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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공주의 남자’ 핏빛 로맨스는 이제부터

등록 2011-08-05 19:49

<공주의 남자>(한국방송 2채널)
<공주의 남자>(한국방송 2채널)
TV 보는 남자
수양대군 딸과 김종서 아들
애틋한 연인이 가족의 원수
<공주의 남자>(한국방송 2채널), 점점 진지해지고 있다. 수양 대군(김영철)은 김종서(이순재)의 세력 확대를 막으려고 부마로 내정된 그의 아들 김승유(박시후)를 공격한다. 세령(문채원)은 아버지 수양 대군의 속을 알지 못한 채 그와 함께 위기를 맞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혜 공주(홍수현)는 수양 대군에게 김승유를 만난 게 자신이 아닌 세령이라는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하지만 수양 대군은 세자를 볼모로 삼는다. 초반부에 세령과 김승유의 풋풋한 연애가 현대극의 로맨스 드라마(그러니까 ‘엄친아’와 ‘말괄량이’의 우연한 만남)처럼 그려졌던 걸 생각하면 이 변화는 급진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 변화는 전초전일 뿐이다. 계유정난이 일어나고 세령과 김승유의 입장이 연인 혹은 동무에서 원수로 변할 때, <공주의 남자>는 예고된 비극으로 돌진할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공주의 남자>는 사실 여러 한계를 예고했다. 세령과 김승유의 천진난만한 캐릭터는 중견 연기자들의 중량감 있는 캐릭터와 비교되며, 자칫 붕 뜬 가벼운 캐릭터로 전락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역사적 비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두 사람이 공유하던 낭만은 비극의 깊이를 더하게 만들었다. <공주의 남자>를 지탱하는 것은 이야기 자체인 셈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경혜 공주다. 이 비운의 공주는 풍전등화의 정치 속에서 아버지와 세자를 지키려고 일찌감치 각성한 인물이다. 그 각성은 세속적이며 현실적인데 그곳에 낭만과 낙관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특히 경혜 공주가 세령과 김승유의 비극적 관계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변화는 드라마의 또다른 재미다. 수양 대군과 김종서가 <공주의 남자>를 한 축에서 지탱한다면 경혜 공주는 세령과 김승유의 중간에서 무게추의 구실을 하며 전반적인 균형을 잡아준다. 여기에 자신의 신념이 수양 대군에게 꺾이는 김종서와, 이런 아버지들의 정치에 휘말리게 된 김승유와 세령은 개인적인 호감을 발전시키는 대신 가족의 원수가 되고, 경혜 공주는 문종과 어린 동생을 지키려고 세령을 모질게 대한다. 이 풍파 속에서 인물들은 목숨만큼, 그리고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각자가 살 방향을 선택한다. 이 비극성은 세령과 김승유에게 가장 가혹하다. 이제 시청자들은 이 철없고 낭만적이던 두 젊은이가 어떻게 살아남고 복수하고 혹은 좌절하는지 지켜보게 되었다.

<공주의 남자>는 역사적 사실 속에서 가상의 관계와 사건을 집어넣으면서도 극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초반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대비되는 연출이 극의 비극을 더하고, 과장되거나 비뚤어진 악당을 등장시키지 않고서도 충분히 위악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또 그렇게 행동해야 할 동기를 부여해 극의 개연성과 논리성을 지켜낸다. 사실 이런 구조적인 부분보다는 세령과 김승유가 이제 어떻게 변할지, 비극의 결말은 어디로 향할지가 더 궁금하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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