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기획
정부, 여론 불리한 기삿거리
열독률 낮은 토요일치 겨냥
정부, 여론 불리한 기삿거리
열독률 낮은 토요일치 겨냥
지난달 23일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은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을 신규 원전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신규 원전 후보지 선정은 1982년 이후 30여년 만의 일이었다.
애초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3월까지 원전 후보지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여름께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정부 발표를 늦추게끔 한 것은 같은해 3월에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이 사고로 원자력과 방사능 유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원전 후보지 발표를 계속 미뤘다. 정부가 고민 끝에 선택한 날짜는 크리스마스이브이자 주말인 12월24일을 하루 앞둔 금요일이었다. 원전 후보지 선정 관련 기사는 당연히 정부 발표 다음날인 토요일치 신문에 실렸다. 노완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반핵위원은 “원전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일부러 주말을 앞둔 금요일을 발표 시점으로 정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금요일에 이런 발표를 내놓는다면, 토요일치 열독률이 주중 신문에 견줘 떨어진다는 사실을 노렸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2008년 4월 한국신문협회가 전국 3375명의 신문 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독자 프로파일 조사’ 결과를 보면 토·일요일에 신문을 본다는 독자(55.7%)는 월요일(83.9%)이나 금요일(79.7%)보다 많이 적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는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일 오후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날 전기요금 인상은 8월에 이은 두번째였다. 비판 여론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지식경제부 출입기자 사이에서는 이를 두려워한 정부가 금요일을 발표 시점으로 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봐주기 수사’ 논란을 부른 검찰의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 결과가 나온 것도 4월15일 금요일 오후였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전북대 신문방송학과)은 “정부가 불리한 기삿거리를 의도적으로 금요일에 내놓는 것은 해당 이슈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일부 가로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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