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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쾌감과 불편을 넘나드는 ‘수상한 드라마’

등록 2010-04-19 22:38수정 2010-04-20 10:21

쾌감과 불편을 넘나드는 ‘수상한 드라마’
쾌감과 불편을 넘나드는 ‘수상한 드라마’
문영남 작가 특유 이야기솜씨
“서민 심리 제대로 파악했다”
고정관념·뻔한 소재 반복 사용
“시청자 의식까지 퇴보시킨다”




시청률 독주 ‘수상한 삼형제’

요즘 최고 흥행드라마는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KBS 2TV 밤 7시55분)가 단연 발군이다. 시청률조사기관인 티엔에스에 따르면 18일 방송분이 41.6%를 기록했다. 30%대 드라마가 전무한 상황속에서 홀로 독주하고 있는 셈이다. “욕하면서 보게 만든다”는 수식어로 유명한 문영남 작가는 전작인 지난해 <조강지처클럽>으로 40%대 최고 인기 드라마를 뽑아낸 데 이어 올해에도 흥행 연타석 홈런을 쳤다. 물론 막장 드라마 논란도 여전하다. <수상한 삼형제>는 김건강, 김현찰, 김이상이라는 세 형제 가족의 이야기다. 애초 계획한 50회에서 70회로 연장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왜 <수상한 삼형제>에 빠져드는 것일까?

■ 속풀리니 본다 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이에는 “속이 시원해지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사람들의 본성을 그대로 까발리며 가슴 속 숨겨둔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것이다. <수상한 삼형제>가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럽다고 욕을 먹지만 이런 설정이야말로 진짜 현실적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팬들은 입을 모은다. 독재자 시어머니에게 늘 눌려 살던 며느리 도우미(김희정)가 어느날 시어머니에게 하고 싶던 말을 다 토해내고 남편을 먹여살리겠다며 여장부로 변하는 모습, 남편과 바람 핀 친구에게 경고하는 장면 등이 주부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대목들이다. 한 30대 후반 시청자 김도연씨는 “나는 이혼하고 싶어도 참고 사는데, <수상한 삼형제> 속 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놓고 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하게 뚫린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허웅 드라마 국장은 “남편이 바람 피고, 시어머니가 구박하는 이야기는 다른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문영남 작가 드라마에선 상황을 극대화시켜 야금야금 약을 올려놓았다가 한방에 해소하며 쾌감을 준다”고 분석한다. 부부들의 불륜 등을 그리는 <사랑과 전쟁>의 하명희 작가는 “<사랑과 전쟁>을 쓰면서 다양한 사연을 접했는데, 실제에선 이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진다”면서 “<수상한 삼형제>같은 드라마는 젊은층들에겐 비현실적으로 보이겠지만 결혼해서 살고 있는 중년부부들이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다 싶은 사건들이 나열되고, 그래서 자기 이야기처럼 들여다보게 된다”라고 평했다.

■ 속터져서 안본다 그러나 극단적 사건 몰아치기를 싫어하는 시청자들에겐 짜증 그 자체가 된다. 내용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사건을 풀어가는 자극적인 방식이 불편하다는 이들이 많다. 한 드라마 작가는 “현실에도 그런 일이 있다면서 극단적으로 다 보여준다면 그게 다큐멘터리지 드라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상한 삼형제>가 시청자들의 의식을 퇴보시킨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시어머니는 아무 이유없이 며느리를 괴롭히고, 편애 감정도 지나치게 장남에게 치우치는 등의 모습을 보면 저런 엄마가 과연 얼마나 되겠나 싶다”며 “문영남 작가는 늘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흡인력은 있지만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생활에서도 한국의 요즘 가정에서는 드라마처럼 시어머니가 막강권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많지 않고 오히려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쾌감과 불편을 넘나드는 ‘수상한 드라마’
쾌감과 불편을 넘나드는 ‘수상한 드라마’
■ 그래로 문영남 때문에 본다 문 작가가 <조강지처클럽>에 이어 <수상한 삼형제>에서도 불륜과 복수, 나쁜 시어머니와 사기 행각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반복하면서도 시청률 면에선 결국 승자가 되어왔다. 주인공 한 명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주인공을 내세우며, 숨돌릴 틈 없이 사건을 이어붙이며 상황을 극단까지 몰아가는 문 작가 특유의 이야기 스타일도 인기의 중요한 요인이다. 시청자의 눈길을 단박에 끌만한 스타급 연기자를 기용하지 않고도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문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에 힘입은 바도 크다. 40대 이상 여성들이 20~30대에 비해 드라마 충성도가 2배 가량 많은 우리나라 시청패턴을 감안해 이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남편의 외도’라는 전통적 소재를 극단까지 몰고가는 제작전략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작가는 소설이나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시도가 흔치 않았던 1992년 소설 <분노의 왕국>을 드라마로 집필하며 데뷔한 뒤 1994년 이병헌이 주인공으로 드라마 데뷔한 만화 <폴리스>로 전문직 드라마의 가능성을 열었다. 외환위기 전후에는 <바람은 불어도>(1996년), <정때문에>(1997년) 같은 따뜻한 가족이야기를 그려 호평을 받았다. 그 뒤 2000년대 들어 <애정의 조건>(2004년), <장밋빛 인생>(2005년), <소문난 칠공주>(2006년), <조강지처 클럽>(2007년) 등 가족 드라마를 만들면서 막장 드라마 논란의 장본인이 됐다. <소문난 칠공주>를 연출했던 배경수 피디는 “케이블 등 채널이 많아진 요즘 시청자들이 어떤 드라마에 리모컨을 멈추는 지를 파악한 변화”라고 분석한다. 허웅 국장도 “요즘 시청자들이 따뜻하고 교훈적인 것은 책에서 찾고, 드라마에선 흥미와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점을 문작가가 잘 읽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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