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능력자’서 사람 조종하는 악당 열연
“촬영하는 동안 눈이 빠지는 줄 알았어요. 저는 지구를 구하지는 못하겠더라구요.”
11월 개봉예정인 영화 <초능력자>(감독 김민석)에서 고수와 함께 주인공을 맡은 강동원(사진)은 18일 제작발표회에서 눈을 깜빡이지 않고 힘을 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조종하는 초능력자를 연기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기를 해보니 그런 사람들의 외로움을 알겠더라는 그는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이런 것 말고 투명인간, 또는 순간이동 능력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초능력자>는 초능력자인 초인(강동원)과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 임규남(고수)과의 대결을 그린 영화. 초능력 하면 으레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지질한 악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능력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 ‘초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다가 생활비가 떨어지면 가끔 사채업자나 전당포를 찾아 현금뭉치를 수중에 넣을 뿐이다. 어느 날 평화로운 삶에 이변이 생겼으니, 돈 뭉치의 위치를 자신에게 이동하는 현장에서 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임규남을 만난 것이다. 당황한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 증거를 남기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현실에 만족하며 성실하게 사는 임규남은 초인한테서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사람을 잃은 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초인과의 대결에 나선다.
강동원은 위험한 선을 아슬아슬 넘나들며 간담회를 즐길 만큼 여유로웠다.
“악역을 맡았다고 해서 ‘나는 나쁜 놈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않아요. 다만 그 인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노릇이고 나는 그런 역할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악역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강동원의 현답은 간담회 내내 계속됐다. 꽃미남 배우로 살아가기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답 왈. “저는 결코 평범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유명한 만큼 불편함은 감수해야지요. 얻으면 얻은 만큼 잃는 게 있게 마련이지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부산 사투리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데뷔 초 고생 좀 했죠. 표준말을 쓰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그런데도 사투리 흔적을 느낀다면 저의 부족 탓이죠. 그것도 다 지울 만큼 노력해야죠.”
그는 김민석 감독이 데뷔작 첫 촬영 날 1시간 반이나 늦었던 에피소드를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 웃겼어요. 감독님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입봉 날 늦다니 역시 특이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죠. 사실 감독님 오기 전에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어요. 물론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수족관 정어리 떼 장면이지만.”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제공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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