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이프 '임현식의 장터사람들' 촬영현장
유난히 센 강풍이 불던 5일 오전. 제주도 북동부 지역인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세화 5일장에 어김없이 나온 최봉림 씨는 단체 손님에게 뜨거운 어묵을 국물에 가득 담아 내놓는다. 한 손님이 체했다며 어묵을 먹지 않자 손님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를 꾹꾹 눌러준다. 여기가 아프면 체한 것이 맞단다.
원래는 육지 출신인 그가 제주도로 온 계기는 무척 독특하다. 작은 사업을 꾸리다 불미스러운 일로 도망간 동료를 쫓아 제주에 발을 딛게 된 것. 그러다 제주의 모습과 삶에 푹 빠져 아예 발을 붙이고 살게 됐다. 가족과 친척들도 모두 불러왔다.
장날마다 나와 어묵과 우동, 튀김 등을 파는 최씨는 이날 줄곧 웃으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곁에서는 한 VJ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었다.
교양 프로그램 전문채널 MBC라이프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30분에 방송되는 '임현식의 장터 사람들'은 전국의 재래 장터를 찾아다니며 장돌뱅이들의 삶의 모습을 담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이날도 장터 곳곳에서는 4-5명의 VJ들이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서서 상인과 손님들이 흥정하는 모습을 찍는다. 5일장이라 이날 촬영하지 못하면 또 5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 상설 시장을 겸하는 장터와는 달리 제주도의 5일장은 평일에는 아예 문을 닫기 때문이다.
장이 서기 전부터 상인들을 쫓아다니며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기본이다. VJ들은 2일에는 제주장, 4일에는 고성장, 5일에는 세화장에서 물건을 파는 또 다른 출연자 현은자 씨의 일상도 그대로 따라다녔다. 싱싱한 제철 생선을 파는 현 씨는 이른 아침부터 성산포 위판장에 나가 생선을 사고서, 세화장에 올 때는 늘 그렇듯이 친정 어머니의 시골집도 들르는 부지런한 장돌뱅이다.
바닷가에 면한 세화장에는 소금에 절인 각종 수산물이 가득했다. 옥돔 등 횟감은 물론이고, 뱀장어에 상어 고기까지 있다.
제작진은 점차 옛 정취를 잃어가는 장터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놓고 싶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에서 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임현식에게 내레이션을 맡긴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조재현 작가는 "장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엿보인다"며 "장사가 안 돼도 '오늘 못 팔면 내일 팔면 된다'며 웃는 상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작가는 "이제는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5일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아쉬움도 표시했다.
서귀포 향토 5일시장과 세화5일장을 찾아가 본 '임현식의 장터사람들' 제주도편은 17일과 24일 2회에 걸쳐 방송된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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