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화이트힐(42)
픽사 3D 담당 밥 화이트힐 내한
“‘토이스토리3’ 시사회하고도 고쳐”
“‘토이스토리3’ 시사회하고도 고쳐”
“끊임없는 분리와 해체의 반복이 픽사의 성공비결이다.” 따뜻한 휴먼스토리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3>을 제작한 픽사의 3디 담당자 밥 화이트힐(42·사진)은 픽사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로 발전한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콘텐츠콘퍼런스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픽사는 품질에 대해 끊임없이 자아비판하고 문제 제기하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때까지 다시 작업한다”며 실수를 줄이려고 고민하는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토이 스토리 3>은 제작에만 4년이 걸렸고 주인공은 색채부터 형태까지 재구상 작업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밥 화이트빌은 드림웍스를 거쳐 2004년 픽사에 입사한 뒤 <업> <토이 스토리 3>의 3디 작업을 총괄했다.
픽사는 <업> <토이 스토리> 등 2009년부터 3디 방식을 본격적으로 차용했는데, 이를 두고 손 작업을 고수하는 일본 지브리 쪽이 “3디는 언젠간 싫증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밥 화이트힐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상당히 예술적이고 그런 방식이 함께 번영하면 좋겠다”면서도 “3디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픽사도 더 많이 제작할 계획이다. 3디는 절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렇지만 화려함만 강조하는 3디는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영화의 목적과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이 스토리 3>은 소외감 등 장난감의 감정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인간 세계에서는 3디 효과를 덜 주었고, 장난감 세계에서의 외로움을 표현할 때는 3디를 강조하며 감정의 깊이를 차별화했습니다.”
또 3디를 배경음악처럼 천천히 관객의 감정을 유인할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화 <스타워즈> 도입부에 나오는 배경음악을 우리는 강렬하게 기억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음악에만 신경 쓰게 되지는 않습니다. 3디도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되, 배경음악처럼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감정에 스며들도록 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픽사에서 제작한 3디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눈이 아프다면 모두 내 탓”이라며 웃었다.
픽사 작품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이 스토리 3>도 성인 관객들이 많이 봤다. 그는 “아이라면 어떨까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보기에 재미있는 것을 만든다. 어른들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며, 픽사가 모든 관객에게 호감을 사는 영화를 만드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너무 어른 취향의 감정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하는 모양새다. 그는 “<토이 스토리 3> 시사회에서 슬픈 감정을 갖고 영화관을 떠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래서 마지막 크레디트에 뜰 때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장난감들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을 몇 장면씩 보여줬다. 영화관을 떠날 때 슬프지 않게 바꿨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영화가 좋아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다는 밥은 “한국에서 창의력 있는 애니메이터들이 많이 나오려면 이론보다는 밖에 나가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애니메이션과 영화계는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과 돈을 벌려는 회사들이 합심해 상승 작용을 하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도 건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피알진&어소시에이츠 제공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피알진&어소시에이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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