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이야 무술이야? 예술이 된 서커스
[한가위 방송 프로그램]
배우들의 축제 행렬 ‘코르테오’편
어릿광대의 상상이 빚은 퍼레이드
배우들의 축제 행렬 ‘코르테오’편
어릿광대의 상상이 빚은 퍼레이드
아이돌 그룹 하면 밥상머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남녀노소라도, 추석 내내 낮과 밤을 이어가며 무리한 겹치기 출연에 ‘저건 아닌데’스러운 몸 개그까지 불사하는 그들을 지켜봤다면, 자연스레 내년에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교양프로그램만 골라보겠다는 불가능한 결심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결심에도 막상 오그라든 손발을 풀기 위한 ‘깨알 같은’ 프로그램, 고르기 쉽지 않다.
4일 오후 2시40분 교육방송에서 전파를 타는 <태양의 서커스-코르테오>는 어떨까. 거대한 샹들리에 위에 여자 무용수들이 매달려 360도 회전을 하고 주인공 피에로는 공중에서 자전거를 탄다. 배우들이 굴렁쇠를 굴리고 저글링을 하면서 무술과 무용을 접목하는 대목에서는 입이 떡 벌어진다. ‘꼭 저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소수의 서커스 비관론자가 아니라면 ‘태양의 서커스’는 연휴 마지막 날, 평소보다 더 지친 심신을 달래줄 만하다.
이번 서커스의 주제인 ‘코르테오’(Corteo)는 이탈리아어로 ‘예식’ 또는 ‘행렬’을 의미한다. 서커스 내내 한 어릿광대의 상상이 빚어낸 즐거운 향연과 축제 분위기 가득한 퍼레이드가 애크러배틱한 몸짓과 함께 어우러진다. 카니발을 보며 장례식을 상상하는 광대의 짓궂은 발상 속에서 서커스는 큰 것과 작은 것, 희극과 비극 등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현재 태양의 서커스는 전세계에서 8개 순회공연과 7개의 상설 공연이 진행중이며 코르테오는 일본에서 올해 5월부터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 3월 ‘퀴담’, 2008년 10월 ‘알레그리아’가 공연된 바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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