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데렐라 언니’, ‘검사 프린세스’.
‘수목드라마’ 3파전… 1라운드 결과는?
지난달 31일 동시에 시작한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MBC), <신데렐라 언니>(KBS), <검사 프린세스>(SBS). 주연 여배우들이 모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주목받은 세 드라마가 4회까지 방송을 타며 드라마의 윤곽이 얼추 드러났다. 문근영이 처음으로 냉소적인 역을 맡은 <신데렐라 언니>가 시청률 17.7%(에이지비닐슨 조사)로, 손예진이 허점투성이 궁상녀로 나온 <개인의 취향>(10.9%)과 김소연이 명품을 좋아하는 ‘된장녀’ 검사로 나온 <검사 프린세스>(10.1%)를 크게 따돌렸다. 세 드라마 모두 주연 배우의 변신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기본적으로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용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전체적으로 드라마 줄거리와 전개의 짜임새 부족이나 진부함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상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 ‘냉소녀’ 도전
익숙한 스토리 한계 ■ ‘신데렐라 언니’의 운명, 40대는 잡았지만 <신데렐라 언니>가 선두에 나선 것은 중년 여성들을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신데렐라 언니>는 젊은 세대들을 주로 타깃으로 잡는 수목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40대 이상 여성시청자들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전체 시청자 중 40대 이상 여성의 비중이 37%를 차지해, 각각 23%와 19%였던 <개인의 취향>과 <검사 프린세스>보다 훨씬 높았다.(티엔에스미디어) 왜 중장년 여성들이 이 드라마를 골랐을까. 고전동화를 소재로 삼은 것이 그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문근영과 이미숙의 모녀이야기가 먹혀든 덕분이다. 국민여동생 문근영의 이미지 후광에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마음을 닫아버린 은조 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변신, 이미숙이 보여주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여러 세대의 시청층을 아우르는 요소이다. 50대 시청자 이숙자씨는 “어둡게 자란 은조가 너무나 밝은 효선(서우)을 보며 처지를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가슴이 아파진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숙이 맡은 강숙은 중년 여성들의 추억 속 청춘을 떠올리게 한다. 강숙이 술주정뱅이 동거남에게서 도망쳐 대성(김갑수)을 유혹해 함께 사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무수하게 반복되어온 뻔한 이야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도 상당하다. 욕망을 원동력 삼아 입장이 바뀌는 인물설정은 이미 <신데렐라> <숙희> 등에서 써먹었던 소재다. 원치 않게 가족이 되어 갈등이 빚어지는 이야기 역시 작가가 그동안 써왔던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를 통해 여성이 성공을 거둔다는 소재도 익숙한 이야기여서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개인의 취향’
손예진 궁상연기 절정
억지설정 반복 지루해 ■ ‘개인의 취향’, 손예진만 잘하네 손예진의 코믹연기만큼은 절정에 이른 모습이다. 드라마 <연애시대>를 같이 했던 박연선 작가는 손예진을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라고 평한다. <개인의 취향>에서 손예진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변화를 시도했다. 만화 그림처럼 동작이 커졌다. 울 때는 얼굴 모든 근육을 사용하고 말할 때도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린다. 입을 삐쭉 내밀고 진호(이민호)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 주리를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꼭 여기까지만이라는 데 있다. 손예진이 궁상 맞은 여자로의 변신은 성공한듯 보이지만, 드라마 전체 속에서 잘 녹아들지 못한다. 상대역인 이민호의 연기가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줄거리 자체도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이어져 손예진의 열연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남자가 게이로 오해받는 해프닝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썼고, 건축 모형을 들고 버스를 탄 진호가 라이벌의 여자친구 손예진을 만나는 설정 등이 모두 우연의 결과로만 이어진다. 아무리 둔한 여자라고 해도 가장 친한 친구가 자기 애인과 결혼하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검사 프린세스
검사세계 소재엔 눈길
캐릭터 분석 빗나가 ■ <검사 프린세스> 소재만 새롭다 <검사 프린세스>는 드라마에서 아직은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검사라는 직업을 골라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마혜리(김소연)가 처음 검사로 임용되어 선배 검사인 진정선(최송현)에게 검사란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장면, 화려한 여검사가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검은 정장만 입어야 하는 보수적인 규율에 반기를 드는 내용 등이 공감대를 얻을 만하다. 하지만 <검사 프린세스> 역시 <개인의 취향>과 똑같은 뻔한 캐릭터 설정으로 흥미를 얻어내지 못하는 함정에 빠졌다. 마혜리는 <금발이 너무해>의 여주인공을 빼닮았다. 관습에 물들지 않고 보수적인 관료 조직과 부딪히는 설정이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역시 <금발이 너무해>의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김소연은 마혜리를 어린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그리고 있는데,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빗나갔다. 시험을 쳐서 들어온 검사가 피의자들을 앞에 두고 얼굴로 사건을 평가한다거나, 삼각관계에 빠져 싸움을 일으킨 연예인의 사건이 기술된 자료를 보고 정신을 못 차리는 식의 설정은 앞서나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