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이리스〉
‘아이리스’, 첫 골든시간 편성…모두 36개 방영중
‘이산’, 한때 ‘겨울소나타’ 넘는 인기로 ‘불쏘시개’
‘이산’, 한때 ‘겨울소나타’ 넘는 인기로 ‘불쏘시개’
일본에서 한류 드라마가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3년 일본 공영 <엔에이치케이(NHK)>에서 <겨울소나타>(‘겨울연가’의 일본제목)를 방영한 이후 불붙었다가 주춤했던 한류 드라마가 지난해부터 일본 방송사에서 넘쳐나고 있다.
한국에서 200억원 가까이 제작비를 들여 평균 30%의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드라마 이병현, 김태희 주연의 <아이리스>(한국방송공사)가 4월부터 일본 민방인 <티비에스>(TBS)에서 매주 수요일 밤 9시부터 매주 한편씩 6개월간 방송된다. 일본 민방에서 골든시간대에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입자, 2년 전보다 150만명 는 350만명
<티비에스>쪽은 5년전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제작비 일부를 대고 처음부터 골든시간대 방송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인기 높은 이병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영화 빰치는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높이 평가해서 굳이 한류드라마인점을 강조하지 않고 한류드라마의 주 소비층인 중장년층 이외에도 시청층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런 편성전략이 일본에서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일정계층에 한정된 한류드라마의 지평이 넓어지는 셈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3일 ‘한류드라마 골든시간대에’라는 특집기사에서 “사회현상을 불러일으킨 <겨울소나타> 이후 잠잠해진 것으로 보였던 한류드라마가 완전히 일본 텔레비전에서 뿌리를 내린 것같다”고 보도했다.
이달 세번째 주(14~20일) 현재 지상파와 위성방송을 통해 방송중인 한류드라마는 <엔에이치케이> 지상파의 <스포트라이트>(매주 토요일 밤) 등 지상파 7개채널 5개 작품, 위성방송 11개채널 등 모두 36개 작품이다. 지방방송사에서도 시청률 제고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 안에서 매일 어느 순간 방송 채널을 틀어도 한편 이상 한류 드라마가 볼 수 있을 정도인 셈이다.
한류붐 지속으로 일본서 한류전파 기지 노릇을 하고 있는 <케이비에스재팬>의 가입자수도 2009년말 현재 350만명으로 2년 전에 비해 150만명 가량 늘었났다.
주 시청자, 여성층에서 중년 남성 등으로 계층 확산
지난해 이후 한류드라마의 방송 붐이 다시 불붙은 배경에는 무엇보다 각 방송사의 제작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08년말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방송광고가 크게 줄어 적자를 내는 방송사까지 출연하면서 드라마 등 방송제작비가 크게 삭감됐다. 22일 광고회사인 덴츠가 발표한 2009년 일본의 광고비를 보면 텔레비전 광고는 1조7139억엔으로 전년보다 10.2% 줄었다. <후지텔레비전>의 간부는 <한겨레>에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는 것보다 고정시청자가 많은 한국 드라마를 수입해 방송하는 게 수입면에서 짭짤하다는 계산”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여기에다 일본 드라마보다 재방송 저작권 확보가 쉽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다. 한국 제작사쪽도 기획단계부터 디브이디와 사진집 등 관련상품 시장이 큰 일본쪽을 겨냥해 제작함으로써 일본쪽에서도 부대수입을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시청계층 확산이라는 측면도 주목할만하다. 한국 사극에 빠진 중년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디브이디와 시디 판매 및 대출 기업인 츠타야에 따르면 한류 사극 작품을 찾는 일본 남성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2003년 <겨울소나타>의 대여비율은 7대 3으로 여성이 앞도적으로 많았으나 <대장금> <주몽> <대조영> 등 한류 사극의 경우 33.9%, 44.7%, 52.9%로 남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장금>에 맛들인 일본 중년 남성들은 최근 <이산>쪽에 눈길을 옮기고 있다. 특히 <엔에이치케이>의 위성 2채널에서 방송중인 한류드라마 <이산>는 한류드라마의 영역 확산에 큰 몫을 해냈다. 29편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2.7%로 지금까지 위성방송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대장금>(2.32%)을 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엔에이치케이>는 6월부터는 재방송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21일 중의원선거 특집방송 관계로 결방됐을 때 600건 가량의 시청자 문의가 쇄도해 방송사 안에서는 “<겨울소나타>를 넘는 인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농밀한 인간관계 등 일본 드라마에는 없는 특별한 ‘무엇’들 한류 드라마 붐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은 배경에는 일본드라마에는 없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 젊은 사람들의 사랑과 일을 그린 촘촘하고 리얼하게 다룬 트렌디 드라마를 주축으로 형사물, 사극,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믹물 등 드라마가 장르별로 세분화돼 있다. 반면 한국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국 드라마의 주 소비계층이 좋아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를 많이 넣기 때문에 자국드라마에서 소외된 일본의 중장년 층들이 한국 드라마에 빠져든다는 분석이다. 한국드라마는 장르가 다양화되고 있긴하지만 가족간의 갈등과 애정이 기본축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든 모든 것을 갖춘 멋진 남성상이 반드시 등장해 중년 여성에게는 현실세계에서 이뤄지 못한 젊은시절 꿈과 로망을 자극할 수 있는 판타지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3만2000명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큰 사회문제화되고 살인사건의 절반 가까이가 가족간 살인일 정도로 가족해체와 붕괴가 심각한 일본사회에서 농밀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한국드라마는 옛시절을 자극하는 향수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10~11회 방송이 기본인 일본 드라마에 비해 방송횟수가 두배 이상 길어 한번 맛들이면 중독성이 강한 특성도 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감정이입이 쉬운 한국 드라마의 특성이 일본 드라마에 없는 새로운 맛을 전해주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한번 좋아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려는 특성도 있다. 변화가 빠른 한국인에 비해 변화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한류 붐 지속을 지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배용준의 도쿄돔 팬미팅 행사에서 5만명 이상이 운집해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배용준 사진에 목욕하다 뛰쳐나와 맥주 한 병 서비스
한류 드라마의 힘은 근본적으로 한-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의 유대를 강화해 궁극적으로 한-일 우호 증진의 최대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특파원 생활 중 한류 드라마에 빠진 무수한 일본사람을 만나서 이런 느낌을 실감했다.
전직 학교 교사인 60대 남성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빨리 죽고 싶다고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80대 이모가 한류 드라마를 알고부터 삶의 의지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총련계 동포는 “30년간 이웃에 살면서도 아는 척을 하지 않던 일본사람이 한류드라마를 봤다며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도쿄 고토구의 오코노미야키(일본식 빈대떡)점에서 일하는 60대 여성은 2008년 기자가 직접 찍은 배용준 인터뷰 사진을 가지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목욕하다 뛰쳐나와서 맥주 한 병을 서비스로 주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만난 일본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동행해 여행 했을 때도, 한류 드라마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목적지까지 7시간이 걸리는 여행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류붐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한류 스타 등의 섬세한 접근자세가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단순히 얼굴 한번 보여주고 수만엔씩 받는 등 한탕주의 돈벌이에 급급한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 그런 점에서 배용준의 경우 팬들에 대해 ‘가족’이라고 표현하고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은 점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지난해 이후 한류드라마의 방송 붐이 다시 불붙은 배경에는 무엇보다 각 방송사의 제작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08년말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방송광고가 크게 줄어 적자를 내는 방송사까지 출연하면서 드라마 등 방송제작비가 크게 삭감됐다. 22일 광고회사인 덴츠가 발표한 2009년 일본의 광고비를 보면 텔레비전 광고는 1조7139억엔으로 전년보다 10.2% 줄었다. <후지텔레비전>의 간부는 <한겨레>에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는 것보다 고정시청자가 많은 한국 드라마를 수입해 방송하는 게 수입면에서 짭짤하다는 계산”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여기에다 일본 드라마보다 재방송 저작권 확보가 쉽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다. 한국 제작사쪽도 기획단계부터 디브이디와 사진집 등 관련상품 시장이 큰 일본쪽을 겨냥해 제작함으로써 일본쪽에서도 부대수입을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시청계층 확산이라는 측면도 주목할만하다. 한국 사극에 빠진 중년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디브이디와 시디 판매 및 대출 기업인 츠타야에 따르면 한류 사극 작품을 찾는 일본 남성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2003년 <겨울소나타>의 대여비율은 7대 3으로 여성이 앞도적으로 많았으나 <대장금> <주몽> <대조영> 등 한류 사극의 경우 33.9%, 44.7%, 52.9%로 남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이산’
<대장금>에 맛들인 일본 중년 남성들은 최근 <이산>쪽에 눈길을 옮기고 있다. 특히 <엔에이치케이>의 위성 2채널에서 방송중인 한류드라마 <이산>는 한류드라마의 영역 확산에 큰 몫을 해냈다. 29편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2.7%로 지금까지 위성방송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대장금>(2.32%)을 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엔에이치케이>는 6월부터는 재방송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21일 중의원선거 특집방송 관계로 결방됐을 때 600건 가량의 시청자 문의가 쇄도해 방송사 안에서는 “<겨울소나타>를 넘는 인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농밀한 인간관계 등 일본 드라마에는 없는 특별한 ‘무엇’들 한류 드라마 붐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은 배경에는 일본드라마에는 없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 젊은 사람들의 사랑과 일을 그린 촘촘하고 리얼하게 다룬 트렌디 드라마를 주축으로 형사물, 사극,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믹물 등 드라마가 장르별로 세분화돼 있다. 반면 한국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국 드라마의 주 소비계층이 좋아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를 많이 넣기 때문에 자국드라마에서 소외된 일본의 중장년 층들이 한국 드라마에 빠져든다는 분석이다. 한국드라마는 장르가 다양화되고 있긴하지만 가족간의 갈등과 애정이 기본축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든 모든 것을 갖춘 멋진 남성상이 반드시 등장해 중년 여성에게는 현실세계에서 이뤄지 못한 젊은시절 꿈과 로망을 자극할 수 있는 판타지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3만2000명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큰 사회문제화되고 살인사건의 절반 가까이가 가족간 살인일 정도로 가족해체와 붕괴가 심각한 일본사회에서 농밀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한국드라마는 옛시절을 자극하는 향수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10~11회 방송이 기본인 일본 드라마에 비해 방송횟수가 두배 이상 길어 한번 맛들이면 중독성이 강한 특성도 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감정이입이 쉬운 한국 드라마의 특성이 일본 드라마에 없는 새로운 맛을 전해주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한번 좋아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려는 특성도 있다. 변화가 빠른 한국인에 비해 변화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한류 붐 지속을 지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배용준의 도쿄돔 팬미팅 행사에서 5만명 이상이 운집해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배용준 사진에 목욕하다 뛰쳐나와 맥주 한 병 서비스

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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