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파이 명월> 결방 사태를 계기로 그날 방영분을 당일까지 촬영하는 드라마 제작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무사 백동수>, <공주의 남자>, <넌 내게 반했어>의 장면들.
그날 방영분 그날 찍는일 많아
1주에 6일 몇시간 못자기도
배우 야간 교통사고 잇따라
‘절반 사전제작’ 등 대안 나와
1주에 6일 몇시간 못자기도
배우 야간 교통사고 잇따라
‘절반 사전제작’ 등 대안 나와
한국방송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주연배우 한예슬이 촬영에 불참한 건 지난 14~15일 이틀이다. 이 여파로 15~16일 방영을 앞뒀던 이 드라마는 결방됐다. 오늘 찍어 내일 방영하는, 한국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촉박한 촬영·제작 여건이 드러난 것이다.
한예슬 쪽이 촬영 복귀 의사를 밝혀 ‘드라마 방영중 주연배우 교체’라는 사태를 피할 접점을 찾은 상태지만, 드라마 제작 관행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 드라마 촬영? 자지 말란 말이야 며칠씩 이어지는 밤샘촬영은 드라마 제작현장의 오랜 관행이다. 최근 지상파 수목극에 출연한 한 주연배우의 매니저는 17일 “일단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가 1주일에 6일을 일하는데 밤을 새거나 두 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딱 하루 쉬는 날도 그날 새벽에 들어오기 때문에 쉰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주말극에 출연했던 한 중견배우도 “그날 방영분을 그날 촬영하는 ‘생방송 촬영’이 많다”며 “이렇게 촬영해서 드라마가 제대로 방영되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2005년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주연 박신양씨도 당시 “4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촬영하며 연기자와 스태프를 혹사하는 제작 환경은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원로배우 이순재씨는 1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 배우들은 절체절명의 조건에서 드라마를 찍는다”고 밝혔다.
드라마에 출연중인 배우들의 교통사고도 줄을 이었다. 한국방송 수목극 <공주의 남자>의 배우 홍수현은 지난 4일 새벽 촬영 뒤 귀가하다가, 에스비에스 월화극 <무사 백동수>의 유승호와 문화방송 수목극 <넌 내게 반했어>의 박신혜는 각각 지난달 29일과 18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드라마 촬영과 직접 연관지을 순 없지만 빡빡한 일정에 따른 야간 운전이 한 원인이라는 게 소속사 쪽 이야기다.
■ 상업화 심화로 제작환경 더 열악해져 빡빡한 제작 일정은 특히 월화극, 수목극 등 미니시리즈에서 심하다. 미니시리즈는 매주 70분짜리 2회를 방영한다. 영화 한편 분량을 1주일에 찍는 셈이다. 야외촬영도 많다. 일일극(1일 30~40분)은 매일 방영되지만, 가족 등 등장인물이 많아 한 배우의 몫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대부분 스튜디오 세트 촬영이 많아 촬영 부담이 적은 편이다.
제작 관행의 개선책으로 방영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의 경우 일일극이 없다. 미니시리즈도 1주일에 1회씩만 방영한다. 일본도 50분가량의 미니시리즈를 주 1회 방영한다. 고영탁 한국방송 드라마국장은 “우리나라 제작 환경이 다른 나라보다 힘들다”고 했다.
1주일에 2회씩 방영하는 방식은 1990년대 16~24부작 미니시리즈가 생겨나면서 자리잡았다. 일일극을 빼면 90년대 이전엔 주 1회 방영하는 ‘주간드라마’가 일반적이었다. 지상파 3사의 시청률 경쟁은 주 2회 방영을 정착시켰다. 주 1회 방영으론 시청자 집중도가 떨어져 시청률이 잘 안 나오고 결국 광고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상업화’되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제작 환경은 더 나빠졌다는 게 방송사 안팎의 지적이다. 외주제작이 늘고 광고와 협찬을 통한 수익 경쟁이 심해지는 것과 비례해 제작 현장이 더 빡빡해졌다는 것이다. 드라마 1회당 촬영·방영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이순재씨는 “2000년도 들어 드라마 프로덕션이 생기는 등 제작 여건이 상업화되면서 제작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간부는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드라마 방영시간이 예전 50~60분에서 70분까지 늘고 촬영 분량이 많아졌다. 드라마 분량이 길어야 시청률이 잘 나오고 광고가 잘 나온다”고 말했다. ■ 대안은? 사전 제작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문화방송 박성수 드라마 부국장은 “그동안 사전 제작한 드라마는 다 망했다”며 “우리나라 시청자는 드라마에 개입·소통하고 싶어하는데 사전제작 드라마는 그것이 안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 제이에스픽쳐스 이진석 대표는 “확실한 대안은 50%가량 사전제작을 한 다음에 방영을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시리즈를 주 1회만 방영하는 방식은 지상파 3사가 합의를 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상업화’되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제작 환경은 더 나빠졌다는 게 방송사 안팎의 지적이다. 외주제작이 늘고 광고와 협찬을 통한 수익 경쟁이 심해지는 것과 비례해 제작 현장이 더 빡빡해졌다는 것이다. 드라마 1회당 촬영·방영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이순재씨는 “2000년도 들어 드라마 프로덕션이 생기는 등 제작 여건이 상업화되면서 제작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간부는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드라마 방영시간이 예전 50~60분에서 70분까지 늘고 촬영 분량이 많아졌다. 드라마 분량이 길어야 시청률이 잘 나오고 광고가 잘 나온다”고 말했다. ■ 대안은? 사전 제작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문화방송 박성수 드라마 부국장은 “그동안 사전 제작한 드라마는 다 망했다”며 “우리나라 시청자는 드라마에 개입·소통하고 싶어하는데 사전제작 드라마는 그것이 안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 제이에스픽쳐스 이진석 대표는 “확실한 대안은 50%가량 사전제작을 한 다음에 방영을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시리즈를 주 1회만 방영하는 방식은 지상파 3사가 합의를 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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