 때 전교 2등을 했던 시험, 서울로 전학오자마자 모의고사를 치러 7등을 한 것까지 세세하게 기억해낸다. 또 한달음이다. “그러다가 고2 때 사춘기가 왔어요. 전문대를 갔죠. 어쩌겠어죠. 이것(연기)을 죽도록 했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목젖이 드러나도록 웃는다. 또다시 연기에 대해 물었다. 지금 출연중인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동료인 김남주의 몸 연기와 최철호의 눈빛 연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2001년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아이 러브 유>에서 김남주는 톱 배우였고, 오지호는 신인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좀 늘지 않았냐”며 “남주 누나한테 ‘많이 늘었다’는 칭찬도 듣는다”며 수줍게 웃는다. <내조의 여왕>에서 온달수 역을 맡기 전인 지난해 그는 <늘근도둑 이야기>라는 연극에 캐스팅됐다. 4개월여의 연습 끝에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로 <내조의 여왕> 종영 뒤 무대에 설 계획이다. 배역은 89년 문성근, 96년 유오성이 거쳐가며 연기의 터전을 닦은 1인 3역 수사관이다. “무섭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오래 하고 싶으니까요.” 데뷔 뒤 말 못했던 고민도 연극 무대에서 해결했다. “제가 배워야 하는 건 표준어가 아니라 서울 말씨더라구요. 남들은 잘 모르는 전라도 사람들 특유의 톤이 있죠. ‘~요’가 반복되는 대사가 나오면 주눅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동안 ‘~요’로 끝나는 대사가 이어지면 ‘~다’, ‘~까’로 대사를 바꾸던 말 못할 숙제를 최근 풀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몸동작과 발성이 중심인 넉달간의 연극 준비로 뒤늦게 조금 더 컸다”며 “진작 연극에 도전해 볼걸 그랬다. 시작한 김에 연기를 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년,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지현이 안기는 넓고 투박한 가슴(영화 <미인>)으로, 4차원 한예슬을 이해해주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든든한 벽(드라마 <환상의 커플>)으로, 오연수가 기대는 나지막해 더 듬직한 언덕(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으로. 세상에 배반당한 여인들에게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 기댈 수 있는 안온함이었다. 2% 부족한 듯한 연기에도 그가 더 커보였던 것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온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조의 여왕>에 나오는 온달수의 온기는 뭘까. “한 가족의 가장이고, 명문대 출신이지만, 오랜 백수여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재미는 있는데 사실 어려워요. 이전과는 다르니까…. 그래도 이게 현실이니까, 이해의 폭은 더 넓지 않을까요. 못나긴 했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의 믿음직함?” 닮고 싶은 배우로 차승원과 차태현을 꼽는다. “모델 이미지가 중첩됐다는 점에서도 뒤를 따르고 싶지만, 카리스마와 유머를 동시에 한 표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고 싶은 사람이 차승원”이라고 말했다. 차태현에 대해서는 “로맨틱 코미디로 같이 가고 싶은 동료”라며 “지금은 태현씨가 훨씬 잘나가지만 내가 더 잘생겼다는 점만큼은 유리하지 않겠냐”고 웃는다. 1일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연기 이야기도 마치기 전에 쫓기듯 촬영에 들어갔다. 자정을 넘긴 <내조의 여왕> 7회차 현장, “컷” 소리가 나자 굳이 따라 나와 배웅을 하며 손을 잡는다. “굴곡도 사연도 많지만 오래오래 그게 여러 느낌으로 우러났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나 보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삶의 굴곡 연기에 배어났으면 다시 연기에 대해 물었다. 아픈 과거만 영리하게 도려내 조목조목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연기력을)타고나지 못해 배워서 써먹는다”며 “그래도 배우는 건 느리지 않은 편”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시절까지는 반장을 도맡아 했다는 말을 꺼내면서 얼굴이 환해진다. 전교회장도 했다는 말은 굳이 또박또박하게 발음한다. 중3 때 전교 2등을 했던 시험, 서울로 전학오자마자 모의고사를 치러 7등을 한 것까지 세세하게 기억해낸다. 또 한달음이다. “그러다가 고2 때 사춘기가 왔어요. 전문대를 갔죠. 어쩌겠어죠. 이것(연기)을 죽도록 했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목젖이 드러나도록 웃는다. 또다시 연기에 대해 물었다. 지금 출연중인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동료인 김남주의 몸 연기와 최철호의 눈빛 연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2001년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아이 러브 유>에서 김남주는 톱 배우였고, 오지호는 신인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좀 늘지 않았냐”며 “남주 누나한테 ‘많이 늘었다’는 칭찬도 듣는다”며 수줍게 웃는다. <내조의 여왕>에서 온달수 역을 맡기 전인 지난해 그는 <늘근도둑 이야기>라는 연극에 캐스팅됐다. 4개월여의 연습 끝에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로 <내조의 여왕> 종영 뒤 무대에 설 계획이다. 배역은 89년 문성근, 96년 유오성이 거쳐가며 연기의 터전을 닦은 1인 3역 수사관이다. “무섭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오래 하고 싶으니까요.” 데뷔 뒤 말 못했던 고민도 연극 무대에서 해결했다. “제가 배워야 하는 건 표준어가 아니라 서울 말씨더라구요. 남들은 잘 모르는 전라도 사람들 특유의 톤이 있죠. ‘~요’가 반복되는 대사가 나오면 주눅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동안 ‘~요’로 끝나는 대사가 이어지면 ‘~다’, ‘~까’로 대사를 바꾸던 말 못할 숙제를 최근 풀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몸동작과 발성이 중심인 넉달간의 연극 준비로 뒤늦게 조금 더 컸다”며 “진작 연극에 도전해 볼걸 그랬다. 시작한 김에 연기를 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지금 <내조의 여왕>에 나오는 온달수의 온기는 뭘까. “한 가족의 가장이고, 명문대 출신이지만, 오랜 백수여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재미는 있는데 사실 어려워요. 이전과는 다르니까…. 그래도 이게 현실이니까, 이해의 폭은 더 넓지 않을까요. 못나긴 했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의 믿음직함?” 닮고 싶은 배우로 차승원과 차태현을 꼽는다. “모델 이미지가 중첩됐다는 점에서도 뒤를 따르고 싶지만, 카리스마와 유머를 동시에 한 표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고 싶은 사람이 차승원”이라고 말했다. 차태현에 대해서는 “로맨틱 코미디로 같이 가고 싶은 동료”라며 “지금은 태현씨가 훨씬 잘나가지만 내가 더 잘생겼다는 점만큼은 유리하지 않겠냐”고 웃는다. 1일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연기 이야기도 마치기 전에 쫓기듯 촬영에 들어갔다. 자정을 넘긴 <내조의 여왕> 7회차 현장, “컷” 소리가 나자 굳이 따라 나와 배웅을 하며 손을 잡는다. “굴곡도 사연도 많지만 오래오래 그게 여러 느낌으로 우러났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나 보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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