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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인기·돈보다는 재미있게 노래할 수 있기를”

등록 2010-11-01 21:09수정 2010-11-02 10:38

김지수
김지수
시즌2 한끗 차로 5위 김지수
“공연은 좀 부러웠다”
두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해 기타를 튕기던 ‘필 충만한 뮤지션’은 온데간데없고, 1990년생 21살, ‘귀여운 남동생’이 대기실 문을 열고 나왔다. 지난 29일 케이블·위성채널 엠넷의 〈슈퍼스타케이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톱11’ 중 한 명인 김지수다. 그는 시종일관 함박웃음에 손으로 턱을 괴고 이야기하는 등 천진난만한 기운이 흘러넘쳤다. 구경하던 관객들조차 “슈퍼스타 ‘케이’ 군 너무 귀엽잖아”라고 읊조렸다. 그런 그가 무대에 오르자 180도 달라졌다. 긍정의 에너지로 이겨냈을 인생의 굴곡이 제이슨 므라즈를 연상케 하는 목소리를 타고 흐르자, 공연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아임 유어즈’를 부르며 딴짓하던 심사위원의 귀를 번뜩이게 했던 예선 때처럼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최종 4명엔 오르지 못했지만, 실력으로만 따지자면 우승 후보감이었던 〈슈스케2〉의 기대주 김지수와 마주했다.

가창력 돋보인 거리의 노래꾼
포크송·흥겨운 무대 관객 매료
“온국민이 보니 더 열심히 해야
어렵던 환경…음악과는 별개”

“이젠 온 국민이 심사위원…”

무대 위 ‘케이’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슈퍼스타케이 시즌2>(이하 <슈스케2>)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장재인과 음원으로 나올 ‘신데렐라’를 녹음했고, 11명이 함께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얼마 전에는 장재인·강승윤과 라디오에도 출연했다. 새벽 3시에 미용실에 모이고 새우잠을 자는 ‘연예인 생활’이 벌써 시작된 셈이다.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새벽 3시에 미용실에 모인 뒤 6시부터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는데, 와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래도 색다른 경험이니까 재미는 있었죠. 전 그나마 괜찮아요. 존 형과 각이 형은 우리가 졸려 쓰러져 기절할 정도까지 왔을 때 또 녹화하러 갔어요. ‘톱4’가 정말 힘들 거예요.”


누리꾼들 말을 빌리자면 ‘톱4’만 기억하는 <슈스케2>라고 했던가. 한끗 차이로 5등이 된 김지수는 4명에 견줘 많은 기회를 놓쳤다. ‘톱4’는 쏟아지는 광고 촬영에다 지난달 30, 31일에는 가수 윤종신·박정현 등과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공연에도 함께 섰다. 형이 잘되어 마냥 기쁜 착한 동생처럼 “괜찮다”던 그도 유독 “공연하는 건 조금 부러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3개월 전 김지수는 거리에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던 ‘공연인’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반해 리얼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제작진의 권유로 <슈스케2>에 참가한 뒤 인생이 바뀌었다. 대중가요 일색인 도전자들 틈에서 포크송을 부르는 목소리에 매료된 블로거들이 “저 사람이 음반 내면 무조건 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스타를 찾는 <슈스케2>는 미션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음악적 변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것보다는 어디 한번 해보자고 각오를 다졌어요. 음악 인생의 3분의 2를 포크음악만 불렀는데, 한국에는 아직 포크음악 시장이 좁고 대중적이지 않아서 심사위원들이나 시청자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누군가 날 심사한다고 생각하면 노래를 잘 못하는데, 이제는 온 국민이 심사위원이 됐으니 조금만 틀려도 ‘김지수 뭐니’라고 지적할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뭐,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환경이 노래에 영향 주는 건 싫어요”

무대 밖 ‘케이’ “예전에는 내 노래를 누가 들어나 줄까 걱정했는데 <슈스케2>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는 그는 대신 “무한한 자유”를 잃었다고 했다. “비 오는 날 지하철역에서 천막 같은 데 들어가 앰프 틀어놓고 기타 치며 노래하곤 했는데 이젠 당분간 거리 공연은 못 할 것 같아요. 스케줄도 그렇고 짬이 나면 자야 하니까.(웃음)”

그러나 김지수가 다른 11명 가운데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에 몰두하면 두 발을 붙이고, 눈은 감은 채 머리를 앞뒤로 흔든다. 고음을 처리할 때 간혹 일그러지는 표정을 심사위원들은 지적했지만, 음악에 빠져 흥겹게 노래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가 음악을 하게 된 계기도 “그냥 좋아서다.” 그리고 제이슨 므라즈. “노래가 좋아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제이슨 므라즈라는 가수를 처음 본 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고 기타를 배웠어요. 혼자서 공부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돈이 없어 삼촌이 쓰던 기타를 치다가 아르바이트 해서 15만원짜리 사고, 또 아르바이트 해서 40만원짜리 사고.(웃음) 밥만 먹고 기타만 쳤죠. 제이슨 므라즈의 발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포크음악이 비주류라는 점에서 일부 음악평론가들은 오래 훈련된 아이돌 그룹이 지배하는 한국 음악계에서 스타로 발돋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거기서 살아남는 사람, 정말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죠. 스타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비주류 음악이지만 내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아, 인기가 많이 없으면 돈을 좀 못 버나요? 뭐, 그래도 전 재미있게 음악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압박감 없이.”

김지수는 8년간 어머니와 떨어져 할머니 손에 자랐고, 아버지도 18년 만에 처음 만나는 등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허각과 비교되기도 했다. 이번 오디션에서도 가장 친하게 지낸 이가 허각이었다. “형이랑 잘 통해요. 형도 고달프게 살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술을 많이 마셔서 둘 다 똑같이 간이 아프고, 체지방이나 근육 수치 등도 신기하게 같아요. 둘 다 못생기고 키도 작고. 하하.” 하지만 허각과 달리 가정환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못 박았다. “제 환경이 음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싫습니다.”

<토크 콘서트>를 끝으로 <슈스케2>가 막을 내리고 이들은 각자 소속사를 찾을 때까지 고군분투해야 한다. “<슈스케2>가 음악으로 가는 문을 열어줬다”면 이제 어느 길로 어떻게 걸어갈지는 순전히 그의 몫이다. “김건모 선배님의 음악이나 창법을 좋아해요. 장르를 뛰어넘는 보컬이 되고 싶지만, 확실한 것은 기타를 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악을 즐기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노예계약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 하하하.”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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