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스트 갓파더〉
문화수출보험,〈라스트 갓파더〉구비서류 누락된 상태서 30억 지원
시나리오 최종본 등 없어 지원불가 판정뒤 심사의원 바꿔가며 지원 강행
시나리오 최종본 등 없어 지원불가 판정뒤 심사의원 바꿔가며 지원 강행
‘시나리오가 없어도 OK, 출연진 계약서가 없어도 OK.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해 드립니다.’
미국 개봉 수익 16만달러로 ‘대실패’를 기록했던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공기업의 자금지원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30일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문화수출보험 지원이 필수 서류인 시나리오 최종본과 출연진 계약서도 없이 결정됐다”며 “이는 문화수출보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식 의원실에서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청약서류와 인수심사서류를 분석한 결과, <라스트 갓파더>는 지난 2008년 9월 무역수출보험 지원 청약 당시 필수서류인 시나리오 최종본과 출연진 명단과 계약서가 누락된 상태임에도 접수가 이뤄진 것은 물론, 심사까지 통과해 3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문화수출보험은 한류 열풍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영화, 드라마 등의 문화콘텐츠 제작비의 원활한 대출금 조달을 위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증 보험을 제공하는 제도다.
조정식 의원은 “심사 당시 제작사인 영구아트에는 시나리오 최종본이 없었다”며 “영구아트 직원에 확인한 결과, 최종시나리오는 2010년에 완성됐다”고 지적했다. 무역보험공사는 당시 제출한 시나리오를 제출하라는 조 의원의 요구에 “시나리오는 분실되어 없으며, 현재 2장짜리 줄거리가 담긴 시놉시스만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청약 당시 제출한 출연배우 명단은 가계약조차 이뤄지지 않은 희망후보 명단이었다고 한다. 당시 출연배우 명단으로 로버트 드니로, 진 핵크만, 앤디 가르시아 등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죽 적혀 있었다. 이 명단에서 계약을 맺어 출연한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서류를 처음 검토했던 심사위원들은 <라스트갓파더>에 대한 인수(지원)불가 판정을 내렸으나, 무역수출공사가 심사위원들까지 바꿔가며 지원을 강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의원이 1차 심사위원단에서 마련한 ‘영구아트 ‘라스트갓파더’ 문화수출보험 인수심사 현황보고’를 확인한 결과 3명의 외부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점수는 41점(5등급)이었다. 이는 최저점수인 50점에 미달해 원칙적으로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시 만들어진 인수심사 자료에는 외부 심사위원들이 모두 교체됐고, 평가 점수가 71점(2등급)으로 상향 조정되어 있었다.
조 의원은 “무역보험공사의 주먹구구식 안일한 심사와 사후 관리가 심각한 상태”라며 “문화수출보험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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