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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굿바이! 왕비호, 마지막 독설 대상은 이경규

등록 2010-12-31 08:46

개그맨 윤형빈
개그맨 윤형빈
윤형빈, ‘봉숭아학당’서 퇴장
‘왕비호’가 떠난다. 뒤에서 수군대던 연예인 뒷담화를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내뱉는 독설로 시청자들의 속마음을 대신 표현하며 <개그콘서트>의 마지막을 책임져온 지 2년8개월 만이다. 개그맨 윤형빈(사진)이 연기해온 왕비호 캐릭터는 내년 1월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봉숭아학당’에서 퇴장하게 된다.

공개 코미디에서 마무리 캐릭터로 ‘왕비호’는 제격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려는 순간 “누가 끝이래”라고 들어와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두 손을 번쩍 들고 “국민 요정 포에버”를 외치며 하이라이트를 책임졌다.

애초 왕비호는 마무리에 특화해 의도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윤형빈 역시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배 개그맨 이수근의 말처럼 “왕비호만큼 마무리용으로 좋은 캐릭터는 없다”고 할 만큼 왕비호는 도드라졌다.

그런데 왜 그만둘까. “오래 했으니까요. 사랑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어요. (제작진과 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할 만한 연예인은 다 나와 섭외할 인물도 없다고 한다. 지금껏 송중기, 신승훈 등 150여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왕비호의 독설을 맞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부활의 김태원이다.

“제가 한 이야기가 그분의 캐릭터가 됐어요. 우리 외할머니 닮았다고 했는데 그 후 ‘국민 할매’로 불리잖아요. 한 사람의 캐릭터를 뽑아냈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하지만 “문희준이 오이 세개만 먹고 안티를 모았다면 우리는 당근 세개를 먹고 록을 하겠다” 등 아이돌을 소재로 삼았을 때는 팬들의 비난도 거세 마음고생도 했다.

‘왕비호’가 등장한 2008년에는 연예인들이 치부를 감추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반향이 특히 컸다. 그러면서도 ‘왕비호’가 내뱉는 독설은 연예인들에게 귀담아들을 만한 것이기도 했다. 윤형빈이 세운 독설의 원칙은 “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자”이다. “그냥 욕하면 될 것 같지만 일반 개그보다 더 어려워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찾은 다음에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까 정한 뒤 그걸 다시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고심하죠.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당사자들은 기분 나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김구라가 나왔을 때 “너무 착하기만 했던 예능에 새 활력을 불어넣은 장본인이라고 인지시켜주는 것” 등이다.

윤형빈은 2005년 <개그콘서트> ‘특종 나불나불’로 데뷔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다 왕비호로 단숨에 유명 개그맨이 됐다. “내면의 윤형빈을 끌어내 줬어요. 스스로는 가진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성격이 내성적이라 우물쭈물할 때가 많았어요. 왕비호로 변장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술술 나와요. 실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하고. 실은 즉흥적 대사도 많이 했어요. 누구한테요? 못 가르쳐주죠. 하하.”

선한 눈매에 수줍은 듯 말하는 윤형빈의 친근함이 왕비호를 3년 가까이 인기 캐릭터로 만든 비결이기도 하다. <개그콘서트> 박중민 책임피디는 “겸손하고 호감 가는 윤형빈이 했기 때문에 미움보다 사랑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윤형빈은 “상대방이 화제가 될 독설을 재미있게 해야 하는” 왕비호가 조금은 부담됐던 모양이다. 29일 공개녹화 전 만난 윤형빈은 “이제는 즐기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겠다”며 마지막 독설 대상인 이경규를 만나러 녹화장으로 들어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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