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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푼수남편 어렵지만 재밌어요”

등록 2009-04-05 21:02수정 2009-04-06 00:50

‘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연기에 대해 물었다. 183㎝의 덩치에 커피잔 받침보다 조금 더 큰 얼굴을 지닌 그가 소 같은 큰 눈을 끔벅거린다. 솥뚜껑 같은 거친 손을 가슴에 얹는다. “이 가슴에 쌓아둔 게 많아서…. 기사 안 쓰실 거죠?” 2007년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이야기부터 10년을 괴롭혀온 연기력 논란까지 한달음이다. 오지호의 말들은 잦은 한숨으로 종결어미를 찾기 힘들다. “이제 와 어쩔 수 없는 일인데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요….”

카리스마+유머 차승원 닮고파
삶의 굴곡 연기에 배어났으면

다시 연기에 대해 물었다. 아픈 과거만 영리하게 도려내 조목조목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연기력을)타고나지 못해 배워서 써먹는다”며 “그래도 배우는 건 느리지 않은 편”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시절까지는 반장을 도맡아 했다는 말을 꺼내면서 얼굴이 환해진다. 전교회장도 했다는 말은 굳이 또박또박하게 발음한다. 중3 때 전교 2등을 했던 시험, 서울로 전학오자마자 모의고사를 치러 7등을 한 것까지 세세하게 기억해낸다. 또 한달음이다. “그러다가 고2 때 사춘기가 왔어요. 전문대를 갔죠. 어쩌겠어죠. 이것(연기)을 죽도록 했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목젖이 드러나도록 웃는다.

또다시 연기에 대해 물었다. 지금 출연중인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동료인 김남주의 몸 연기와 최철호의 눈빛 연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2001년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아이 러브 유>에서 김남주는 톱 배우였고, 오지호는 신인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좀 늘지 않았냐”며 “남주 누나한테 ‘많이 늘었다’는 칭찬도 듣는다”며 수줍게 웃는다. <내조의 여왕>에서 온달수 역을 맡기 전인 지난해 그는 <늘근도둑 이야기>라는 연극에 캐스팅됐다. 4개월여의 연습 끝에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로 <내조의 여왕> 종영 뒤 무대에 설 계획이다. 배역은 89년 문성근, 96년 유오성이 거쳐가며 연기의 터전을 닦은 1인 3역 수사관이다. “무섭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오래 하고 싶으니까요.”

데뷔 뒤 말 못했던 고민도 연극 무대에서 해결했다. “제가 배워야 하는 건 표준어가 아니라 서울 말씨더라구요. 남들은 잘 모르는 전라도 사람들 특유의 톤이 있죠. ‘~요’가 반복되는 대사가 나오면 주눅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동안 ‘~요’로 끝나는 대사가 이어지면 ‘~다’, ‘~까’로 대사를 바꾸던 말 못할 숙제를 최근 풀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몸동작과 발성이 중심인 넉달간의 연극 준비로 뒤늦게 조금 더 컸다”며 “진작 연극에 도전해 볼걸 그랬다. 시작한 김에 연기를 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내조의 여왕’ 연기 물오른 오지호
11년,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지현이 안기는 넓고 투박한 가슴(영화 <미인>)으로, 4차원 한예슬을 이해해주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든든한 벽(드라마 <환상의 커플>)으로, 오연수가 기대는 나지막해 더 듬직한 언덕(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으로. 세상에 배반당한 여인들에게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 기댈 수 있는 안온함이었다. 2% 부족한 듯한 연기에도 그가 더 커보였던 것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온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조의 여왕>에 나오는 온달수의 온기는 뭘까. “한 가족의 가장이고, 명문대 출신이지만, 오랜 백수여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재미는 있는데 사실 어려워요. 이전과는 다르니까…. 그래도 이게 현실이니까, 이해의 폭은 더 넓지 않을까요. 못나긴 했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의 믿음직함?”

닮고 싶은 배우로 차승원과 차태현을 꼽는다. “모델 이미지가 중첩됐다는 점에서도 뒤를 따르고 싶지만, 카리스마와 유머를 동시에 한 표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고 싶은 사람이 차승원”이라고 말했다. 차태현에 대해서는 “로맨틱 코미디로 같이 가고 싶은 동료”라며 “지금은 태현씨가 훨씬 잘나가지만 내가 더 잘생겼다는 점만큼은 유리하지 않겠냐”고 웃는다.

1일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연기 이야기도 마치기 전에 쫓기듯 촬영에 들어갔다. 자정을 넘긴 <내조의 여왕> 7회차 현장, “컷” 소리가 나자 굳이 따라 나와 배웅을 하며 손을 잡는다. “굴곡도 사연도 많지만 오래오래 그게 여러 느낌으로 우러났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나 보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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