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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하루키-트란 ‘노르웨이의 숲’ 베일 벗다

등록 2010-09-03 18:39

 영화 <노르웨이의 숲>
영화 <노르웨이의 숲>
베니스국제영화제서 상영돼
언어장벽 딛고 섬세한 심리 표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노르웨이의 숲>(사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개막한 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이튿날인 2일 상영됐다. 1995년 같은 영화제에서 <씨클로>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베트남 출신 트란안훙(쩐아인훙) 감독이 연출한 <노르웨이의 숲>은 올해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올 12월 개봉 예정이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반영했다. 어린 시절 친구를 자살로 잃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친구의 연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치유와 아픔, 고통과 번민을 담아내고 있다. 과거의 커다란 아픔 때문에 허무로 가득 찬 오늘 속에서 미래의 갈 길까지 잃어버린 청춘들의 방황을 담았다. 원작 소설은 국내에서 <상실의 시대>라고 번역돼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원작은 일본에서만 430만권이 넘게 팔렸고 33개 언어로 번역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영화화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을 공산이 크다. ‘하루키 소설’이 독자를 열광케 한 요인이기도 한, 언어 중심적 표현에 의한 집중적인 심리 묘사라는 특성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중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장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단편 <토니 타키타니> 두 편이 전부였다. 또한 무라카미 스스로 자신의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데 부정적인 뜻을 주로 피력해왔다. 쩐아인훙 감독이 하루키의 허락을 받은 일 자체가 ‘기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그래서다. 더 나아가 무라카미는 소설에 없는 대사를 만들어주고 스크립트를 위한 메모까지도 제공하는 등 영화 제작에 깊이 간여했다.

쩐아인훙 감독은 이 소설의 핵심이 이미지에 있음을 진작에 간파했다. 94년 소설을 읽고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는데, 일본문학 팬임에도 그 뒤로 하루키 소설은 한 편도 더 읽지 않았다고 지난 6월 일본판 <지큐>(GQ)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유는 “영화화할 때까지 첫 이미지를 온전히 소중하게 남기기 위해서”였다는 것. 쩐아인훙 감독은 “전세계에서 널리 <노르웨이의 숲>이 읽히는 이유는,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작품 안에 있기 때문”이라며 “하루키의 모든 작품에 슬픔이 숨겨져 있는데 그 슬픔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것이고, 또한 이 소설은 독자의 가슴 속 깊이 간직된 감정을 확실히 밖으로 끌어내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비평가 로드릭 콘웨이 모리스는 2일 <뉴욕 타임스>에 실은 리뷰에서 “쩐아인훙 감독이 일본어를 모르는 것을 감안하면, 기량과 섬세함을 잘 갖춘 젊은 일본 배우들을 대단히 잘 기용해 연출했고, 60년대를 표현한 것도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쩐아인훙 감독 역시 이날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출하면서 배우들에게 정확한 뜻을 설명하라고 몰아세워 울음을 터뜨린 통역자도 있었고, 정말 통역자 몇 명을 죽인 셈”이라며 언어 장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노르웨이의 숲’ 누리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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