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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블로그] 천하무적 야구단이 재미없다

등록 2010-04-12 14:39

글을 쓰기에 앞서 밝혀둔다. 난 야구에 관한한 무지렁이에 가깝다. 축구다 하면 우리나라 국대 경기나 보고, 야구다 하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나 보는 지극히 국가주의적 스포츠 팬이다. 게다가 야구는 월드 베이스 볼 클래식이라도 투수와 타자의 숨막히는 대결을 차마 끝내 지켜보지 못하는 소심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천하 무적 야구단이 방영된 이래로 거의 1년 여를 빠짐없이 보아오고 있다. 아니다, 이제는 과거형으로 말해야 할 거 같다. 보아왔다고. 이하늘과 김창렬과 임창정이 피디를 찾아가서 야구단을 만들고 싶다던 그 때부터 천무단(천하무적 야구단)의 성장을 지켜봤다. 그들이 먼지을 푹푹 뒤집어 쓰고 아지트를 만들어 놓고는 다음 회에 바로 그게 팔려 고깃집 별채를 빌어 연습을 하는 것도 보았고, 웬 듣보잡이던 마르코란 사내가 짐승에서 귀염성있는 야구인으로 성장해 가는 것도 보았다. 김c의 촌철살인 해설을 사랑했고, 그만큼 그의 용퇴를 안타까워 하기도 했고, 임창정이 슬그머니 사라진 게 정말 그가 바뻐서라고 믿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제 굳이 천무단을 지켜보게 되지 않는다.

1. 예능의 핵심은 공감

누군가는 시청률의 예를 들어 예능의 정석은 바로 재미라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공감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골수 팬들을 가진 무한 도전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1박 2일도 늘 새로운 재미를 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치 이웃 친구와 술 한 잔 하러 가듯 주말이면 그걸 보려고 채널을 돌리는 것이다. 패밀리가 떳다 2가 쟁쟁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시청률로 고생하는 것을 두고 누군가는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예능의 캐릭터라는 것은 보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얻는가에 성패에 달려있는 거이다.

그러기에 초딩 캐릭의 은지원이 같은 캐릭터로 한번은 천진무구한 행동으로 사랑을 받았다가도, 또 같은 캐릭터로 무개념으로 욕을 먹기도 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무단은? 개인적으로 천무단의 첫 회 세 사람의 방송국 행을 보면서, 딱히 결심이라고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천무단을 보고 싶단 생각이 든 건 이하늘때문이었다.

한때 *** 복스라며 거침없는 입놀림으로 욕을 자청하기도 하고, 또 한때는 도대체 모아놓아도 하도 좌충우돌이라 대책이 안선다는 프로듀서의 고백을 자청케 했던 이하늘이지만 그는 놀러와 등에서 한때는 기고만장한 랩퍼였으나 이제는 먹고 살기 위해 예능에서 눈치나 보는 소시민적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는, 같은 멤버인 김창렬의 개과천선하는 성실한 노력과는 다르게 살기위해 인간적 맛이 있달까. 그런 그였기에 초반에 마르코와 함께 좌충우돌 욕 때문에, 거친 행동 때문에 천무단의 잡음을 일으키는 것이, 루저들의 고군분투기같아서 볼만했다.

사실 루저들의 고군분투기라면 무엇보다 '무한도전'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예능이라는게 참 , 웃기고 좀 모자라는 캐릭턱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그들은 여전히 화면안에서는 우스꽝스럽지만 사회적으로 볼 땐 이미 스타가 되어 더 이상 웃기는 사람이 아니게 되는 아니러니를 가지고 있다. 유재석의 높은 출연료의 정당성에 대해 논하게 될 만큼, 쩌리들의 고군분투기였던 무한도전의 쩌리들은 연예계에서 어느새 막강 파워 엘리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이하늘, 마르코, 한민관 등의 또 다른 쩌리들이 그 옛날 무한도전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아마 이들에 대한 가장 명언은 감독 아니 해설 김c의 "아니 이 바보들이 야구를 하고 있어요'라는 것일 것이다. 보기에도 안슬픈 한민관이라든가, 아르헨티나가 고향이라 축구는 좀 했지만, 한국말보다도 야구는 더 잘 모르는 마르코에,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놈의 욱하는 성질 때문에 도통 되는 일이 없는 이하늘에, 김창렬까지, 그리고 딱 초딩 그 자체라는 임창정까지.......거기에 얼굴로 김준을 껴얹었지만, 사실 김준이 꽃남의 에이스도 아니고, 이제는 에이스가 된 동호 조차도 잘 나가던 아이돌은 아니었으니......정말 제 2의 무한도전 같았다.


그러기에, 잘 생긴 김준 조차도 알고보니 버블이었던 것처럼 조금은 비어 보이고, 성질이나 부리던 이들은 비록 야구는 잘 못하지만,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정은 하늘을 찌르고, 출연료는 많이 받지 못하지만 야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에게 또 다른 행복을 주었다. 고달픈 일사에 지친 저녁, 잘 하지는 못하지만, 즐거워서 치고 박고 뒹구는 그들이 아름다웠달까. 그런데 언젠가 부터 그 아름다움은 희미해져 갔다.

2. 운동 예능의 한계

천무단의 캐릭터를 공고히 한 데는 무엇보다 김c감독의 공이 크다. 1박2일에서 그리도 과묵하던 그가 마치 언어의 마술사처럼 해설을 통해, 혹은 조련을 통해 팀원들에게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곧 그의 캐릭터가 되었다. 그저 임창정이 잘 던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가 무리를 하면서도 던지려고 하는 초딩스런 마인드의 소유자라는 어찌 알았겠으며, 그의 커브가 선수 조차도 두려워 할 만한 '미존'이나 '환존'이라는 걸 어찌 알았겠는가. 하지만, 동시에 그의 퇴임사에서 그가 자조적으로 말한 것처럼 한때 선수였던 김c는 그저 즐거워 야구를 하고자 했던 이들의 나이브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냉정한 배팅 오더는 천무단의 궤멸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이건 김c에게 돌려질 책임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운동을 하는 예능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겠다는 비젼이 부족한 상태에서, 약간의 훈련 끝에 무조건 헝그리 정신으로 큰 대회에 천무단을 몰아넣은 제작진의 결정이 먼저일 것이다.

물론 운동을 하는 예능 그 중에서도 야구는 경기를 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애초에 야구라고는 모르던 마르코나, 체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한민관, 혹은 야구를 전혀 해보지 않은 김준을 함께 하자고 해놓고, 훈련도 별로 없이 야구 대회로 강행군 하는 것은 애초에 무모한 시도였지 않을까.

이런 방식은 늘 우리가 살아오던 방식이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지만 이미 기존 야구단에서 쫌 야구를 하던 멤버들과 이들과의 차이는 결국 정예 엔트리와 벤치 멤버라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마르코의 탈퇴까지 도달했다.

게다가 전국 대회까지는 경험이다 했는데, 그 큰 산을 넘자 이제 더 큰 야구장 건설이라는 목표를 삼았고, 이제 올해는 몇 승을 못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선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보면, 솔직히 요즘 천무단은 감독은 전프로 감독님에, 쟁쟁한(?) 선수들을 스카웃까지 했는데,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승리를 못하면 문 닫겠다는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경기를 보면 지지부진한 것이다.

야구는 일요일 아침 젊은 연예인들 뽑아 놓고 경기 치르는 출발 드림팀이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팀 경기인 야구인데, 이 사람 저 사람을 데려다 놓고 팀 정비는 없이 냅다 경기만 치르니......

게다가, 그간 천무단을 이끌어 온 캐릭터인 마르코는 나가고, 한민관은 맨날 벤치에 있는 상태에서, 탁재훈, 김현철이라니.......그들을 보면, 제작진이 뭔가 오해를 해도 단단히 했구나란 생각이 든다. 사실 천무단을 보면서 뭉클했던 장면은 천무단이 뭘 잘했을 때가 아니다. 한민관이 벤치이면서도 자기 몫을 하려고 열심히 소리 지르다가도 뒤돌아 설 때 어두워진 표정, 그리고 그걸 알아차려준 임창정,.....이런 것처럼, 좀 못나고, 부족하지만 열심히 함께 하려고 애썼던 그 시간들이 소중하고 재밌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1승을 했을 때, 예능이지만 진짜 울컥하면서 그들의 울음에 공감했던 그것이 천무단의 매력이었는데, 이제 천무단에는 그저 좀 야구나 하는 예능인들만이 남아있는 느낌이다.

물론 야구라는 걸 시작했기에, 경기를 하고, 그것도 잘 해야 하지만, 그것은 마치 우리가 사회에서 무언가를 하면 잘 해야 하고, 꼭 이겨야 하는 경쟁의 생리를 너무 그대로 닮아가기만 한다. 애초에 천무단이 매력적인 것은, 못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고, 못하지만 즐기려고 하는 그것이었는데..........

이제 열정은 사라지고 예능만 남고, 패기는 도태되고 스킬만이 사랑받는 토요일 저녁 천무단을 보는 것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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