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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블로그] 너무 노골적인 KBS 드라마

등록 2010-02-24 15:04

얼마전 이 대통령은 청년 실업을 걱정하면서, 그 말 끝머리에 정부도 나서서 젊은이들을 도와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라는 식의 말을 덧붙였다. 색안경이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도 대통령은 소싯적 자신이 개천에서 용 나듯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해서 오늘의 이 자리에 까지 온 것에 자부심을 가지듯, 아직까지도 젊은이들의 실업이란 걸 사회 구조적 문제라기 보다는 본인의 노력 여하라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보좌관이던 분이 사장이 돼서 그런 건가, kbs,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들의 눈길을 끌기 쉬운 kbs의 드라마는 국영 방송을 넘어 청와대 시책 홍보 방송이 되어가는 것 같다. 물론 드라마들이 계획되었던 것도 엎어지고, 뜬금없이 툭 튀어나오기도 하는 것들이지만, 요즘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kbs의 드라마는 아주 세련된 '대한 뉴스'같다.

갑자기 툭 튀어나와 기대 이상의 성공을 일군 대표적 드라마가 '공부의 신'이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요즘 한참 세간의 주목을 끄는 유승호 등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는 꼴찌들의 서울대 가기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샤방한 아이들이 좋아 모인 청소년은 물론이고, 혹시나 정말 무슨 비법이나 있을까 하고 들여다보는 어른들까지. 이제 오늘을 마지막으로 종영하는 드라마는 천하대 특별반에 모인 꼴찌들의 성공 스토리를 충실히 보여줬고, 결국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조건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물은 천하대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현물화된 욕망의 정점으로 나타나고. 그리하여 초반에 만화같은 설정, 의외의 극적인 상황 등에 눈길을 끌리던 사람들도 결국 공부면 다 돼는 거냐고 볼멘 소리 한 마디씩은 덧붙이게 만들었다.

물론 방황하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특별한 보호 하에(?) 천하대든 아니든 자신의 길을 찾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그 16부의 시간 동안 그들이 매달린 공부라는 것, 그들에게 공부만 하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했던 그 시간들은, 그것을 바라본 시청자들에게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 주입되었을 거라는 거다.

그런데 '공부의 신'으로 끝나는가 싶었더니 또 다시 툭하고 '부자의 탄생'이 튀어 나왔다. 게다가 '부자의 탄생'은 '공부의 신'보다 한술 더 뜬다. 이 작품의 기획의도를 보자. '당신이 가지고 있는 부자에 대한 편견을 깨주겠다. ...돈이 아깝고 소중한 줄 아는 숨겨진 부자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에는 나쁜 부자보다 좋은 부자가 더 많다....당신의 아이가 장래 희망에 부자라고 써도 혼나지 않을 그런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느데 보탬이 될 이야기를.....'

거기다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부자가 되는 비법을 소개한단다. '공부의 신'에서 공부 비법 전수로 재미을 보더니 이젠 부자 비법까지!! 장래 희망이 부자라고 써도 혼나지 않을 건강한 대한 민국이라.......


혼나다니, 요즘 이미 초등학생인 남자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시랴. 아주 많은 수의 아이들이 돈 버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돈 버는 것, 부자 되는 것, 뭐가 다른가. 이미 대한민국은 출세와 돈 버는 것에 눈이 벌개지다 못해 오체투지하고 있는데.

이전 우리 드라마에서 가진 사람들은 거개가 부는 가졌으되 정신적으로는 피폐하거나 부조리하고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부자들이 한 축을 이루면, 그 반대편에는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이 건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고. 물론 이런 두 축도 결국은 부자의 자기 반성과 가난한 사람의 성공이라는 묘한 화합의 구도로 끝나기 십상이었는데. 요즘의 드라마는 아주 대놓고 부자는 좋고, 그것도 부족해서 훌륭하기 까지 하단다.

작년에 크게 인기를 끈 '찬란한 유산'의 부자가 그랬고, 요즘 kbs 1을 통해 방영하는 '명가'가 그렇다. 그런데 이젠 공부의 비법도 가르쳐 주더니, 부자의 비법까지 드라마가 가르쳐 주겠단다. 그리하여 주인공도 좋은 부자 아가씨에 신레렐라를 꿈꾸는 백수 청년이라니! 결국 서민이 해야할 것은 죽어라고 공부해서 좋은 대학 하고, 또 죽어라고 노력해서 부자가 되도록 힘쓰는 것! 이러니 한때 새마을 운동을 소리높여 외쳤던 '대한 뉴스'랑 다르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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