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감동은 없고 감탄사만 남은 ‘나가수’, 시즌2에 바란다

등록 2012-02-07 15:55수정 2012-02-07 21:05

< 나는 가수다 > 김조한의 열창 모습. ‘나가수’는 빽빽하고 화려한 편곡과 절창과 절규를 정형화했다. 잔잔한 깊은 울림의 음악은 외면받았다.
< 나는 가수다 > 김조한의 열창 모습. ‘나가수’는 빽빽하고 화려한 편곡과 절창과 절규를 정형화했다. 잔잔한 깊은 울림의 음악은 외면받았다.
서정민의 음악다방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나가수’)가 오는 1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시즌1을 맺음한다. 휴지기를 가진 뒤 새로운 형식의 시즌2로 돌아온다고 한다.

 지난 한해 ‘나가수’만큼 우리 사회를 뒤흔든 방송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연말결산 기사를 준비하면서 대중음악평론가 20명에게 “가요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존재 셋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더니 19명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꼽았고, 그 중 ‘나가수’만을 콕 집어낸 이가 12명이나 됐다.

 ‘나가수’의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아이돌 가수들의 특정 장르 음악이 점령한 방송에서 음악과 노래 자체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을, 그것도 주말 황금시간대에 내보내는 건 환호할 일이다. 충분한 실력을 갖췄지만 방송에서 외면당해온 가수들과 전문 연주자들이 재조명받고, 음악과 멀어진 중장년층을 다시 불러들인 것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부정적 효과도 상당했다. 굳이 신자유주의 경쟁 시스템을 올릴 것까지도 없다. 대중음악 담당 기자로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아이돌로 점철된 가요계의 대안을 자처하면서도 ‘나가수’가 또 하나의 고정된 틀을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나가수’에서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의 음악은 외면받았다. 바늘 하나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고 화려한 편곡에 감정과잉으로 치닫는 절창과 절규만이 오래 살아남았다. 내가 ‘나가수’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제작진은 청중평가단, 다시 말해 대중이 그런 음악을 선호하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로 몰아가는 듯한 틀을 만들었다는 데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처럼 임할 수밖에 없는 가수, 그들의 결투를 지켜보며 점수를 매겨야 하는 청중. 이런 분위기에서 그 누가 온전히 음악을 즐기고 감동할 수 있을까? 감동은 사라지고 감탄사만 남는 그곳에선 더 강렬한 자극을 향한 질주만이 있을 뿐이다. ‘나가수’를 기획한 김영희 피디가 애초 의도했던 “노래를 통한 감동, 진짜 노래”는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단순히 댄스·발라드의 이분법으로 가를 수 없는 다양한 음악이 넘쳐난다. 절창이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잔잔한 읊조림이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선율이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한편의 시 못잖은 노랫말이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개인의 능력이 돋보이는 음악이 있고, 밴드 전체의 조화가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나가수’ 시즌2에 바라는 게 있다면, 이런 다양한 아름다움을 시청자에게 전했으면 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다양한 스타일의 가수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한다. 재미를 위해 서바이벌 방식이 불가피하다면, 1~2팀만 남기고 매번 새로운 가수들을 선보일 수도 있다. 1·2위를 하면 좋겠지만, 굳이 꼴찌가 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다. 가수와 관객이 음악 본연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주고받으면 그걸로 족하다.

 또 하나는 리메이크에 관한 것이다. 잊혀진 명곡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 피가 돌아야 조직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새로운 창작물이 자꾸 나오고 널리 퍼져야 우리 가요계가 앞으로 나아간다. 낯선 곡에 대한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 설명을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가수당 창작곡 하나, 리메이크곡 하나를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다. 모쪼록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나가수’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대중문화팀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새누리당, 상징색 파란색 버리고 흰색·붉은색
현직 판사 “법관인사위는 ‘사법부 장악 음모’ 의심”
박원순 ‘오세훈 오페라하우스’ 대신 시민농장 짓는다
이동관 “MB 약점은 인정이 많은 것”
미국 슈퍼볼, 오바마 ‘보은 광고’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