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우승한 ‘톡식
KBS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우승한 ‘톡식‘
김정우-김슬옹씨 2인조 록밴드
‘베이스’ 생략 파격에 창의적 편곡
“우리만의 색깔 끝까지 지키겠다”
김정우-김슬옹씨 2인조 록밴드
‘베이스’ 생략 파격에 창의적 편곡
“우리만의 색깔 끝까지 지키겠다”
15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된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결승전. 맞상대 밴드 포(POE)를 제치고 우승한 2인조 록 밴드 톡식의 김정우(24·기타·보컬)는 소감을 말하다 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방청객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우리 음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김정우는 방송 직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전까진 우리 음악을 많은 분들께 들려드릴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번 무대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톡식은 김정우와 김슬옹(19·드럼·보컬)이 지난해 10월 결성한 밴드. 김정우는 ‘나 어떡해’로 유명한 서울대 캠퍼스 그룹 샌드 페블즈 창단 멤버인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아 기타를 잡았다고 한다. 그는 몇년 전 음악학원에서 당시 중학생이던 김슬옹을 처음 만났다.
톡식은 일반적인 밴드 편성과 달리 베이스 연주자가 없음에도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편곡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말끔한 외모까지 부각되면서 방송 내내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탐낸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소속사 문제는 이제부터 고민해 봐야죠. 지금 톡식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우리에게 트렌디한 가요를 강요한다면 우리만의 색깔을 잃어버릴 것 같아요.”(김정우)
<톱밴드>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물었다.
“우린 출연하든 안하든 잃을 게 없었어요. 우리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실험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자꾸 올라오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김슬옹)
“만약 <톱밴드>가 아니라 엠넷 <슈퍼스타케이>에 나갔으면 잘 안됐을 거예요. 거긴 노래 잘하는 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우린 노래를 못하잖아요.”(김정우)
“<톱밴드>와 <슈퍼스타케이>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것 같아요.”(김슬옹)
<톱밴드> 출연을 통해 얻은 건 뭘까?
“밴드 결성 이후 설날과 추석만 빼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합주를 하며 맞춰온 호흡이 방송을 거치며 더 끈끈해진 것 같아요. 최대 고비였던 브로큰 발렌타인과의 16강전에서 연주한 곡은 1000번 넘게 연습했어요. 노력하면 결국 된다는 걸 깨달았죠.”(김슬옹)
“‘감성을 자극하는 밴드는 많이 봤지만, 본능을 자극하는 밴드는 처음’이라는 유영석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꼭 그런 밴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김정우)
우승 상금 1억원을 어디에 쓸 생각이냐는 질문에 김정우는 “슬옹이 할머니 강원도 시골집 보수도 하고 이빨도 해드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남는 돈으로 앨범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세계적인 ‘록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열심히 해왔지만,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만약 그랬다면 인디 밴드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톱밴드>는 지난 6월 초 첫 방송 이후 줄곧 4∼5%대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주류 가요 시장에서 소외돼온 밴드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며 시청률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을 만큼 음악 관계자·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작진은 오는 29일과 11월 5일 밤 10시10분 <톱밴드 스페셜>을 방송하며, 12월 10∼11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8강 진출팀과 코치진이 출연하는 ‘톱밴드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내년에 <톱밴드 시즌2>도 제작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결승전을 마치고 ‘톱밴드’ 출연진끼리 찍은 기념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