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신데렐라’ 등 100여 작품 제작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될 것” 철칙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될 것” 철칙
“조지 부시가 8년간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정부에서 한 거짓말들이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어요. 그런 거짓말들을 보면서 단 한 번이라도 거짓말을 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죄다 날릴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죠.” 케이블채널 큐티브이에서 11일부터 방송되는 ‘모멘트 오브 트루스’(이하 엠오티)는 거짓말 탐지기로 한 인간의 내밀한 부분까지 시험대에 올려 그것을 돈으로 환산해내는 ‘짓궂은’ 프로그램이다. 이미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방송중인 이 프로그램은 ‘대통령의 잦은 거짓말’이 주는 지겨움을 재미로 승화시켜 보자는 한 제작자가 내놓은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엠오티’를 만든 하워드 슐츠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100여개국에 수출하는 프로듀서로, 우리나라에서 <무한도전>, <1박2일> 등으로 분화한 ‘릴레이션십 쇼’(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룬 리얼리티쇼) 분야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엔비시, 에이비시, 엠티브이 등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하면서 에미상을 두 번 받았을 뿐만 아니라 100여개국으로 수출한 프로그램만 10여개일 정도로, 그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교과서적인 인물이다. 우리에게는 우리나라 케이블에서 방송중인 <도전, 신데렐라>, 방송인 조정린의 진행으로 인기를 끌었던 <아찔한 소개팅>의 원본인 <넥스트> 등의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재미와 진실은 다르지 않아요.”
그가 ‘엠오티’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진실을 찾는 과정, 지키려는 과정 등이 주는 긴장감, 웃음, 행복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썽을 일으켰던 대본 논란이나 설정 논란이 그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리얼’은 시청자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는 재미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일상에서 출발하죠.”
암으로 위중한 어머니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구했다는 <도전, 신데렐라>(원제 메이크 오버)는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한 번의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자문에서 시작됐다.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감각은 마음에 들지 않는 소개팅 상대를 ‘넥스트!’라는 한마디로 돌려세우는 <넥스트>, 처남 부부의 다툼을 보고 고안해낸 성대결 프로그램 <섹스 워스> 등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프로그램은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돼야 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론은 사람 사이의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프로그램 곳곳에 녹아 있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연구 대상”이라며 흥미를 보였다. 리얼 프로그램임에도 상황극의 요소가 강하게 가미된 형식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속에서 그의 프로그램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스스로도 “흥미롭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96%의 정확도를 보인다는 거짓말탐지기를 놓고서, 하워드는 “아버지와 10억,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이라는 독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어영 기자, 사진 큐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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