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피디
“오늘 경기는 더워서인지 한참 처지네요.”
메가폰이나 대본 대신 야구 글러브를 낀 최재형 피디(사진)의 얼굴이 밝지 않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상대 팀 외야수의 실책을 보고 이경필 코치에게 다가가 “일부러 실수한 것으로 보이냐”고 묻는다. 상대팀이 방송을 의식해 일부러 져주는 경기가 될까 노심초사다. “대패해도 상관없다. 저쪽에서 봐줘서 이기는 기쁨보다 실제 경기에서 오는 패배감이 낫다.”
최 피디는 야구 리얼버라이어티를 만들어보자는 김창렬, 임창정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내용의 프로그램 초반부터 티브이 화면에 얼굴을 내비쳤다. 프로그램에 대한 발언도 직접적이고 적극적이다. 날것 같은 발언들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기도 한다. 지난 5일 방송에서는 만루 작전을 쓰는 출연진에게 “별걸 다 한다”는 말을 던져 인터넷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경기 도중 관객으로, 또 한 명의 감독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인다. 그는 “‘스펀지 2.0’이 시간대를 옮기고 그 자리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도 제 몫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으로서는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연출자로서의 부담은 여전했다.
최 피디는 2005년 유소년 축구 붐을 몰고 왔던 화제의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를 만든 장본인이다. 같은 스포츠를 다룬 프로그램이지만 ‘슛돌이’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지금은 방송 환경 자체가 다르다”며 말을 아꼈다.
시합에 앞서 몸 풀기 훈련을 마친 마르코가 최 피디에게 “형님!” 하면서 3루 쪽 선수 대기실로 뛰어 들어온다. 최 피디는 “마르코처럼 야구를 몰랐던 사람이 4개월 동안 훈련을 거듭하면서 자리를 잡았다”며 “이제야 야구를 즐기기 시작하는 초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에게 승부는 이제부터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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