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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전국노래자랑’ 30년 묵은맛이 황~송해?

등록 2009-10-26 14:27수정 2009-10-26 14:32

녹화 현장서 ‘장수 비결’ 캐보니




다음 설문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프로그램은? 1. 전속악단이 있다. 2. 노래와 상황극이 있다. 3. 녹화장에 관객들이 있다. 4.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개그콘서트? 정답, 하지만 하나 더 있다! 힌트를 주자면, 더 오래된 전속악단이 있고, ‘개콘’처럼 상황극이 있지만 개그맨 아닌 일반인들이 등장한다는 것. 그 일반인들은 대개 춤을 춘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카메라를 붙들기도 한다. 그리고 … 코미디언 송해가 있다. “우리 전국노래자랑이 올해로 30년이 됐어요.”(송해)

‘딩동댕’과 ‘땡’ 사이
나이·재미 우선 배려…예심 기준부터 30년전 그대로

<개그콘서트>의 원형질 같은 프로그램. <주부가요열창>, <트로트 가요제> 등 노래자랑 프로그램의 교본,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전국노래자랑>(일 낮 12시10분)이 30년이 됐다. 1980년 11월9일부터 방송됐지만 각자의 기억 속에서 29년으로 셈하기도 하고, 송해의 출연이 사실상 시작이라며 26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쨌든 1500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숲 속의 무대. 1494회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이다. 오전 9시 녹화를 위해 예심 통과자들이 모였다.

“일단 연령을 고려해요. 재미있는 사람도 중간중간 들어가야 하구요. 노래 부르기 전후에 인터뷰할 사람도 7~8팀 정도 미리 뽑아놔야죠. 그리고 다 아시다시피 지역 특산물 소개할 사람도 있어야 하구요.”


30년 묵은 예심 통과 기준이다. “노래 경선이 아니라 자랑이니까…. 그래도 지금껏 누구도 토 달지 않는 전국노래자랑만의 ‘객관적’인 기준이죠.” 한호섭 피디의 얼굴이 밝다.

“녹화도 잔치니까. 가급적 방송을 위해 흐름을 끊지 않고 녹화만으로도 지역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죠.”

전국의 시·군·구를 최소한 4번 이상 찾았다는 제작진은 그 자체로 남녀노소 열광적인 응원을 받는 전국구 스타다. 광진구는 2년 만이다. 예심을 통과한 16팀의 면면을 봐도 30년 기준 그대로다. 취업 준비 중, 고3, 가사, 은행 청원경찰, 예술회관 트레이너 등 우리 이웃들이 무대를 채운다.

발바닥 닳도록 달려
‘깜찍한 이웃’ 찾아 전국 시군구 최소 네번 이상 돌아

“예심에서 했던 그대로만 해주시면 돼요.”(한호섭 피디)

첫날 예심, 이튿날 대본 및 편곡, 마지막날 본심 등 사흘 동안 진행되다 보니 순번을 받은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낯익은 듯 편안한 표정들이다. 마이크 점검이 끝나고, 각자가 반주를 맞춰보기까지의 시간이 1시간30여분. 오전 8시에 이미 녹화장에 나와 리허설을 꼼꼼히 지켜보던 송해가 직접 출연자들 앞에 등장한다. 전국노래자랑 30년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어쩌면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망가질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풀린다. “한전 인사과에 근무했다”는 송은순(83) 할머니의 맥락 없는 아는 체에 “인생 경험이 많으십니다. 편안하게 하세요”라며 덕담을 던지고, “‘자옥아’를 남자 두 명이 부르는 것은 세계 최초”라는 너스레로 스물넷 청년 두 사람의 상황극을 유도한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등장한 홍성희(39)씨에게는 “그냥 돌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나한테 홱 달려들어도 돼, 적극적으로 하자고!”라며 용기를 북돋운다. 송해는 지역민들과의 호흡을 위해 녹화 전날 미리 해당 지역을 방문해 직접 시내를 돌고 목욕탕에 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인협 악단장은 “26년 동안 늘 한결같은 것은 무대 호흡을 위해 출연자들을 보듬고 챙겨주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출연자들이 송해를 믿고 떨지 않고 마음껏 판을 벌이게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무대에 선 출연자들만 해도 3살에서 103살까지 2만여명에 달한다.

스태프들이 털어놓는 추억담들은 끝나지 않는다. 30년.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버스로 10시간 걸려 들어갔던 산골이 3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이 됐다. 7 대 3으로 남자가 많던 예심 참가자들은 이제 그 반대다. 조용필부터 장윤정, 소녀시대 등까지 출연자들이 부른 가수들 노래는 그 자체로 한국 대중가요사다. 하지만 이들의 추억은 바래고 흐트러졌다. 30년 동안 8명의 악단을 이끌어온 김 악단장은 “추억이 뒤섞여서 추억이라고 말해놓으면 그게 어디서 어떻게 겪은 건지 나도 잘 모른다”며 “기록이 제대로 남지 않은 게 돌이켜보면 제일 아쉽다”고 했다. “벌써 두 사람은 세상을 뜨고 네 사람이 지금까지 함께했으니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호흡을 맞추는 정도의 시간이죠.”

송해오빠와 열혈팬들
찰거머리같은 밀착호흡…망가질 준비 언제든 ‘오케이’

오후 1시가 가까워졌다. 송해는 녹화 전 마이크를 잡고 앞줄을 차지한 관객들을 불러 세운다. “<노래자랑>이 좋아서 함께 다니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랑 함께 즐기시면 됩니다. 모두들 박수 한번 주세요.”

이날 함께 한 자칭 <노래자랑> 팬클럽은 익산, 부산, 서울 등에서 온 20여명. <노래자랑>이 좋아서 매주 참가한다는 문순자(72)씨는 제작진과 일일이 눈인사를 나눴다. “10여명이 차에 함께 타고 다녀요.”

“제주도 편만 빼고 8년 동안 개근했다”는 문씨는 이날 가수들과 제작진을 위해 떡을 돌렸다. “다음주 대구 편에는 홍삼을 차로 달여가려고 해요.” 이들의 열성에 초대가수들은 손팻말이나 펼침막을 직접 부탁하기도 한다. 문씨는 가수 박상철 팬클럽의 고문도 맡고 있다. <노래자랑>이 지역을 돌 때면 해당 지역마다 늘 참가하는 팬들도 있다. 한 피디는 “영남 지역은 한 부부가, 호남 지역은 친구 사이인 50대 두 남성이 늘 참가하죠. 그분들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것은 물론이구요.”

오후 1시가 되자 본편 녹화가 시작됐다. 시작은 피디의 큐사인이 아니라 송해의 “준비됐느냐”였다. 세 번의 구호와 박수 연습, 드디어 일요일 점심을 채울 송해의 멘트가 이어졌다.

“전국~~” “노래자랑!” 빰빠빠빠 빠빠, 빠라라빠빠 빠빠~~.

글·사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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