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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성동일 “관객에게 편한 배우 되려고요”

등록 2010-06-25 18:02

 성동일(43)
성동일(43)
영화 ‘마음이 2’ 코믹한 개도둑 성동일
빛나는 조연 전성기…줄줄이 출연 예약
성동일(43·사진)은 “인터뷰가 어색하다”면서도 ‘말발’은 청산유수였다. 인생의 쓰고 단 맛이 녹아든 그의 말은 폼잡는 다수 연예인들과 달리 진솔했으므로 말발이라고만 할 수도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 앞서 조연들의 전성기를 활짝 연 성동일 아닌가.

24일 영화 <마음이 2>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사람이란 누구나 본질적으로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고 말했다. 선문답 같지만 그의 이런 화두는 연기관을 담고 있다. “제가 무명을 오래 겪어봐서 잘 알아요. 나를 바라봐주는 관객들의 시선이 배 아프지 않도록 노력해요. 그게 먹고사는 데 가장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괜히 잘난 척 뻐기거나 가르치려 드는 역할로 관객들의 질시를 사지 않겠다는 뜻. <마음이 2>에서도 성동일은 코믹한 개도둑을 연기했다.

최근 활발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그는 주연급 배역 영화가 2편 들어왔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가르치려 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더 큰 역할을 하기보다 더 큰 사람들하고 놀고 싶다”고 했다. 주연 자리를 못 차지해 안달인 이 바닥에서 뭔가 달랐다.

정확한 자기분석을 바탕으로 한 전략일 수도 있을 터. 인기 비결을 묻자 술술 답이 나왔다. “사람들은 깔끔한 것보다는 편한 사람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트레스 받는 주부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겠어요? 성동일은 편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듯싶어요.” 꽃미남이 아니었고 꽃중년도 못 될 바엔 개성을 솔직히 밀고 나가자는 전략인 셈이다.

그래도 배우다. 코믹 연기만 말고 진지한 배역을 해보고 싶을 법싶다. 그는 “살아보니 코믹한 게 가장 진실한 것이더라”며 정색했다. “목소리 낮게 깔고 눈 부리부리하게 한다고 진지한 게 아니에요. 살아봐서 알지만 정말 내가 슬프고 답답하면 웃게 되더라고요.”

쓴맛 단맛을 구르고 차이며 맛본 그다운 말이다. 1991년 서울방송 공채 1기 탤런트 출신인데, 정작 그가 술술 풀리기 시작한 건 19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빨간 양말’ 역을 맡으면서였다. “일당 만원을 받으며” 분전한 끝에 역전했다. “지금은 금전적으로 좋은 건 사실이에요. 크게 변한 건 예전엔 남들한테 많이 얻어먹었는데 지금은 사줄 수 있는 거죠. 많이 얻어먹었기 때문에 이제 많이 사주려고 해요.”

무엇보다도 그는 아내에게 많이 고마워했다. “스태프들이 자주 집에 놀러오는데 그러면 아내가 30분 만에 술상을 차려줘요. 10명이 오든 1명이 오든, 새벽에 데려와도요. 그 사람이 나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거죠. 집사람하고 싸울 일이 없어요. 지금도 결혼 못하고 애 낳고 살지만 우리는 지금 사는 게 더 중요해요.”

매번 새로운 사투리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비결 역시 그의 철저한 인생 경험을 깔고 있다. “사투리 하는 역할을 맡으면 지방을 가요. 사투리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이니까. 거기 재래시장을 가면 내가 필요한 게 다 있지요.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는 선술집에 취한 분들이 많은데 카메라 돌려놓고 난 술 마시고 해서 카메라 3~4개면 다 나옵니다.”


이제 욕심 던지고 도라도 깨쳤는지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는 말이 그의 입을 줄곧 맴돌았다.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발>, 윤재균 감독의 <퀵>에다가 <넘버3> 속편,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줄줄이 출연을 예정하고 있다. 그 모두가 그에게는 “사람들과 놀고 싶어서” 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역할 비중은 안 따지고, 역할에 부담도 가지고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편안하게 내 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고, 또 일 자체를 즐기고 싶습니다. 눈 떠서 촬영장 가면 누구랑 술 마실지가 항상 고민이죠.” 그는 사람 좋게 웃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비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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