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특종’ ‘생활의 달인’ ‘뉴스왕’…
제보는 ‘밥줄’…주인공 찾아 지구촌 삼만리
열 건 중 한 건은 ‘허탕’…“그림보단 감동 이야기”
제보는 ‘밥줄’…주인공 찾아 지구촌 삼만리
열 건 중 한 건은 ‘허탕’…“그림보단 감동 이야기”
무한 동력엔진을 27년째 연구하는 아저씨는, 성형 중독이었던 선풍기 아줌마는, 강아지를 돌보는 고양이는 도대체 어떻게 텔레비전에 나온 것일까.
“단독 취재했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우리 아이 엉덩이에 석면이 뿌려지고 있었다’는 류의 경천동지할 특종을 내놓는 시사고발 프로그램도 아니다. ‘인간극장’류의 본격 휴먼다큐라고 할 수도 없으며, 누군가를 금전적으로, 의학적으로 돕는 리퀘스트·솔루션 프로그램은 더더욱 아니다. 교양과 예능의 범주를 넘나드는 제보 프로그램, 문화방송 <티브이 특종, 놀라운 세상>, 에스비에스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생활의 달인> <있다, 없다>, 한국방송 <국민소통 버라이어티 뉴스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에게… 제보란?
지난 8일 오전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본사 17층 회의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박진홍 피디 등 제작진 20여명이 모였다. 50여개의 제보 가운데 엄선된 11개의 제보를 검토하는 자리다. 100% 제보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인 만큼 제보를 선별하는 일은 엄정하다. 스토리가 있는 제보가 우선, 그림이 될 만한 제보는 뒤로 밀린다. 이날은 한 강아지가 다른 종의 동물을 돌보는 제보에 관심이 집중됐다.(그 종이 무엇인지는 비공개를 요청했다.) 박 피디는 “잡아먹기 전에 서둘러 취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방송사들이 제보를 확인하려고 돌아다니는 거리는 평균 1500㎞. 국외 제보 확인 절차까지 더하면 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들에게 제보는 ‘밥줄’이다.
■ 제보의 질적 진화, 양적 퇴보 <순간포착…>의 이영훈 피디는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춤을 추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미친 사람이 있는데 어떡하냐’는 제보가 주였다”며 “이제는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식으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내 주위의 별난 사람들을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호기심까지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눈에 띄는 변화”라고 했다. 인식뿐만 아니라 형식의 변화도 있었다. 하루 평균 50여건이 들어오는 제보의 주종이었던 이메일 사연이 이제는 영상 제보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 양윤재 피디는 “예전에는 소외되고 버려졌던 사람들의 사연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진화”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보의 수량. <티브이 특종…>의 김석현 피디는 “3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며 “대부분 자신을 잘 알릴 수 있고 강호동처럼 옆에서 받쳐주는 진행자가 있는 예능물을 선호해 제보 프로그램 제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개그콘서트>에서 ‘달인’이라는 패러디 개그 코너까지 생길 만큼 화제를 모았던 <생활의 달인>의 경우도 제보보다는 아이템 중심으로 사업장, 공장 쪽을 취재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순간포착…>의 양 피디는 “더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허탕은 필수 <티브이 특종…>의 김 피디는 캄보디아에서 뱀을 날로 뜯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지로 찾아갔다. 사전 조사를 마친 상태여서 마을만 찾으면 되는 상황. 하루 종일 캄보디아 산골을 헤매다 도착한 마을에서 촌로는 한마디를 남겼다. “당신 같으면 먹겠냐.” 다른 방송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국 같은 경우 취재원이 “잠깐 고향 갔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다 알아보니 그 고향은 기차로만 이틀 걸리는 지역이었다. 동남아 오지로 취재를 갔다가 사냥 나간 집주인이 행방불명돼 촬영을 접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허탕 치는 경우가 10번 가운데 1번은 기본. 서너 꼭지로 구성되는 회당 방송 분량을 고려할 때, 1할의 실패 확률은 피가 마르는 고역이다. 이때 제작진은 배수진을 친다. 방송 분량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의 김진아 작가는 “유유상종이랄까. 달인 옆에 달인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달인이 제 구실을 못할 경우 옆 사람을 수소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료 썰기의 달인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20년 경력의 주방장이 손을 베고 피가 나면서도 “괜찮다”를 연발해 제작진을 당황하게 한 순간, 그때 옆에서 음식 준비를 돕던 다른 주방 일꾼의 칼솜씨가 눈에 띄었다. 3년 동안 파만 썰어온 주방보조는 파 썰기만큼은 제보자보다 더 달인이었다. 생활 습관이 특이한 달인, 기인들은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다른 특기를 지닌 경우가 적지 않다. 보통 이삿짐센터 직원보다 두세 배의 이삿짐을 더 실어나를 수 있다고 했던 한 제보자의 경우 실제로는 보통과 별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추궁(?) 끝에 “마늘 얇게 써는 것도 얘기가 되냐”는 ‘실토(?)’로 ‘마늘 썰기의 달인’으로 출연한 사례도 있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한국방송 제공
별난 세상 구경 ‘제보’가 필요해
■ 허탕은 필수 <티브이 특종…>의 김 피디는 캄보디아에서 뱀을 날로 뜯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지로 찾아갔다. 사전 조사를 마친 상태여서 마을만 찾으면 되는 상황. 하루 종일 캄보디아 산골을 헤매다 도착한 마을에서 촌로는 한마디를 남겼다. “당신 같으면 먹겠냐.” 다른 방송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국 같은 경우 취재원이 “잠깐 고향 갔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다 알아보니 그 고향은 기차로만 이틀 걸리는 지역이었다. 동남아 오지로 취재를 갔다가 사냥 나간 집주인이 행방불명돼 촬영을 접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허탕 치는 경우가 10번 가운데 1번은 기본. 서너 꼭지로 구성되는 회당 방송 분량을 고려할 때, 1할의 실패 확률은 피가 마르는 고역이다. 이때 제작진은 배수진을 친다. 방송 분량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의 김진아 작가는 “유유상종이랄까. 달인 옆에 달인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달인이 제 구실을 못할 경우 옆 사람을 수소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료 썰기의 달인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20년 경력의 주방장이 손을 베고 피가 나면서도 “괜찮다”를 연발해 제작진을 당황하게 한 순간, 그때 옆에서 음식 준비를 돕던 다른 주방 일꾼의 칼솜씨가 눈에 띄었다. 3년 동안 파만 썰어온 주방보조는 파 썰기만큼은 제보자보다 더 달인이었다. 생활 습관이 특이한 달인, 기인들은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다른 특기를 지닌 경우가 적지 않다. 보통 이삿짐센터 직원보다 두세 배의 이삿짐을 더 실어나를 수 있다고 했던 한 제보자의 경우 실제로는 보통과 별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추궁(?) 끝에 “마늘 얇게 써는 것도 얘기가 되냐”는 ‘실토(?)’로 ‘마늘 썰기의 달인’으로 출연한 사례도 있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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