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새 주말드라마 <글로리아>는 서지석, 소이현, 이천희, 배두나, 오현경, 이종원(왼쪽부터) 등이 출연해 달동네와 시대에 뒤떨어진 나이트클럽을 배경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MBC 새 주말극 ‘글로리아’
주말 안방극장에 오랜만에 시대에 뒤처지고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가 찾아온다. 31일 첫방송을 시작하는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글로리아>(연출 김민식 김경희, 작가 정지우)의 배경은 달동네, 재래시장 한쪽 구석에 있는 오래 묵은 나이트클럽 ‘추억 속으로’이다. 부모 없이 마흔살짜리 지체장애 언니를 데리고 사는 서른살 처녀 나진진(배두나)이 주인공, 주변에는 싸움도 못하는 동네 깡패 하동아(이천희)가 얼쩡거린다.
요즘 드라마 문법처럼 돼버린 재벌가도 빠질 순 없다. 다만 <글로리아>에 나오는 재벌가 주요 배역은 재벌 3세이되, 결코 세상 밖에서 행세하긴 어려운 ‘배다른’ 자녀들이다. 그래도 남녀 차이가 있으니, 재벌가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본가에 들어와 산 30대 중반의 이강석(서지석)은 적자와 경쟁하지만 그나마 여자로 태어난 20대 정윤서(소이현)는 아버지 호적에도 못 오른 채 상처 속에 살아간다.
이들이 바라보는 것은 역시 주류들의 세계다. 달동네에서 고개를 들면 눈길이 닿는 그곳에 높게 둘러친 담장이 있다. 그곳에는 이름도 못 들어본 고급 승용차가 얼굴도 감히 마주하기 어려운 이들을 매일 싣고 오간다. 작가의 기획의도처럼 나진진의 주변 인물들은 “빠르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과 느려서 못 쫓아가는 사람들”로 명확히 구별된다.
얼핏 서민드라마를 써온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 <서울 뚝배기>류를 떠오르게 한다. 지금껏 주말 안방을 독차지해온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건 확실하다. <수상한 삼형제>를 필두로 후속작 <결혼해주세요>로도 승기를 놓지 않고 있는 한국방송에 대한 전략은 차별화에 있다는 것. ‘막장’으로 뜬 <수상한 삼형제>에 이어 <결혼해주세요> 역시 불필요한 여배우 노출 신으로 경쟁작을 찍어누르려는 의도가 명확해지고 있는 터에, 문화방송의 선택지가 ‘가족드라마’에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형식으론 가족이 아니지만 나이트클럽 ‘추억 속으로’에 모이는 타인들은 여느 ‘콩가루 가족’보다 더한 가족애를 느끼고 티격태격 주고받는 상처도 가족과 다르지 않다. 범주를 조금만 넓혀도 가족극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셈이다.
정지우 작가는 나진진의 예명이자 드라마 제목인 ‘글로리아’에서 보듯 현실적 선택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기존의 캔디형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할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드라마의 성패는 어떤 ‘캔디’냐에 달렸다. 가난한 소시민의 성공 판타지를 자극하면서도 현실성을 담보해내는 쉽지 않은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정 작가의 전작인 <별을 따다줘>나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가문의 영광> 등으로 짐작건대, 기존 캔디 드라마와의 차별 선은 확실하게 그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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