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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학교 잔혹 스릴러’ 통해 계급구조 폭력성 표현했죠

등록 2011-10-11 20:11

그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제공
그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제공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
성인 위한 애니메이션…‘장르확장 기여’ 기대
1억5천만원 들여 제작 “저예산 작품 지원을”
극장 예고영상 등급심의를 두번이나 신청했다가 모두 보류됐다. 짧은 예고편도 청소년이 뒤섞인 극장에서 상영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 애니메이션은 성인을 위한 ‘잔혹 스릴러’다.

“가족용 애니메이션 제작 제의도 받지만, 전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장르에서 잘 해보고 싶어요.”

새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연출한 연상호(33·사진) 감독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9일 부산 시내에서 만났다. 그의 첫 장편데뷔작인 이 작품은 이번 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제 온라인 예매 당시 44초 만에 매진됐다. 200만명을 넘긴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은 애니 장르의 확장에 기여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돼지의 왕>은 ‘정종석’과 ‘황경민’이 15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겪은 폭력적인 사건들과, 자살을 통해 그 폭력에 저주를 퍼부으려 했던 친구 ‘김철’의 죽음에 얽힌 비밀 등을 다룬다. ‘센 놈’들이 ‘더 센 놈’에게 붙어 약한 친구들을 힘으로 누르는 모습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계급구조 폭력성을 지독할 만큼 암울하게 드러낸다.

“군대 상병 때, ‘한 아이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죽음으로 복수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 꿈을 꾼 게 영화의 출발점이 됐죠.”

그는 영화 설명자료에 연출의도를 이렇게 적었다. “돼지(비기득권)는 먹히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고, 개(기득권)들은 사랑받기 위해 살아간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계층이 존재한다. 사회 축소판인 학교에서 돼지와 같은 아이들의 분노와 슬픔을 리얼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는 ‘돼지들의 왕’이었던 ‘김철’이 심경의 변화를 겪고, 폭력에 대항할 ‘왕’의 이런 모습에 혼란을 겪는 인물을 보여주며 극의 핵심으로 치닫는다.

“비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우상이 털끝까지 완벽한 영웅이기를 바라죠. 우상의 불완전한 모습이 드러나면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이런 속성 때문에 계급의 전복이 일어나지 못하죠. 그 우상도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극중 중학교 1학년들이 “너무 어렵고 암울한 얘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연 감독은 “이것도 배우들과 얘기하다 수준을 낮춘 것”이라며 웃었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연출한 연상호(33) 감독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연출한 연상호(33) 감독
성인 ‘정종석’은 영화 <똥파리>를 연출한 양익준 감독이, ‘황경민’은 배우 오정세가 목소리를 맡았다. 김꽃비(정종석 역), 박희본(황경민 역), 김혜나(김철 역) 등 여배우들은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중학생 시절의 주인공들을 연기했다. 그는 제작비 1억5000만원을 들여 5만장의 작화를 그려내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국내 애니메이션계에서 떠오르는 감독인 그는 “(애니메이션 지원을 위해) 한번에 돈을 다 투입하는 프로젝트보다, 5억원 정도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오는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저예산으로 다양한 작품이 나오면 애니메이션을 보는 관점과 평들도 깊어질 것”이란 이유다. 부산/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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