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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방송 ‘문화콘서트-난장’ 당돌한 도전
공중파도 덤비지 못한 ‘지역 밴드 열전’ 기획
결선 오른 9개팀, 마이크 삼킬듯 열정 한풀이
공중파도 덤비지 못한 ‘지역 밴드 열전’ 기획
결선 오른 9개팀, 마이크 삼킬듯 열정 한풀이
영국 축구팀 ‘리버풀’의 응원가가 비틀스의 ‘유 윌 네버 워크 어론’(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틀스는 런던이 아닌 리버풀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키웠다. 영국의 비틀스이기 이전에 리버풀의 비틀스였던 것이다.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알아본 것 또한 대전 시민들이었다. 대전의 한 클럽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신승훈을 알아본 귀밝은 대전 시민들은 수백통의 팬레터를 보내며 음반 1000만장 가수의 응원군이 됐다.
지역의 물과 바람을, 습속을 먹고 자란 각각의 개성이 서울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버린 지금, 근근이 이어오던 음악의 근거들은 “먹고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설 무대가 없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광주 문화방송 <문화콘서트-난장>(연출 김민호)의 ‘지역 밴드 열전-이 세상 모든 음악’은 그래서 불가능한 기획이었다. 기획안이 서랍 속에 있던 1년 동안 제작진은 은둔자처럼 지역을 지키는 밴드들을 직접 찾아나섰다. 경연이지만 참가자를 직접 발품 팔아 ‘모셨다’.
우리가 비틀스다
“지역에서 열악한 상황임에도 음악 하나로 버텨내고 있는 밴드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우리도 놀랐다.”(김민호 피디)
지난 8월 예심을 위해 모인 팀들은 93개팀(서울 포함)이었다. 명불허전. 드러나지 않게 인천과 부산, 대구 등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숨은 ‘비틀스’들이 제작진의 설득으로 호기롭게 참가했다. <난장>이라는 지역방송의 시청률이나 인지도를 볼 때, ‘93’이라는 숫자는 국내 지역 밴드 모두를 의미했다. 그리고 9개의 밴드들이 결선에 올랐다.
지난 16일 광주 문화방송 공개홀. 200여명의 관객들이 자리를 메웠다. 유명 초대손님 없이 오로지 9개의 듣도 보도 못한 밴드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민하밴드’(부산), ‘티-오케이’(서울), ‘어쩌다 불타는 재학생 크럽’(대전), ‘수지’(서울), ‘싱아밴드’(광주), ‘치바사운드’(서울), ‘건훈씨’(대구), ‘사일런트 아이’(서울), ‘늘솜’(광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서 모인 밴드들 사이에서 서울 또한 다른 지역의 이름일 뿐이었다.
다양성으로 폭발하다 “부산에서 왔습니다.” 참가번호 1번, 민하밴드. 관객들이 민망하거나 말거나 “무대에 서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아쎄(I say) 복! 유쎄(you say) 학!” “복!” “학!” “복!” “학!” 노래 제목은 ‘복학생.’ 낯설고 어색한 호응 유도에 목젖이 후들거렸다. 객석이 흔들렸다. 이어진 엇박의 드럼 소리, 두어 번 침을 삼킬만한 시간이 흘렀다. 터져나오는 함성…. 마지막 무대라도 되는 듯 목울대의 핏기를 드러내는 보컬과 완벽하진 않지만 부수는 듯 두드리는 드럼 앞에 객석은 반전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복!” “학!” 마이크를 먹어버릴 듯한 열정은 <슈퍼스타 케이>의 서인국도 <헬로루키>의 장기하도 부럽지 않았다. 밴드에게 주어진 곡은 단 두 곡. 딱 한 곡 만에 보컬의 티셔츠가 다 젖어들었다. “대전에서 왔어요. 밴드들이 몇 년 전부터 서울로 올라가고, 클럽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설 무대가 없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어쩌다 불타는 재학생 크럽) “거리공연이 주가 되고 있지만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계속 응원해 주시면 행복하게 음악 할게요.”(건훈씨) 결성된 지 15년이 넘는 ‘사일런트 아이’부터 광주의 재즈 연주자들이 결성해 만든 ‘싱아밴드,’ 자신들이 더 흥겨운 듯 국악을 연주했던 ‘늘솜’까지, 멜로딕 메탈, 재즈, 록, 퓨전 국악 등 다양한 음악만큼이나 생생하게 풀어 놓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객석은 웃음과 열광이 가득했다. 인큐베이팅의 시작 “닉슨 때 우드스탁이 생겼고, 레이건 때 헤비메탈이 나왔죠. 우리(백두산)가 활동을 시작한 것도 바로 군부정권 시절이었구요.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이지만 지금 청년들의 어려움은 음악이 폭발하기 위한 좋은 조건이에요. 다만 임계점까지는 버텨야죠. 지금 지역을 지키는 밴드들이 하나같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구요.”(심사위원인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 이날 대상은 ‘병든 마음 치료하자’ 등을 부른 ‘건훈씨’가 차지했다. 금상은 ‘치바사운드’, 특별상과 난장의 시선에는 각각 ‘늘솜’, ‘사일런트 아이’가 뽑혔다. 상금은 없다. 전용석 음악감독은 “대신 ‘난장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지역 열전과는 별도 공연을 열어 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라며 “1년 동안 앨범 및 공연의 프로모션도 예정돼 있다. 1회 상금이 아니라 10년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역 열전은 23일 밤 11시10분에 방송되며, 대전, 울산, 마산, 춘천, 제주 등 지역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다시보기는 www.mbcnanjang.com 광주/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광주 문화방송 제공
다양성으로 폭발하다 “부산에서 왔습니다.” 참가번호 1번, 민하밴드. 관객들이 민망하거나 말거나 “무대에 서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아쎄(I say) 복! 유쎄(you say) 학!” “복!” “학!” “복!” “학!” 노래 제목은 ‘복학생.’ 낯설고 어색한 호응 유도에 목젖이 후들거렸다. 객석이 흔들렸다. 이어진 엇박의 드럼 소리, 두어 번 침을 삼킬만한 시간이 흘렀다. 터져나오는 함성…. 마지막 무대라도 되는 듯 목울대의 핏기를 드러내는 보컬과 완벽하진 않지만 부수는 듯 두드리는 드럼 앞에 객석은 반전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복!” “학!” 마이크를 먹어버릴 듯한 열정은 <슈퍼스타 케이>의 서인국도 <헬로루키>의 장기하도 부럽지 않았다. 밴드에게 주어진 곡은 단 두 곡. 딱 한 곡 만에 보컬의 티셔츠가 다 젖어들었다. “대전에서 왔어요. 밴드들이 몇 년 전부터 서울로 올라가고, 클럽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설 무대가 없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어쩌다 불타는 재학생 크럽) “거리공연이 주가 되고 있지만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계속 응원해 주시면 행복하게 음악 할게요.”(건훈씨) 결성된 지 15년이 넘는 ‘사일런트 아이’부터 광주의 재즈 연주자들이 결성해 만든 ‘싱아밴드,’ 자신들이 더 흥겨운 듯 국악을 연주했던 ‘늘솜’까지, 멜로딕 메탈, 재즈, 록, 퓨전 국악 등 다양한 음악만큼이나 생생하게 풀어 놓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객석은 웃음과 열광이 가득했다. 인큐베이팅의 시작 “닉슨 때 우드스탁이 생겼고, 레이건 때 헤비메탈이 나왔죠. 우리(백두산)가 활동을 시작한 것도 바로 군부정권 시절이었구요.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이지만 지금 청년들의 어려움은 음악이 폭발하기 위한 좋은 조건이에요. 다만 임계점까지는 버텨야죠. 지금 지역을 지키는 밴드들이 하나같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구요.”(심사위원인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 이날 대상은 ‘병든 마음 치료하자’ 등을 부른 ‘건훈씨’가 차지했다. 금상은 ‘치바사운드’, 특별상과 난장의 시선에는 각각 ‘늘솜’, ‘사일런트 아이’가 뽑혔다. 상금은 없다. 전용석 음악감독은 “대신 ‘난장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지역 열전과는 별도 공연을 열어 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라며 “1년 동안 앨범 및 공연의 프로모션도 예정돼 있다. 1회 상금이 아니라 10년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역 열전은 23일 밤 11시10분에 방송되며, 대전, 울산, 마산, 춘천, 제주 등 지역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다시보기는 www.mbcnanjang.com 광주/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광주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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