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야나기바 도시로(48)씨
서울드라마어워즈 대상 ‘슈샤인 보이’
주인공 맡은 일 배우 야나기바 도시로
주인공 맡은 일 배우 야나기바 도시로
“대상은 <슈샤인 보이>! 축하합니다.” 최근 열린 ‘2010 서울드라마어워즈’ 시상식. 호명과 동시에 화면에 비친 이 드라마의 주인공 야나기바 도시로(48·사진)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오므리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상식에 앞서 <한겨레>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도 그는 비슷한 표정을 자주 내보였다. 주로 연기와 작품에 관해 질문할 때다. “저를 어떻게 아세요? 그 드라마를 봤어요? 와, 놀랍고 기뻐요.”
그가 놀라는 게 더 놀라울 정도로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꽤 많이 알려져 있다. <그것은 갑자기 폭풍처럼>(2004) <검은 가죽수첩>(2004) <코드 블루>(2008) 같은 일본 드라마 팬들에게 유명한 작품 말고도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는 한국에서 2003년과 2005년에 드라마와 영화가 각각 소개되어 인기를 얻었다. 한국 팬들은 대부분 야나기바 도시로를 생각하면 <춤추는 대수사선>의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배려 깊은 무로이 신지를 떠올릴 정도다. “무로이 신지는 관료라서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들과 다른 고민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실제로도 현장 경찰들과 관료들이 화합하는 경찰기관이 되기를 바라며 연기했는데 그것이 잘 전달됐다면 기뻐요.”
그는 경찰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처럼 주로 일본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 등에서 냉정하지만 속 깊은 인물을 연기했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단편드라마 <슈샤인 보이>에서도 은행의 속고 속이는 시스템에 질려 저항의 의미로 회사를 그만두고 한 기업의 사장 운전사로 일하며 2차 대전 후 일본 경제성장기를 살아가는 남자를 연기한다.
그는 “외모 때문인가 그런 역 제의가 많다”며 “하지만 실제 성격은 2살 아들이랑 같이 장난치고 놀 정도로 활발하고 기분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며 크게 웃었다.
야나기바는 섬세한 표정 연기가 뛰어난 일본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다. 원래는 ‘게키단 잇세이후비’라는 인기 그룹의 멤버로 데뷔했는데, 1995년 엔에이치케이 드라마 <만개한 꽃>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걸었고, 당시 시대를 풍미한 트렌디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꿰차는 ‘꽃미남’ 배우로 유명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역에 고민은 없었을까. 그는 “세월이 흐르니 나이에 맞는 역을 하게 된 것일 뿐, 이런 자연스런 변화가 좋다”고 말했다. “가수활동을 한 건 음악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음악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에요. 이제 음반은 내지 않고 노래는 매년 여는 팬클럽 스키캠프에서만 부르는데, 혹시 제 노래가 듣고 싶다면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모든 음반을 아직까지 다 갖고 있으니까. (웃음)”
“고향이 아키타현이라 <아이리스>를 관심 있게 봤고 드라마에 나오는 스키장에도 직접 가봤다”는 그는 지금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라며 먼저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를 “솔직한 감정 표현”에서 찾았다. “한국 드라마는 좋고 싫고 화나고 슬픈 인간의 감정을 알기 쉽게 표현해요. 제가 초등학교 때 당시 야마구치 모모에라는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가 시작하면 푹 빠져서 봤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면 그때 비슷한 기분에 젖어요(웃음).”
그는 “한국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온다면 어떤 역이든 다 도전해보고 싶다”며 인터넷 쇼핑으로 샀다는, 시상식에서 입을 검은 정장 소매를 차분히 걷어 내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서울드라마어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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