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릿수의 낮은 시청률에 부담을 안 느낀다는 건 거짓말이죠. 그러나 평소의 제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주자고 생각해요"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7월 어느 날 MBC 수목드라마 '트리플'의 촬영장 근처인 서울 서교동의 한 식당에서 이정재(36)를 만나 드라마와 연기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식단은 건강식인 나물 비빔밥과 시원한 콩국수였다.
◇ 시청률은 낮지만… = "함께 출연 중인 이선균, 윤계상과 '트리플' 방송 시작 전에 시청률 내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시청률이 안 나오네요. 그 때 내기에 건 돈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하"
맛있는 식사를 앞에 두고 우울한 시청률 이야기부터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그는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드라마는 시청률, 영화는 관객수가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긴 하겠죠. 그렇지만 드라마를 열심히 만들다보면 나중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영화 '인터뷰'와 '순애보' 같은 경우 상영 당시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 '실패한 영화다'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나중에 '영화 괜찮더라'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이 DVD 등으로 다시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럼 이정재 본인이 생각할 때 현재 '트리플'의 시청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시청자들이 드라마 게시판에 이복 동생과의 사랑, 친구의 부인에 대한 구애 등의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저도 어제 드라마 모니터링을 하다보니 시청자들의 의견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거기에 소위 '쪽대본'이라고 하는 급박한 제작환경도 배우가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고 연기하기에 힘든 조건이고요. 그러다보니 신활(이정재 분)과 이하루(민효린 분)가 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지 설명이 제대로 안 돼 시청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 같아요" ◇ '쪽대본' 등 열악한 제작환경 개선돼야 = 이정재는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쪽대본'을 받아본 것은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늦어지는 대본을 기다리느라 촬영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도 있고 그러다보니 일주일이면 7일 내내 밤샘 촬영이 이어져 체력과 감정이 고갈돼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가 힘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배우들이 충분히 감정을 이입하려면 사전제작 환경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제작이 힘들면 적어도 방송 시작할 때에는 드라마가 80∼90% 정도 완성된 상태여야 제작진과 출연진이 혼란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무더위와 연일 밤을 새워가며 촬영하는 강행군에 힘은 들겠지만 그래도 그만큼 애착이 가는 장면도 있지 않을까. "음… 전 드라마 초반에 신활이 '꼬꼬마 주스'의 광고로 고민하다 동생인 이하루가 정원 건너편 창고에 그려놓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장면이 멋졌어요. 활이에게 첫 난관이었던 광고 문제를 해결해줬을 뿐더러 그동안 냉랭했던 활과 하루의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잖아요" ◇ 가슴시린 사랑에 고민하다 = 이 드라마에서 이정재는 자신을 배신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전 부인 최수인(이하나 분)에 대한 애정과 동생 이하루의 사춘기 사랑에 고민하고 마음 아파한다. 가슴이 시린 사랑을 하는 남성상은 어떻게 보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백재희'가 그랬고 영화 '정사'의 '우인'이 그랬다. "'트리플'의 신활은 예전에 제가 작품 속에서 보여줬던 모습으로 돌아온 거라고 할 수 있어요. 편안하게 평상시 내 모습을 보여주자 생각했어요. 영화 '1742 기방난동사건'의 코믹한 캐릭터처럼 다른 인물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제가 일부러 계획을 세우고 캐릭터의 변화를 꾀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캐릭터를 찾아다니기보다 그때그때 제게 들어온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걸 선택해요. '기방난동사건'도 그렇고 '트리플'도 그래서 출연하게 된 거고요" ◇ 팬들의 응원은 나의 힘 =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한 중년 여성이 이정재의 주변을 서성거리다 "헬로우, 하우 아 유(Hello, How Are You)?"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다. 양팔에 이정재의 사진을 한아름 안은 것을 보니 이날 만남이 우연은 아닌 듯 싶다. 아니, 이정재를 보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 온 열성적인 일본 팬인 듯했다. 이 여성은 "전 도쿄에서 왔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습니다. 예전에 부산에서 이정재 씨랑 같이 사진도 찍고 했는데 혹시 기억나시나요? 이정재 씨 일본에도 와 주세요"라고 영어로 말을 건넨 뒤 수줍은 듯 후다닥 한식당을 뛰어나갔다.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순수해보이는 일본 팬의 열성이 고마웠는지 이정재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역시 삼복더위에 지친 연기자에게 힘을 주는 건 삼계탕이 아니라 팬들의 응원이다. "일본 팬들이 촬영장에 종종 오세요. 주로 먹을 것을 선물로 들고 오시더라고요. 감사하죠. 하하" ◇ 이제 남은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 = 16부작인 '트리플'은 16일까지 12회가 방송됐다. 이제 종착지까지 4회분을 남기고 있다. "이복남매의 사랑이란 설정 때문에 '트리플'이 막장이다, 아니다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사춘기 소녀의 가슴앓이 사랑이야기로 이해하고 있어요. 그렇게 제 필모그래피에 기록될 것 같아요. 30일이 마지막 방송인데 그때까지 최선을 다 해야죠. 그게 배우로서 할 일이기도 하고요"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시청자들이 드라마 게시판에 이복 동생과의 사랑, 친구의 부인에 대한 구애 등의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저도 어제 드라마 모니터링을 하다보니 시청자들의 의견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거기에 소위 '쪽대본'이라고 하는 급박한 제작환경도 배우가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고 연기하기에 힘든 조건이고요. 그러다보니 신활(이정재 분)과 이하루(민효린 분)가 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지 설명이 제대로 안 돼 시청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 같아요" ◇ '쪽대본' 등 열악한 제작환경 개선돼야 = 이정재는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쪽대본'을 받아본 것은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늦어지는 대본을 기다리느라 촬영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도 있고 그러다보니 일주일이면 7일 내내 밤샘 촬영이 이어져 체력과 감정이 고갈돼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가 힘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배우들이 충분히 감정을 이입하려면 사전제작 환경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제작이 힘들면 적어도 방송 시작할 때에는 드라마가 80∼90% 정도 완성된 상태여야 제작진과 출연진이 혼란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무더위와 연일 밤을 새워가며 촬영하는 강행군에 힘은 들겠지만 그래도 그만큼 애착이 가는 장면도 있지 않을까. "음… 전 드라마 초반에 신활이 '꼬꼬마 주스'의 광고로 고민하다 동생인 이하루가 정원 건너편 창고에 그려놓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장면이 멋졌어요. 활이에게 첫 난관이었던 광고 문제를 해결해줬을 뿐더러 그동안 냉랭했던 활과 하루의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잖아요" ◇ 가슴시린 사랑에 고민하다 = 이 드라마에서 이정재는 자신을 배신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전 부인 최수인(이하나 분)에 대한 애정과 동생 이하루의 사춘기 사랑에 고민하고 마음 아파한다. 가슴이 시린 사랑을 하는 남성상은 어떻게 보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백재희'가 그랬고 영화 '정사'의 '우인'이 그랬다. "'트리플'의 신활은 예전에 제가 작품 속에서 보여줬던 모습으로 돌아온 거라고 할 수 있어요. 편안하게 평상시 내 모습을 보여주자 생각했어요. 영화 '1742 기방난동사건'의 코믹한 캐릭터처럼 다른 인물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제가 일부러 계획을 세우고 캐릭터의 변화를 꾀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캐릭터를 찾아다니기보다 그때그때 제게 들어온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걸 선택해요. '기방난동사건'도 그렇고 '트리플'도 그래서 출연하게 된 거고요" ◇ 팬들의 응원은 나의 힘 =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한 중년 여성이 이정재의 주변을 서성거리다 "헬로우, 하우 아 유(Hello, How Are You)?"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다. 양팔에 이정재의 사진을 한아름 안은 것을 보니 이날 만남이 우연은 아닌 듯 싶다. 아니, 이정재를 보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 온 열성적인 일본 팬인 듯했다. 이 여성은 "전 도쿄에서 왔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습니다. 예전에 부산에서 이정재 씨랑 같이 사진도 찍고 했는데 혹시 기억나시나요? 이정재 씨 일본에도 와 주세요"라고 영어로 말을 건넨 뒤 수줍은 듯 후다닥 한식당을 뛰어나갔다.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순수해보이는 일본 팬의 열성이 고마웠는지 이정재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역시 삼복더위에 지친 연기자에게 힘을 주는 건 삼계탕이 아니라 팬들의 응원이다. "일본 팬들이 촬영장에 종종 오세요. 주로 먹을 것을 선물로 들고 오시더라고요. 감사하죠. 하하" ◇ 이제 남은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 = 16부작인 '트리플'은 16일까지 12회가 방송됐다. 이제 종착지까지 4회분을 남기고 있다. "이복남매의 사랑이란 설정 때문에 '트리플'이 막장이다, 아니다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사춘기 소녀의 가슴앓이 사랑이야기로 이해하고 있어요. 그렇게 제 필모그래피에 기록될 것 같아요. 30일이 마지막 방송인데 그때까지 최선을 다 해야죠. 그게 배우로서 할 일이기도 하고요"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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