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의 예능예찬
박상혁의 예능예찬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이 있었다. ‘함께 가요, 국민 성공시대’만큼 허망한 말잔치였다. 그러나 지금 예능에서는 진짜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방송사의 주요 시간대에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짝>(에스비에스)은 <황금어장>(문화방송)과 맞서고 있고 <안녕하세요>(한국방송2)는 최장수 토크쇼 <놀러와>(문화방송)에 맞서고 있다. <스타킹>(에스비에스·사진)은 이미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변화의 정점에는 <위대한 탄생>(문화방송), <케이팝스타>(에스비에스)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그동안 외국에서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유행할 때 방송사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피디들이 외국의 인기 포맷(형식)을 살짝 연예인 버전으로 바꿔서 대박을 냈다. 이제는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도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프로그램들이 스스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예능에서 일반인 출연자라면 기껏해야 댄스 신동이거나 특이한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예능 프로그램들이 출연자의 재주 너머의 스토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들은 참가자의 사연으로 캐릭터를 창조했고 그에 맞는 미션을 주었다. <스타킹>에서는 자꾸 어떻게 이 무대에 섰는지에 주목했다. <안녕하세요>는 보통사람들의 고민을 연예인들이 해결해주겠다고 나선다.
사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많은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우선 출연자들의 과거 행적을 100% 파악할 수 없다. 출연자 검증은 방송사의 책임이지만 방송사가 출연자의 과거를 완벽히 검증할 수 있는 사회 역시 정상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의 과거와 관련된 논란은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또 하나는 과도한 캐릭터의 연출이다. 아무래도 시청자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작진은 ‘녀’, ‘××남’과 같이 특정한 캐릭터로 출연자를 메이킹한다. 만약 출연자가 자신의 의도와 방송 내용이 다르다고 느낀다면 곧바로 조작설이나 편집설을 제기한다.
이 모든 위험에도 성공한 프로그램들은 결국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는 사실, 그들의 진짜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예인들이 나오는 화려한 프로그램들을 곁눈질하다가는 결국 촌스럽고 어정쩡한 무엇이 되고 말 것이다.
사실 일반인 프로그램에는 다른 예능이 범접할 수 없는 진정성이 있다. 아무리 연예인들끼리 서로 호감을 표현해도 결혼하고 싶은 남녀가 1주일을 함께 살면서 짝을 찾는 진정성을 넘을 수 없다. 고민이 있다며 <무릎팍 도사>(문화방송)를 찾아오던 연예인들이 사는 게 힘들다며 <안녕하세요>를 찾은 일반인들의 다급함을 넘을 수 없다.
결국 안이한 제작진이나 특색 없는 방송인들은 이제 예능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잊지 말기를. ‘문제는 이야기야! 바보야.’
박상혁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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