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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승엽의 티셔츠가 용달차로 바뀌는 기적

등록 2010-08-10 20:02수정 2010-08-11 11:54

진행자 김제동
진행자 김제동
문화방송 ‘7일간의 기적’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사이 이승엽의 티셔츠는 용달차가 된다.

문화방송 〈7일간의 기적〉(목 오후 6시50분)은 진행자 김제동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기적원정대가 1주일간 물물교환으로 의뢰자가 필요한 물건을 바꾸어 주는 기부 프로그램이다. 캐나다의 한 대학생이 빨간 클립으로 물물교환을 계속해 결국 집을 얻었다는 해외 토픽 기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시사교양 프로그램〈자체발광〉에서 한 꼭지로 선보였다가 아예 독립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3회를 방송한 〈7일간의 기적〉은 시청률은 4.9%(티엔엠에스 집계)로 높지 않지만 내가 갖고 있던 작은 물건이 결국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과정을 사연과 체험 형식으로 풀어내어 감동과 재미를 준다.


문화방송 ‘7일간의 기적’
문화방송 ‘7일간의 기적’
기부 프로그램의 고정관념 깨다

기존 기부 프로그램들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의 어려운 사연을 구구절절 들려주며 동정심을 자극해 모은 돈을 전달하는 형식이었다면, <7일간의 기적>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사는 이들의 ‘노력’을 조명하면서 이들이 생업에 보탬을 주는 방식으로 다가간다. 1회에서 공공근로를 하며 혼자서 세 아이를 키우는 김학용씨가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용달차를 마련해줬고, 2회에선 할머니와 혼자 사는 빙상 꿈나무가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훈련용 자전거를 선물했다.

이승엽 티셔츠가 차로 탈바꿈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선물’ 줘

프로그램은 진행자나 제작진이 가지고 있던 작은 물건에서 시작한다. 1회에선 김제동이 내놓은 야구선수 이승엽이 입었던 티셔츠, 2회에선 기증받은 쇼트트랙 이승훈 선수의 운동복으로 1주일 동안 계속 물물교환해나갔다. 조금씩 더 비싸고 좋은 물건으로 바뀌어가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바꾼다는 점에서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행을 벗어난다. 채환규 책임피디는 “지금껏 기부 프로그램들이 주로 돈을 주는 일방적인 형태였지만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동등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7일간의 기적’
문화방송 ‘7일간의 기적’
모두가 주인공이 되면서 커지는 감동

물건을 바꾸게 되는 이들도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 된다. 교환 여행에서 만난 이들의 사연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점이야말로 기존 기부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다. 자기 물건을 주고 캠코더를 받은 아주머니는 “처음으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게 됐다”며 좋아하고, 커피자판기를 받고 한복을 준 아주머니는 50년째 한복을 지으며 5남매를 키운 사연을 들려준다. 동시에 작은 물건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지면서 더욱 가치가 커진다. 이렇게 여러 차례 바뀌고 바뀐 물건에 얽힌 사연이 마지막 받는 사람에게 편지로 전해진다.

자선보다 호혜로 ‘마음 나눔’
일반인 참여 ‘교환여행’ 눈길

진행자 김제동의 비중을 줄이고 대학생 등 일반인 참가자를 투입해 체험을 강조한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 원정대는 순천, 남해 등 지역을 정해주면 그 안에서 제작진 도움 없이 떠돌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물교환을 신청해야 한다. 좀더 효율적으로 물건을 바꾸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전략도 필수. 가령 이승엽 선수의 유니폼이면 야구부를 찾아가고, 모시 한복을 얻으면 도자기 연구소를 찾아가는 식이다.

이들은 숙박비 대신 마늘을 까고 밥도 하며 몰랐던 세상을 경험한다. 판매원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문전박대도 당하면서 물물교환에 성공하면서 참가자들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됐다. 1회에 출연한 이형숙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더 마음을 열게 됐고 방송이 끝난 지금도 어떤 것을 기부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2회 출연자 엄병렬씨도 “학교에서 기부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기부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초반 눈길을 잡는 데 성공한 <7일간의 기적>에 던져진 숙제는 오히려 감동보다도 변화다. 결국 물물교환에 성공할 것이란 예측 가능한 구성을 어떻게 피해가며 꼼꼼한 재미를 넣느냐가 승부처로 보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 진행자 김제동 인터뷰

“가르치지 않는 프로그램 하겠다”


“우월의식에서 나오는 동정은 경계합니다.” <7일간의 기적> 진행자 김제동이 가장 조심하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은 결핍이 있고, 그래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부라고 그는 강조했다. 촬영 때문에 경상도를 다녀왔다는 그를 9일 자정에 전화인터뷰했다.

-공익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습니다.

“외딴 시골에 가 의료 진찰을 하는 <느낌표>의 ‘산 넘고 물 건너’가 제가 진행하던 <스타골든벨>과 같은 시간대로 이동하면서 시청자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느낌표>를 그만뒀습니다. 애착이 컸던 프로여서 아쉬웠는데 마침 <7일간의 기적> 섭외가 와서 반갑게 합류했습니다. 시민들을 찾는 공익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사라지면 안 되는 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주일 중 며칠 정도 교환하러 다니나요?

“고생은 원정대가 다 합니다. 원정대 분들은 순수 자원봉사여서 출연료도 없습니다. 저는 1주일에 이틀에서 나흘 정도 따라갑니다. 오늘 경상도를 다녀왔고, 내일 여의도에서 촬영한 다음 모레는 다시 대구, 그 다음날은 강원도에 갑니다.”

“우월의식서 나오는 동정 경계
결핍감 채워주며 마음 나눌 것”

-일반인을 만나는 프로그램에서 친근하게 진행하는 데 강점이 있는 듯합니다.

“다른 프로그램은 별로라는 소립니까.(웃음) 외모도 그렇고 시골에서 살아서 조금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마을 어른들도 카메라 들이대면 어색해하시지 않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은 이런 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걸 보면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예측 가능한 결말이 주는 단조로움을 메워줄 과정의 재미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저희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물건을 바꾸는 과정은 같아도 사람들의 사연과 마음은 다들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국 방방곡곡을 도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부 프로그램이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은 뭘까요.

“체험 한번 해보고 황제처럼 살았다는 소리 같은 거 하면서 내 환경만 다시 확인하고 오면 안 됩니다. 강요하거나 가르치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나도 한번 물건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따뜻하고 편안하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슬퍼 보입니다.

“원래 슬픈 목소립니다.(웃음) 슬럼프는 누구나 오는 것이고, 제가 예능에 잘 적응 못했으니 한발 떨어져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를 바꿀 수도 없고. 제가 좀 밝아지긴 해야죠. 너무 어두운 사람이라. 하하.”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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