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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드라마 부진 늪 MBC에 무슨 일이?

등록 2010-10-18 20:01수정 2010-10-19 10:33

수목·주말 드라마 시청률 바닥
‘선덕여왕’‘동이’ 등 선전했지만
잦은 인사이동·장기 전략 부재
옛 작품 판박이 ‘새 소재’ 없어
“재미있지도, 새롭지도 않다.”

문화방송 드라마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문화방송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때 ‘드라마왕국’이라던 문화방송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올해 가뭄, 좀 심한데…

최근 1년간 엠비시 전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은 약 6.5%대로,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와 거의 차이가 없다. 문제는 교양이나 시사보다 시청률이 높아야 정상인 드라마인데, 평균 20%를 넘긴 것은 월화드라마 <동이>가 유일하다. 그나마 <동이>마저 12일 종영해 당분간은 위안거리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엠비시 드라마의 부진은, 월화드라마는 선전하는데 수목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지난해부터 철저하게 바닥을 기는 데 집중되어 있다. 수목드라마는 지난해 6편, 올해 5편이 모두 평균 시청률 10%에 못 미쳤다. 올해 주말드라마도 마찬가지. <인연 만들기> <민들레가족> <글로리아>가 모두 10% 미만이다. 엠비시 내부에서도 “미칠 노릇”이라고 답답해하고 있다. 드라마가 기복을 겪는 것이야 당연한데 이렇게 2년 내내 부진한 경우는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어디서 본 듯한 드라마들만

한때 방송사들은 경쟁 드라마보다 5분 빨리 방송 시작하기 등 편성 전략에 승부를 많이 걸었다. 하지만 이젠 더는 시간차 편성이나 요일 바꾸기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2년 전부터 평일 밤 10시대 드라마는 3사 모두 동시에 시작하고 최대 72분을 넘지 않기로 합의했다. 오로지 드라마의 내용만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방송은 배우나 연출자의 이름값에 너무 기대거나 차별화된 내용 없이 따라하기 드라마들이 많았다고 경쟁사들은 물론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다. <장난스런 키스>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나 ‘테디 베어’를 이용한 마지막 장면 등이 황인뢰 피디의 전작인 <궁>과 너무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고, <욕망의 불꽃> 등도 기존 통속 멜로물과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에스비에스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나 한국방송 <성균관 스캔들>처럼 시청률 ‘대박’은 아니어도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드라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1년 버티기도 힘든 드라마 국장들

이런 부진은 문화방송 내부의 조급한 성과주의 때문이란 비판들이 엠비시 내부에서 강하고 나오고 있다. 문화방송은 지금껏 철저한 국장책임제로 드라마국을 운영했다. 한국방송이 각 담당 책임연출자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주는 것과 달리 모든 드라마 라인업 등을 국장이 결정했다. 그런데 한번 국장을 맡으면 길게는 3년까지 가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문화방송은 드라마 국장이 최근 2~3년 새 반년에서 1년에 한 번꼴로 바뀌고 있다. 2년여간 5번 교체됐다.

한 드라마 피디는 “국장에게 전권을 준다고 해도 너무 자주 바뀌니 국장들이 자기 생각을 펼치기는커녕 이전 국장이 벌여놓은 기획을 마무리하다가 물러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급하게 드라마를 만들기 바쁘고, 피디들의 자리 이동이 잦아 장기적 기획이 못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눈길을 끌었던 에스비에스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다. 원래 문화방송에서 진행했지만 준비중인 피디가 책임 피디인 관리직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에스비에스에 넘어가 효자 드라마가 됐다.


윗선 입김도 부진에 한몫

<추노> <아이리스> <제빵왕 김탁구> 등으로 계속 성공한 한국방송은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는 철저하게 가족 이야기로, 수목드라마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야란 전략이 분명하다. 반면 문화방송은 드라마별 뚜렷한 전략이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한 드라마 피디는 “내부에서 작가 이름만 보고 무조건 편성을 하거나 친분에 따라 드라마가 결정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주말특별기획 <김수로>는 문화방송 안에서도 성공하기 힘들다며 반대가 많았는데 제작사 대표와 친한 사장이 지시해 편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부진에도 광고수익은 여전히 강세

드라마들의 부진에도 문화방송은 광고료 수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동이> <선덕여왕> 등 월화 대하드라마들이 인기를 오랫동안 끈 덕분이다. <동이>로만 393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고, <놀러와> <세바퀴> 등 예능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등 몇몇 인기 프로그램 덕분에 다른 드라마 광고를 함께 유치하는 ‘끼워 팔기’ 효과도 컸다. 연이은 드라마 부진에 문화방송은 최근 다시 조직을 개편했다. 드라마국을 1국은 외주제작, 2국은 자체제작에 집중해 장기적으로는 외주와 자체 비율을 5 대 5로 맞추면서 질 높은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또한 “통합해도 모자랄 판에 국을 분리시키고 경영진이 최종 선택하겠다는 의미로 문화방송 드라마를 더 늪으로 빠지게 할 것”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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